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야간비행> 포스터

영화 <야간비행> 포스터 ⓒ 시네마 달


이송희일 감독의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난 28일 개봉한 영화 <야간비행>은 소수성애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소수성애자들의 남모를 고충과 사랑 이야기를 주로 담아내는 보통의 퀴어 영화들과 달리 <야간비행>은 학교폭력, 입시지상주의, 재개발, 노조투쟁 등으로 감독이 드러내고자하는 외연을 확장시킨다.

학교에서 서울대 기대주로 촉망받는 용주(곽시양 분). 하지만 어디 하나 빠짐없이 반듯한 모범생 용주에게는 남들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다. 중학교 시절 가장 절친한 친구였으나 지금은 사이가 멀어진 학교 일진 기웅(이재준 분)을 흠모하던 용주는 결국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용돌이에 빠진다.

큰 줄기만 놓고 보자면 <야간비행>은 남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소년이 커밍아웃을 통해 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 퀴어 성장 영화다. 하지만 용주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남앞에 드러내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다.

 영화 <야간비행> 한 장면

영화 <야간비행> 한 장면 ⓒ 시네마 달


내신 1등급인 용주가 게이임이 들통난 순간 성진(김창환 분)을 위시한 학교 일진들은 물론 용주의 오랜 친구인 기택(최준하 분)마저 일제히 혐오감을 드러낸다. 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는 잔인한 폭력과 린치가 가해진다.

그런데 <야간비행>에서는 소수성애자임이 밝혀진 용주에게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중학교 시절 용주, 기웅과 친했던 기택은 학교 일진에게 '펀치머신'이라고 불리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이다. 하지만 대놓고 벌어지는 학생들 간의 괴롭힘 못지 않게, '성적'으로 학생들에게 가하는 학교와 어른들의 폭력 또한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기택이 성진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용주에게 전해들은 담임(현성 분)은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친구에게 관심을 끄고 공부에만 전념할 것을 강요한다. 아들이 학교 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막강한 사회적 지위와 재력을 가진 성진의 부모에게 굽실거리는 기택의 엄마는 오직 아들의 성적 향상에만 관심을 두는 듯하다.

 영화 <야간비행> 한 장면

영화 <야간비행> 한 장면 ⓒ 시네마 달


오직 학생들의 성적과 부모가 가진 부와 권력에 의해 학생들을 줄 세우는 학교에서 소수성애자인 용주와 장기간 복직 투쟁으로 밖으로 떠돌아다녀야하는 아버지(정인기 분)을 둔 기웅이 마음 두고 쉴 곳은 없어보인다. 남들과 다른 자신들의 모습에 제법 긴 방황을 이어간 두 소년은 결국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기대기로 한다.

주류 사회의 룰 외의 '다름'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소수성애자로 커밍아웃한 용주와 기웅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어깨에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기에 이들은 묵묵히 자신들 앞에 놓여진 가시밭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동성애자에 국한 되지 않는 이 시대 모든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된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다. 김남길, 진이한, 한주완, 이이경에 이어 이송희일 감독이 발굴한 또 다른 신예스타로 이름을 올릴 곽시양과 이재준의 열연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8월 28일 개봉.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야간비행 이송희일 감독 곽시양 이재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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