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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높아 보이진 않지만 성주봉 정상에 오르면 신천지가 펼쳐진다.
▲ 성주봉자연휴양림에서 바라본 성주봉 전경 그다지 높아 보이진 않지만 성주봉 정상에 오르면 신천지가 펼쳐진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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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성주봉자연휴양림을 출발해 해발 606.6m인 성주봉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구미시청소년자원상담원 연수 때문에 1박2일 일정으로 성주봉자연휴양림을 찾았다. 회의를 끝내고 여러 사람들과 즐거운 밤을 지새우며 늦은 시각에 잠들었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어떻게 지나겠는가. 성주봉 자락의 멋진 풍경을 맛보기 위해, 오전 6시께 일어나 성주봉을 향해 출발했다.

공기의 맛이 다른 상주 성주봉

성주봉자연휴양림은 상주시 은척면에 위치해 있다. 상주시에서 심혈을 기울여 오랫동안 잘 가꾸어 온 숲인지라 공기의 색깔과 맛이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청정한 곳이다.

성주봉자연휴양림은 워낙 친환경적이라 뱀과 독충도 어울려 함께 살아간다고 하며 다행히 뱀은 만나지 못했다.
▲ 여느 자연휴양림에서는 볼 수 없는 주의 표말 성주봉자연휴양림은 워낙 친환경적이라 뱀과 독충도 어울려 함께 살아간다고 하며 다행히 뱀은 만나지 못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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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속의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명언은 더할 나위없이 가슴에 와닿는다.
▲ 성주봉 곳곳의 이정표에 명언들이 새겨져 있다. 자연속의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명언은 더할 나위없이 가슴에 와닿는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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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곳곳에 '독사와 독충 주의'라는 무시무시한 표지판이 있어 나 홀로 올라가는 것이 긴장됐다. 다소 모험을 감수한다는 묘미를 느끼며 씩씩하게 올라갔다.

등산로 입구 푯말에는 칸트가 얘기한 '인생은 선을 실행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라는 명언이 새겨져 있었다. 이 말을 가슴 속에 되새기며 나무와 풀이 우거진 산길을 올랐다.

조금 올라갔을까? 누군가 먼저 지나간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웬걸, 사람의 흔적이라고 하기에는 그 흔적이 길을 따라 곳곳에 나있는 것이 차츰 의심이 들었다. 산길을 헤집어 놓은 것을 보니 멧돼지가 그랬으려니 하는 생각이 들어 주변을 경계하게끔 만들기도 했다. 혹시나 멧돼지가 튀어나오면 몸을 피하기 위해 나무 위를 타고 올라가거나 은폐할 수 있는 장소를 머릿속에 그리며 길을 올라갔다. 다행히 멧돼지는 잠을 자러 갔는지 조용했고 나 홀로 대자연속에 파묻힌 듯, 울렁거리는 가슴으로 성주봉 꼭대기를 향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무당버섯이고 독버섯이란다.
▲ 위협적으로 생긴 빨간 버섯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무당버섯이고 독버섯이란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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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상주'답게 숲속에는 각종 이름 모를 버섯들이 가득했다. 새빨간 버섯이 신기해 사진도 찍었다. 색깔로 봐서는 무시무시한 독버섯처럼 보였다. 마음먹고 산을 다니면 송이버섯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해본다. 예전에 상주가 고향인 한 지인이 가을 무렵에 송이버섯을 한가득 따가지고 와 사람들과 함께 참기름과 소금에 찍어 맛있게 나눠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빨간 버섯을 뒤로 하고 조금 더 올라간 성주봉 중턱에는 헬기로 실어온 자재가 한 켠에 쌓여 있었다. 최근에 만든 듯한 나무계단이 산속 나무 사이로 잘 정비되어 있었다. 암벽지대라서 사람들이 오르기 편하게 만든 나무계단이다.

계단 옆으로는 경사가 꽤나 있음직한 거대한 암벽이 보였다. 자칫 발을 헛디뎠다간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딱 좋은 곳이다. 사람들은 모험을 즐기는지라 제법 많은 이들이 암벽 위를 아슬하게 지나쳐갔으리라. 나 또한 암벽 끝의 낭떠러지가 궁금해 다가가고픈 충동을 무서움과 동시에 느꼈다. 사람이 자연에 취하게 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산속 절경 암벽지대다.

성주봉은 온통 암벽으로 이뤄져 있어 오르기 쉽지 않은 산이지만 나무계단으로 인해 노약자들도 쉽게 산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 헬기로 자재를 날라 만든 나무계단 성주봉은 온통 암벽으로 이뤄져 있어 오르기 쉽지 않은 산이지만 나무계단으로 인해 노약자들도 쉽게 산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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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산이지만 암벽으로 뒤덮혀 있어 스릴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많다.
▲ 미끄럼 방지용 줄 작은 산이지만 암벽으로 뒤덮혀 있어 스릴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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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의 끝자락에도 안전을 위해 줄을 이어놓았다. 성주봉 꼭대기를 향해 오를수록 암벽으로 이루어진 성주봉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어디선가 물이 내려오는지 길이 다소 질퍽했다.

