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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9일 오전 9시 16분]

성매매인 '조건만남'과 상습폭행에다 시신을 훼손해 암매장했던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었던 이른바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28일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판사 차영민·조형우·황여진)는 김해 한 여자고등학교 1학년생 피해자(15)를 살인·사체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아무개(15), 허아무개(15), 정아무개(15)양과 피해자를 유인해 성매매를 시킨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아무개(24)씨에 대한 3차 공판을 벌였다.

남성 3명과 피해자를 포함해 10대 여성 5명은 부산과 김해, 울산, 대구로 이동하면서 모텔 등에서 '조건만남'을 해왔다. 가출했던 피해자가 집에 돌아간 뒤 성매매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피고인들은 교회에 있던 피해자를 데리고 울산으로 갔던 것이다.

피해자는 대구에서 사망했고, 피고인들은 창녕 과수원에 암매장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시신을 훼손하기도 했다. 피고인들은 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됐고, 남성 이아무개(25), 다른 이아무개(24), 허아무개(24)씨와 양아무개(15)양은 대전에서 40대 남성 살해 혐의로 잡혀 현재 대전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창원지방법원.
 창원지방법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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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는 피고인 양아무개양과 아는 사이인 김아무개(16)양과 공범 양아무개(15·대전구치소 수감)양이 증인으로 나왔다.

증인 심문에 앞서, 차 부장판사는 피해자 아버지가 제출한 의견서를 읽었다. 피해자 아버지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거나 "처벌을 받아야 한다", "김해에 살 수 없어 이사를 했다", "피고인 측과 합의가 없었다"는 의견을 냈다.

차 부장판사는 취재기자들에 대해 "피고인 등의 신원이 알려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고, 검사·변호사에 대해 피해자의 이름을 거론하지 말고 '피해자'라 불러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피고인들은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조건만남에서 하루 120만 원 모았다고 하더라"

증인으로 나온 김아무개양은 검찰 심문에서 "피해자를 감금하는 등 죽게 한 이야기를 옆방에 있다가 대충 들었다"며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변호인 심문에서 김양은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로 해달라거나 (남성들에 의해) 이야기를 들은 사람도 죽게 되고 양양도 죽게 된다고 하더냐"는 물음에 "그런 말은 못 들었다"고 대답했다. 또 김양은 "(남성들이) 가출 여학생을 모아 조건만남으로 돈을 벌도록 한다고 했고, 하루에 120만 원도 모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양은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피해자를 때리라 하고 때리지 않으면 자신들을 때리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 것을 아느냐"는 물음에 "시켜서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대답했다.

"남자들이 돈 관리했다"

대전구치소에 수감 중인 공범 양아무개양이 증인으로 나왔다. 양양은 피고인들과 함께 생활해 왔던 것이다. 양양은 검찰 심문에서 "남자들이 돈 관리를 했다"거나 "울산 가는 차 안에서 조건만남 한 사실을 아버지한테 왜 말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8명은 차량 1대로 함께 타고 움직였다는 증언도 했다. 그는 "울산 모텔에 있을 때 처음으로 때렸고, 남자들이 옆에서 분위기를 만들었고, 여자들이 피해자를 때렸다"거나 "허양은 피해자를 때리지 않고 나머지 3명이 때렸다", "피해자가 페이스북에 접속했다고 해서 남자들이 때렸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피임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고 해서 때렸다", "남자들은 너희들(여자)도 공범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피해자를 때리라고 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도망을 가지 못하게 했고 감시를 했다", "냉면 그릇에 소주 2병을 부어 피해자가 마시도록 했다", "남자들이 밥을 시켜 주지 말라고 했다", "남자들이 뜨거운 물을 피해자한테 부어라고 여자들한테 시켜서 3명이 했다"고 진술하거나 검사의 물음에 "맞다"고 대답했다.

증인 양양은 "남자들이 죽고 나서 자살한 것처럼 해야 한다고 했다"거나 "남자들이 삽 등 매장에 필요한 도구를 사왔다"고, "남자들이 5가지 수칙을 정해 따르도록 했다" 등의 진술을 했다.

변호인 반대심문에서 양양은 "모텔 방 2개를 잡아 하나는 조건만남을 하고 있어 피해자를 폭행하는 장면을 거의 보지 못했느냐"거나 "검찰 조사할 때 조사관이 말해주어 알게 되었고 직접 목격보다는 다른 사람한테 들었던 것을 진술했느냐"는 물음에 "네"라고 대답했다.

양양은 "허아무개씨가 뜨거운 물을 붓도록 시켰다", "허씨가 피해자를 때려라고 시범을 보여주었고, 몸이 날아갈 정도로 쎄게 때렸다", "허씨가 피임을 하지 않아 임신하게 되면 누구 욕 먹을 거냐고 했다", 조건만남으로 번 돈을 다 같이 쓰는 줄 알았는데 여자들한테는 주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또 그는 "이씨는 보복범죄 전력이 있다며 겁을 주었고 도망가거나 신고하면 당할까 두려웠다", "남자들은 여자들 끼리 싸우도록 했고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안 싸우면 진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남자들이 때리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그 때는 못했다", "남자들 끼리 피해자를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는 진술도 했다.

차영민 부장판사는 "피해자와 여자들은 아는 사이냐"고 묻자 양양은 "나쁜 사이는 아니었다"고 대답했다. 남자와 여자들이 사귄 경우도 있었는데, 양양은 "조건만남에 이용하려고 사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차 부장판사가 "탈출할 수 없었느냐"고 묻자 양양은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무서웠다. 도망가더라도 남자들이 찾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증인은 "사체 훼손할 때 남자들만 했다", "매장할 때 같이 있었지만 얼굴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 마지막에 차 부장판사는 "이 자리에 피해자 아버지가 계시면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달라"고 물었다. 이에 아버지는 방청석에 앉아 "딸이 집에 왔을 때는 남자 셋, 여자 셋이 있었다고 했다", "딸은 술을 전혀 못했다"고 말했다.

공판은 이날 오후 3시에 시작해 중간에 5분가량 휴정한 뒤 6시 40분까지 열렸다. 이날 법정에는 여성 피고인들의 가족들도 나와 지켜보았다.

다음 공판은 9월 25일과 26일(각 오후 2시) 연이어 열기로 했으며, 남성 피고인 3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태그:#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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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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