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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일본식 용어를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짬뽕... 일본식 용어를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 추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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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아주 '짬뽕'이 되어 버렸다. 고급스러운 대상을 나타낼 때는 영어를 쓰고, 중간쯤인 대상은 한자어를 쓰고, 제일 낮출 때는 순수한 우리말을 쓴다.

예를 들면, '누드'는 예술 표현에 쓰고, '나체'는 옷을 입지 않은 상태를 나타내는 보통말로 쓰고, '알몸'은 천박하다는 의미를 담아서 쓰는 식이다. 문화적 사대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8월 29일, 경술국치일을 맞아 일본식 표현이 우리말을 얼마나 오염 시키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국치일은 1910년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날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하지만 아침에 받아든 조간신문에는 국치일에 대해 한 마디의 언급도 없다. 그렇다고 관공서가 이날을 되새겨 특별한 행사를 한다는 소식도 없다. 학교들도 그냥 지나쳐 버리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높은 나라일까?

우리말처럼 쓰이고 있는 일본식 표현들을 없애야 한다. 한국인들이 '짬뽕' 등등 일본말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일본인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1910년 식민지가 되고, 1945년 해방이 된 우리나라에서 일본말이 한국어인 양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일본말인 가감(加減) 대신 우리말인 '더하고 빼기'를 써야 한다. 가감승제(加減乘除)를 버리고 '덧셈·뺄셈·곱셈·나눗셈'를 써야 한다. 가건물(假建物), 가계약(假契約), 가등기(假登記), 가매장(假埋葬), 가불(假拂), 가사용(假使用), 가압류(假押留) 등등 가(假)를 앞에 붙인 말들은 모두 버려야 한다. '임시 건물, 임시 계약, 임시 등기, 임시 매장, 임시 지급, 임시 사용' 등으로 바꿔쓰면 될 일이다.

가봉(假縫)은 '시침질'로 바로잡아야 한다. '임시 다리'를 가교(假橋)로 표현하는 것도 옳지 않다. "한류 문화는 우리나라와 아시아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식으로 표현해놓고 멋진 문장이라고 자부해서는 안 된다.

역할(役割)도 일본식 표현이다. '구실, 할일'이 훨씬 아름답다. "그 가디간(cardigan) 예쁘네"식 일본 발음도 버려야 한다. 서양말을 소리내면서 왜 하필이면 일본식으로 발음하는가? 정 서양어를 써야 한다면 "카디건"이 맞다. 가디간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닭도리탕.. 일본식 표현이다.
 닭도리탕.. 일본식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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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은 일본인들의 음식이고, 우리나라 음식은 닭볶음탕이다. 소리가 다르면 사물 자체가 다르다. 왜 우리나라 닭볶음탕을 먹으면서 일본음식 닭도리탕을 먹는다고 말하나?

아이들이 집을 나갔다고 해서 가출(家出)이라고 하지 말자. 그 역시 일본말이다. '집 나감'이라는 우리말을 써서 안 될 일이 없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던 그 아이가 가출했다"고 하지 말고 "아버지의 폭력에 살리던 그 아이가 집을 나갔다"고 하면 일본식 표현도 없애고, 한자어 아닌 우리말 쓰기도 되니 이래저래 바람직하다.

앞에 든 문장 고치기는 가필(加筆)이 아니라 '고쳐쓰기'이다. 간식(間食)이 아니라 '샛밥, 새참, 군음식'이다. 근래 국회가 국정 감사(監査)를 하네 마네 시끄럽지만, 국회가 하는 일은 행정부를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 또는 '검사'를 하는 일이다.

할인... 일본식 표헌이다.
 할인... 일본식 표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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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에 너무 오염되었다. 온 나라를 일본말 '할인(割引)'이 뒤덮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 '덜이'를 쓰면 얼마나 좋은가? "우리말을 갈고 닦아서 잘 쓰는 일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민족 의식도 드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생각(고려, 참작)하자"고 하면 될 일을 무엇 때문에 "우리말을 갈고 닦아서 잘 쓰는 일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민족 의식을 드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감안(勘案)하자"고 일본식으로 말할 것인가?

우리말을 살리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 즉, 민족 의식을 드높이는 일에 애를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 모자란다. 심지어는 '**동 주민센터'식의 일본투 이름을 동 사무소 건물에 붙이는 정도다. '대구 학생 문화 센터', '소비자 보호 센터' 등에 왜 중앙(center)이 붙나? 군국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일본식 표현을 관공서가 앞장서서 쓰고 있으니 큰일이다.

**센터는 일본식 표현이다.
 **센터는 일본식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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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幼致園)도 하루 빨리 버려야 할 일본식 이름이다. 유치하다는 말은 수준이 낮다는 뜻이다. 수준이 낮은 아이들이 다니는 곳을 가리키는 이 이름은 독일의 킨더가르텐(Kindergarten)의 일본식으로 번역한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을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은 결코  교육자들의 올바른 인식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1897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유치원 명칭은 아직도 변함없이 쓰이고 있다. 중국은 1945년 즉시 유치원을 유아원으로 바꾸었다. 1941년부터 사용된 국민학교를 1996년 초등학교로 바꾸는 데 51년이나 걸렸던 우리나라가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꾸는 데는 117년이 지났는데도 그냥 방치하고 있다. 일제 잔재 청산이 왜 이렇게 힘이 드나?

교육법에는 '유아 학교'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일본식 이름인 '유치원'을 쓰고 있다.
 교육법에는 '유아 학교'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일본식 이름인 '유치원'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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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사례가 너무 많아 하나하나 살펴가며 언급하기가 어렵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일본어 투 용어 바로잡기>를 첨부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태그:#국립국어원, #일본식 용어, #국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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