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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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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8사단 가혹행위 사망 사건 가해자들이 이 사건의 핵심증인에게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이거 살인죄예요"라고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보강조사에 나선 군 검찰관에게 핵심증인 김아무개 일병(조기 전역)이 진술했던 내용으로, 군 당국의 1차 수사와 공소 제기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까지 군 수사기관과 군 검찰은 사고 직후 가해자들이 폭행의 전 과정을 목격한 김 일병에게 "(사건이 났을 때) 자고 있었던 걸로 해달라"라고 부탁했다는 사실만 파악하고 있었다.

가해자들 스스로가 사건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김 일병의 진술은 이 사건이 공론화되고 재판 관할이 28사단에서 3군사령부로 이전된 후인 지난 13일, 김 일병을 찾아갔던 3군사령부 검찰부 검찰관이 확보한 것이다.

가해자들, 핵심 증인에게 "조용히 해달라, 이거 살인죄다"

구속 기소된 사건 가해자 5명 중 하아무개 병장의 변호를 맡은 김아무개 변호사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8월 13일 자 김 일병의 진술조서에 의하면, 지난 4월 7일 오전 피고인들 스스로 김 일병에게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이거 살인죄예요'라고 말한 사실이 기재돼 있다"라면서 "이는 군 당국의 최초 수사가 매우 부실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가해자들이 입막음을 시도했던 4월 7일 오전은 전날 오후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진 윤 일병이 사경을 헤매고 있었을 시점으로, 가해자들이 헌병의 수사망에서 벗어나 핵심증인을 대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군 초동수사에 허점이 있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헌병의 유족 대상 수사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윤 일병이 쓰러진 4월 6일 오후 헌병 수사관이 윤 일병이 거쳐간 국군양주병원과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출동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만약 이 수사관이 윤 일병의 신체 상태를 직접 확인했다면, 구타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고 즉각 수사에 착수했어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지적이다.

헌병, 진술서만 받고 별다른 조치 없었다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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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헌병은 이날 오후 8시 30분께 가해자들의 진술서만 받고 별다른 조치 없이 '다음날 사고 원인 및 병영부조리에 대해 정밀 조사하겠다'고 통보한 뒤 철수해버렸다. 헌병은 이 사건의 결정적 제보자 A상병이 지휘관에게 이날 오후 10시 40분께 전화로 사건의 전말을 제보한 뒤에야 구타·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가해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4월 7일 오후 1시가 넘어서 이뤄졌다. 사고 당일 헌병이 아무런 조치 없이 철수하고 소환조사가 이뤄지기까지 무려 17시간 동안의 공백이 발생했고, 이 사이 가해자들이 윤 일병의 수첩을 찢고 핵심증인에 대한 입막음 시도를 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지금 단계에서 진술조서 전문을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사건을 은폐할 이유가 없고 수사와 기소도 완벽했다는 국방부의 부실 발표가 계속된다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핵심증인 김 일병의 수사기록 일체를 공개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헌병대 수사에서 김 일병이 진술했던 내용이 정작 군 검찰의 공소사실에서는 빠진 사실을 폭로하고, 주요 범죄사실을 누락하고 핵심증인에 대한 조사도 소홀히 했던 28사단 검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을 요구한 바 있다(관련 기사 :"'핵심 증인 충분히 조사했다'는 군 검찰, 사실과 달라").

김 변호사 "수사착수 지연, 허위사실 기재 등 드러났다"

김 변호사는 육군 28사단 가혹행위 사망 사건 수사과 관련해 ▲ 수사착수 지연 ▲ 수사보고서에 허위사실 기재 ▲ 유족의 수사기록 열람 요구 묵살 ▲ 부검 전 사인을 질식사로 기재  ▲ 가해자 이아무개 상병이 피해자의 정수리를 8회 가격해 피해자가 침상에 쓰러진 사실을 공소장에 누락 ▲ 군 검찰관의 사인규명 노력 부족 ▲ 중요 증인에 대한 조사 부실 및 증인 신문 누락 등이 드러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점들을 들어 "국방부는 군 사법기관이 사건을 은폐할 이유가 없다고 발표하기에 앞서,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조사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지난 26일 3군사령부가 진행하기로 돼 있는 재판을 국방부로 이관해 달라는 취지의 관할이전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김흥석 육군 법무실장이 28사단 검찰부의 수사가 탁월했다는 의견을 표명한 만큼, 김 법무실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3군사령부 법원과 검찰부가 진행하는 재판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윤 일병 사건 재판관할 이전 문제는 다음 주초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윤일병, #군대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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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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