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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8일 오후 6시 31분]

황우여 교육부 장관 취임 후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역사학계가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가가 교과서 집필에 개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취지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토론회도 열었다.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등 7개 단체는 28일 성명을 발표하고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국정제가 도입되면 역사 교육과 연구는 물론 한국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상 통제가 극심한 국가에서나 시행하는 제도"

이들은 국정교과서 제도는 "OECD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조선총독부조차 중등 교육과정에서는 시행한 바 없다"며 "사상통제가 극심한 일부 국가에서만 시행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또한 "역사교육이 획일화되면 민주사회 발전과,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폭넓은 사고를 지닌 시민을 키우기 어렵게 된다"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정권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는 교과서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역사교육을 둘러싼 정치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증폭될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 단체들은 "이런 이유로 보수와 진보,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막론하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1992년에 헌법재판소가 국정제에 대해 위헌은 아니나 결코 바람직한 제도도 아니라고 판시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들은 "교육부 장관의 소신과 교육부의 움직임을 볼 때 국정제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 장관은 새누리당 대표 시절인 지난 1월 "6·25전쟁에 대해 북침론과 남침론을 서술한 교과서가 병존"한다는 근거 없는 사례를 제시하며, 발행제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장관 후보 청문회 자리에서도 "역사는 국가가 한 가지로 가르쳐야 국론 분열의 씨앗을 뿌리지 않을 수 있다"며 국정제로 전환을 예고했다. 이 연장선상으로 지난 26일 교육부는 여론을 수렴한다며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에 역사학계는 "정권마다 다르게 상정할 수 있는 국론에 입각해 국정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국론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사학자, 역사 교사 입모아 "국정교과서는 유신시대의 잔재"

한편 이날 오후 대우학술재단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역사 교사와 학자들은 국정교과서 제도는 과거 유신 체제가 남긴 잔재이며 경직된 역사 인식을 불러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역사교육학회와 한국역사연구회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과 부작용'이라는 주제로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윤세병 유성생명과학고 교사는 "국정제는 유신시절인 1974년에 도입됐는데, 당시에도 경직된 역사 인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 대부분의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가 반대 입장을 표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생이 역사를 다양하게 이해하는 걸 국정교과서가 방해한다면 이는 학습권 침해"라고 지적한 뒤 "여러 종의 교과서가 발행되어야 우수한 교과서가 나오고, 교사나 학생들도 자신의 역사관을 살릴 수 있는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방지원 신라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는 외국의 역사교과서 발행 제도와 비교해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OECD국가 중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국가는 한 곳도 없고, 북한과 베트남 정도만 국정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베트남도 최근 교육 개혁의 흐름 속에서 교과서 제도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 교수는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실시하고 있는 프랑스를 예로 들며 "교육부에서 교육과정을 발표하면 누구든 교과서 시장에 뛰어들 수 있으며, 개발, 발행, 선정, 공급에 관한 그 어떤 공식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별도의 검정 또는 인정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도 교사들에 의해서 교과서가 검열되고, 부적절한 교과서가 시장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믿음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고 말했다.


태그:#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황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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