저 아래 보이는 마을 풍경을 보기 위해 한 암벽 끝에 다가가 보았다. 아뿔싸! 그다지 경사가 크지 않은 곳이었지만 이상하게도 힘없이 미끌어졌다. 그만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찧게 되었다. 아찔했다. 몸의 균형을 잡기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 더 이상 미끄러지지는 않았지만 2m 바로 앞은 가파른 낭떠러지였다.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고 산속의 영험한 기운이 위험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도 없는 산속을 홀로 여행하다가 이런 곳에서 굴러 떨어지게 되면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지나 않을까. 순간 무서움과 함께 모험의 스릴을 맛본 것 같기도 했다. 행여나 있을지 모를 낭떠러지 귀신의 존재가 두려웠다. 두 번 다시는 낭떠러지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비를 피하기에 딱 좋은 모양의 바윗돌이 보였고, 그 아래에는 나무로 거칠게 만든 사다리가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조자룡이 성주봉에서 무예를 연마했다?

혹시나 바위 밑에 잘못 들어갔다가는 육중한 바위가 나를 덮치지 않을까 지레 염려도 해보았다. 자세히 사다리 위를 보니 빨간 바가지 2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중국 삼국시대 조자룡 장군이 이곳에서 물을 마시며 무예를 연마했다는 전설이 있다.
▲ 바위속 샘물 중국 삼국시대 조자룡 장군이 이곳에서 물을 마시며 무예를 연마했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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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속에 샘물이 나오는 모양이다. 기이한 바위 속에 물이 고여 있었다. 팔을 뻗어 담아 한 모금 마시니 영험한 성주봉의 기운을 들이킨 느낌이 들었다.

물을 마시고 나와 보니 그 때서야 이 바윗돌의 이름과 유래가 적혀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말 그대로 '바위 속 샘물'이었다. 삼국지의 조자룡 장군이 무예수련을 위해 거주했던 곳이란다.

우리나라 상주의 산속에 중국의 조자룡과 관련된 장소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반도 또한 대륙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드넓은 중국대륙과 만주벌판을 누비며 호령하던 멋진 영웅들이 탄생했던 곳은 아니었을까. 그런 상상을 한 번 해본다.

푯말에는 바위 속 샘물에서 성주봉 정상까지 300m가 남았단다. 단숨에 달려 올라갈 수 있는 거리라 생각이 들어 정상에서의 멋진 절경을 기대하며 올라갔다.

높고 육중한 바위 사이의 길을 지나쳐 오니 바로 앞에는 또 이상야릇한 광경이 펼쳐진다. 무덤이다. 어떻게, 왜, 누가 이 산 꼭대기에다가 산소를 만들었는지 참으로 신기했다. 이 주변은 마치 영혼들의 쉼터 같은 기분도 들었다. 등골이 살짝 오싹해져와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주변을 흘깃 둘러봤지만 다행히 따라오는 귀신은 없었다.

산 꼭대기에서 만난 무덤으로부터 누군가가 무덤 속에서 뛰쳐나올 것만 같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 성주봉 정상 부근에 있는 무덤 산 꼭대기에서 만난 무덤으로부터 누군가가 무덤 속에서 뛰쳐나올 것만 같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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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지나 100m쯤 갔을까. 어느 순간에 성주봉 정상에 다다랐다. 성주봉 정상에 오르니 장관이 펼쳐쳤다. 막걸리로 유명한 은척양조장을 품은 은척마을이 아래로 보인다. 주변의 여러 봉들이 빚는 광경이 일품이었다. 동쪽에서는 해가 떠올라 다소 구름 낀 하늘 아래로 비쳐졌다. 그 빛의 향연에 취할 것 같았다. 머리 위로는 바람이 불며 구름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야호"하고 소리쳐 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침 이른 시각에 이 멋지고 경이로운 성주봉을 찾는 이는 나 혼자뿐이었다.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진 아담한 분위기가 정겨운 곳이다.
▲ 성주봉 정상을 알리는 비석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진 아담한 분위기가 정겨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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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6m를 알리는 성주봉 정상의 비석 앞 바윗돌에 앉았다. 고요했다. 적막감이 감도는 성주봉의 정취를 온 몸으로 냄새 맡았다. 주변의 경관을 둘러보니 신선이 된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발가벗고 춤을 춰도,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을 곳이다. 한가롭고 가슴 벅찬 대자연의 자유로움이 나의 온 몸을 휘감는 듯한 멋진 곳이다.

옛적에 조자룡 장군이 걸터앉았을 법한 넓적한 바윗돌 위에 앉아 쉬었다. 언젠가 이곳을 다시 찾게 되면 시원한 은자골 막걸리를 들고 와 마시며 그윽한 시선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다. 그 기분을 다시 한 번 만끽하기를 다짐하며, 가슴 벅찬 감동을 뒤로 한 채 훗날을 기약하고 내려왔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이상하게도 온 세상을 다 가질 듯한 호연지기가 자연스럽게 샘솟는다. 다가오는 가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속세의 사람들을 반길까 기대된다.

혼자가게 되면 낭떠러지 귀신과 멧돼지와 산속 정령들이 짖궂은 장난을 걸지도 모를 곳, 성주봉을 찾을 때는 반드시 2명 이상이 함께 오르기를 권유하는 바이다.

하늘로부터 은은하게 빛이 내려와 축복받은 마을인 듯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 아침 햇살이 구름사이로 은척마을을 비추는 광경 하늘로부터 은은하게 빛이 내려와 축복받은 마을인 듯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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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상주 성주봉, #조자룡 전설,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수학무료동영상강의, #성주봉 바위속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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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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