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터틀 국내 메인 포스터

▲ 닌자터틀 국내 메인 포스터 ⓒ CJ E&M

미국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기세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십대 돌연변이 닌자 거북이' 네 마리가 한국 극장가에 상륙했다.

주연을 맡은 메간 폭스까지 방한해 프로모션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국내 개봉한 영화 <닌자터틀>이 어떤 성적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흥행세가 수그러들고 있는 <해적> <명량> 이외에는 마땅한 경쟁작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만화 <닌자거북이>로 친숙한 20대 관객들을 얼마나 극장으로 끌어들일지가 성패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닌자터틀>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뿌려왔다. 1990년부터 3편의 시리즈로 제작되었던 <닌자거북이>가 특별 제작한 탈을 쓰고 액션신을 소화하며 어린이영화다운 시각효과를 뽐냈다면, 2014년작 <닌자터틀>은 최첨단 3D 기술을 동원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흥미롭게 볼 만한 작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쏟아졌다.

현재까지의 만족스런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일부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고는 있지만, 추억의 만화 <닌자거북이>가 최첨단 기술력으로 스크린을 통해 보여진다는 점만으로도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팬은 물론, 원작 만화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도 놓칠 수 없는 관람의 기회가 될 것이다.

스크린으로 들어온 만화 속 주인공들

영화는 만화의 기본적인 설정을 그대로 따른다. 뉴욕시의 하수구에서 살아가는 돌연변이 거북이 네 마리가 스승인 돌연변이 쥐의 가르침 아래 동양 무술을 섭렵하고 뉴욕의 악당들을 제압한다는 코믹북의 이야기를 말이다. 페퍼로니 피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것도,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대는 것도 그대로다. 여기에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힙합음악의 재능이 추가되었다. MC 마이키가 주도하는 리드미컬한 엘리베이터 힙합신은 영화의 백미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닌자터틀>의 가장 큰 매력은 유쾌함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와 권선징악의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은 여타 히어로물만큼이나 단순해서 일부 관객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조화로움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액션신과 어우러져 한 편의 멋드러진 액션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너무도 장단이 확실한 영화이기에 장점과 단점에 매달려 영화를 해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장점에 흠뻑 빠져 러닝타임을 즐길 수만 있다면 그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닌자터틀>을 그저그런 영화로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영화 전체가 클리셰라 해도 좋을 만큼 전형적이지만, 그 전형성의 맛을 한껏 살려내고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만화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는 매개가 되기도 하고, 영화로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도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전형성을 자유자재로 비트는 오락영화

닌자터틀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인 라파엘(앨런 리치슨). 거칠지만 감성적인 거북이를 연기했다.

▲ 닌자터틀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인 라파엘(앨런 리치슨). 거칠지만 감성적인 거북이를 연기했다. ⓒ CJ E&M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선 주요 인물들이 캐릭터의 고정된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차적인 역할에 머무르기 십상이지만, <닌자터틀>에선 그런 부분을 찾기 어렵다.

특히 메간 폭스가 연기한 에이프릴은 짐이 되는 여성으로 남지 않고 닌자거북이들의 원초적 구원자이자 악당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주체적 인물로 그려진다. 뿐만 아니다. 거칠기 짝이 없는 라파엘이 감성적인 면을 드러내고 발명가 도나텔로는 가장 중요한 순간 터프가이처럼 종횡무진 활약한다. 가장 전형적인 영화가 그 전형성을 자유자재로 비틀고 있는 것이다.

클라이막스의 촌스러움을 유머로 희석시키는 것도 이런 설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결정적인 순간 라파엘의 진지한 캐릭터와 우스꽝스런 상황의 부조화를 통해 긴장을 완화시키고 웃음을 이끌어내는데, 이는 중간중간 들어간 미국식 유머들처럼 극의 긴장을 풀고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한다. 먼저 개봉한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최근 코믹스에 기반한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 자주 엿보이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닌자터틀>은 3D에 최적화된 영화다. 거북이 캐릭터부터 3D 효과를 입혀 제작한 것은 물론,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강도 높은 액션신은 입체감이 극대화된 3D 화면을 통해 볼 때에야 비로소 제 그림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가 중점을 두고 찍어낸 눈 속 추격전은 가히 일품이라 할 만하다. 눈이 쌓인 절벽 아래로 미끄러지는 거대한 트럭과 그 혼란 속에서 제각기 활약하는 네 마리 거북이들의 모습은 올 한 해 최고의 액션시퀀스 가운데 하나로 꼽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기술이야말로 곧 완성도'라는 할리우드 테크놀로지의 표어는 <닌자터틀>을 통해 증명되었다. 팔짱을 풀고 스크린 가득 입체감 있게 전해지는 네 마리 거북이들의 좌충우돌 액션신을 감상하고 나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닌자터틀>은 8월 28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해 첫 날 5만 관객을 동원했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goldstarsky)에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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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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