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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유민 아빠 단식 중단 소식 들려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족들과 새누리가 두 번의 만남을 가졌는데 그 만남의 성과가 유민 아빠의 단식 중단이다. 중단은 우리가 두 차례 만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들었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28일 오전,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단식을 중단했다. 46일째, 실로 기나긴 투쟁이었다. 그 투쟁에 누구는 지지 단식으로, 누구는 각자의 방식으로 동참했고, 누구는 헐뜯기 바빴다. 그리고 김영오씨는 이제 복식과 함께 극도로 쇠약해진 육체를 회복해 나가며 "국민과 함께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한다.

그 반대편, 부끄러울 이들이 한 무더기다. 유경근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새누리당을 겨냥해 재차 부끄러운 줄 알라고 호통을 쳤다. 핵심은 현재와 미래에 있다. 단식을 중단한 김영오씨는 특별법 협상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다시 광화문 광장에 서겠다고 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새누리당과 유가족 대표들이 만난 협상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그동안 양자 간 얼마나 불신이 깊었는지에 대해 입장차가 컸다는 것만 확인하는 자리였다. 마치 자기들이 대화를 해서 진전이 있었고 그래서 단식 풀었다는 것은, 누차 강조하고 (유가족이)요청했던 참사와 가족들을 정략적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던 우리의 바람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러한 입장을 철회하거나 사과하지 않는다면, 가족과의 대화가 진심어린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대화를 중단할 수 있음을 말씀드린다. 새누리당, 더 이상 착각 말고 부끄러워하세요." 

한심한 여당 흑색선전 먹히는 '기계적 균형'의 나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3일째 단식 중인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이혼한 뒤 가장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올레스퀘어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 봉사단, 나라사랑실천운동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 김영오씨에게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보수단체 "김영오씨 누구 위해 단식하는지 밝혀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3일째 단식 중인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이혼한 뒤 가장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올레스퀘어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 봉사단, 나라사랑실천운동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 김영오씨에게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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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도 자유지만, 여당의 이러한 '마타도어(흑색선전)'는 한심을 넘어 절망 수준이다. 저들의 수준이 원래 저랬지 않았었냐는 비관론으로 눙치기엔 폐해가 심각하다. 일례로, 폭식투쟁으로 김영오씨를 조롱했던 애국보수단체의 퍼포먼스는 목불인견이 따로 없었다. 단식과 청와대 앞 밤샘 농성을 이어가는 유가족들의 모습에 일말의 측은지심도 보이지 않고 내동댕이친 저열한 행태를 이제는 일부 대학생들이 이어간단다.

자유대학생연합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단식투쟁보다 10000배는 더 위험한 '폭식투쟁'에 돌입한다"고 알리며 28일 광화문 광장에서 '폭식투쟁'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이미 SNS 상에서는 그 애국단체 회원들이 치킨과 자장면을 먹는 보도 사진들이 공분을 일으킨 상태다. '김영오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김진요)'란 이름을 내건 이들의 릴레이 맞불 시위는 주로 노년층이나 중장년 여성들이 주인공이었다.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이들의 퍼포먼스는 그간 김영오씨의 단식을 헐뜯기 바빴던 보수언론의 흠집 내기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고 김유민양 외삼촌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무분별하게 보도하고, '황제국궁'을 탄생시키고, 슬픈 가정사를 캐며, 진도체육관에서의 김영오씨 얼굴을 찾아내어 급기야 둘째딸을 언론에 나서게 했던, 수치심 없는 '기레기'들.

의도된 국론분열을 완성시키기 위해 어떻게든 균형을 맞추려는 '기계적 좌우'의 나라. 그 슬픈 현실에 일조해나가는 이들. 역지사지 해 보자. 그들은 자신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같은 고난에 처했을 때 누구에게 연대와 연민을 구할 것인가.

정부 여당? 청와대? 그들의 열쇠 말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일 것이다. 막말 논란을 일으킨 뮤지컬 배우(라는) 이산씨 역시 김영오씨에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렇게 그 중심엔 유족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것을 넘어 철저히 무시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한다. 

뮤지컬 관람한 박근혜 대통령의 멘탈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 상명아트센터에서 열린 융복합 공연 '원데이(One Day)'를 관람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무대로 향하고 있다. 이 공연은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주제로 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 상명아트센터에서 열린 융복합 공연 '원데이(One Day)'를 관람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무대로 향하고 있다. 이 공연은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주제로 한 것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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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뮤지컬 <One Day>를 관람했다고 한다. 영화 <명량>을 관람하며 천만관객 흥행에 숟가락을 얹었던 지난 6일에 이어 고작 3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재개한 문화행사 관람이다.

실로 대단한 '멘탈'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노숙 투쟁을 해도 끄떡없다. 오히려 CCTV 방향을 바꿔 세월호 유가족들을 감시했다. 경찰버스로 차벽을 쌓아 일반시민들의 시선을 차단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드나들 수 있는 청와대 앞을 김영오씨에겐 허락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뭐가 그리 무서운가.

반면 외적으론, 박근혜 대통령은 당당하기 그지없다. 세월호 청문회를 틈타,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앞세워 '민생경제'를 표방한 형국이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외면하는 그에겐, 경제만 있고 민생은 없다. 그저 구호만 있을 뿐이다. 무엇이 대통령을 그리 당당하게 만드는가.

외눈박이와도 같은 50% 지지율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남부지방에 상륙하던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했다고 맹폭을 했던 언론과 일부 지지자들에게 '세월호 정국'은 태평성대와도 같아 보인다.

성채 안에 살고 있는 '왕족' 박근혜 대통령 역시 같은 생각일 터. 면담을 요청하는 국민이 40일 넘게 단식을 해도 눈길하나 주지 않는 대통령. "이명박은 몰래 나빴다면 박근혜는 대놓고 나쁘다"는 한탄은 그래서 시의 적절하다.

박근혜 민낯 확인한 46일, 기나긴 싸움 준비해야

세월호특별법제정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을 해 온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 입원실에서 단식 중단을 선언하고 침대에 누워있다.
 세월호특별법제정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을 해 온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 입원실에서 단식 중단을 선언하고 침대에 누워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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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안 되고 있다. 저도 당도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해 송구하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겠다."

28일 단식을 중단한 문재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역할론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할 순 있다. 그러나 그의 단식은 상징적이든 실질적이든 충분한 의미를 남겼다. 대여 압박용이든 야당 각성용이든 여론 환기용이든 말이다.

지난 대선의 유력 야당 후보가 몸소 단식을 자청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보듬는 자세를 취한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한 대비효과를 확인했다. 거짓눈물 뒤에 감춰진 싸늘하기만 한 박근혜 대통령의 맨얼굴 말이다.

일반 시민은 물론 종교계와 문화계, 교육계 등 각계 단체 인사들이 단식에 동참한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대통령. 그저 염수정 추기경과 같이 "세월호의 아픔을 이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만 청취할 만한 대통령. 다행히도, 김영오씨는 단식을 멈췄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분노만큼은 더 커져 가고 있다. 김영오씨의 결의처럼 기나긴 싸움이 될 것만 같다.


태그:#김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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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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