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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검찰은 최근 몇 년간 해외수출용으로 만들던 가짜와인 제조업자와 유통업체 등을 적발했다.
 이탈리아 검찰은 최근 몇 년간 해외수출용으로 만들던 가짜와인 제조업자와 유통업체 등을 적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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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와인산업에 치명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만, 와인산업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와인 생산량 세계 1위', '전 세계 와인의 약 20%를 점유'라는 이탈리아 와인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라 스탐파>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탈리아 검찰은 최근 몇 년간 해외수출용으로 만들던 가짜 와인 제조업자와 유통업체 등을 적발했다. 이탈리아 세관은 레지오 에밀리아 지방 리타 판타니 검사의 지휘 아래, 2012년부터 수사를 한 결과 2800만 유로(한화로 약 374억 원) 이상을 웃도는 규모의 가짜 와인들을 적발해 압수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탈리아에선 이전에도 간간이 가짜, 짝퉁 와인들이 적발됐다. 그도 그럴 것이 고대 로마시대부터 와인 제조의 원조임을 자랑하며 세계 와인을 리드해 온 이탈리아에는 유명한 산지오베제, 네비올로, 바르베로, 코르비나 등의 레드와인용 포도 품종부터 트레비아노, 말바시아, 코르테제, 피노 그리지오에 이르는 화이트 와인 품종에 이르기까지, 와인용 포도 품종만도 무려 200여 개에 이른다.

더구나 이탈리아 와인의 85% 이상은 'EU 와인법'에서 규정한 테이블와인에 들만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또 생산방법 역시 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오로지 자연 일조량에 의존해 만드는 등, 이탈리아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와인왕국'이다.

질 낮은 포도로 만든 가짜 와인, 10배 비싼 가격에 판매

그러나 이와 함께, 안타깝게도 가짜 와인 제조도 발달하기 시작했다. 8년 전인 2006년에도 가짜 와인이 적발돼 언론에 실린 적이 있다. 그해 8월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토스카나지방의 사시카이아 위조와인 2만병과 키안티 클래식 등 한 해 650만 병을 위조해 팔아온 위조단체가 적발됐다.

2008년에는 피렌체의 장기숙성타입 고품질 와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생산업체 몇 몇이 값싸고 질 낮은 포도를 섞어 와인을 제조해 미국시장에 보냈다가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09년 12월 27일엔 피렌체 생산업체들과 가짜전문제조업자 17명이 적발돼 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 이 소식은 이탈리아 모든 와인업체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쇄신의 기회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5월 29일, 또 다시 가짜 와인 적발 소식이 전해져 와인업계를 경악하게 했다. 경찰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위조와인 3만병과 키안티 클래식, 키안티, 사그란티노 디 몬테팔코 외에 다른 종류의 Docg, Igt(이탈리아 와인등급) 와인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때 적발된 업체 중에는 세계적 유명 가수인 안드레아 보첼리 부부 소유의 와인업체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런 가짜 와인들은 명품와인의 지명도를 이용해 해외에서 무려 10배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고 한다.

경찰과 검찰 등에 적발된 대부분의 와인들은 1차 발효 후의 압착과정이나 와인의 부드러운 맛을 내는 2차 발효(MLF) 정제과정도중 질 낮은 포도나 화학물질을 섞는 등의 방법으로 제조한 것들이었다. 이 같은 경우 경험 많은 소믈리에나 와인 애호가들도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구별해 낼 수가 있다.

인체에 해로운 화학 성분 섞어 만든 '가짜 와인'

이탈리아에선 이전에도 간간이 가짜, 짝퉁 와인들이 적발됐다
 이탈리아에선 이전에도 간간이 가짜, 짝퉁 와인들이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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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근 적발된 사례처럼 인체에 해로운 각종 화학 성분들을 섞은 고숙련급 가짜 와인들이 명품와인으로 둔갑시켜 유통하는 것이나, 혹은 오랜기간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듯한 빈티지와인처럼 만들어 고가에 판매하는 경우들이다.

지난 2008년 4월 4일, 이탈리아 마피아 단체들에 의해 만들어졌던 저가 싸구려 염산와인들이(소량의 와인에 염산, 퇴비, 온갖 화학비료 등을 섞어 마치 오크통에서 장기 숙성시킨 듯한 타닌 맛과 색소를 위조한 경우), 당시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당시 문제의 와인들은 전부가 이탈리아 국내 소비용이었으며 이탈리아 정부는 EU측에 이것들이 인체에 그다지 유해치 않다고 공식통보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때와 흡사한 수법이 또다시 적발된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그 수법이 더 대담하고 발달해 와인 애호가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와인은 한 방울도 섞지 않은 채 물에 화학가루만을 넣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고급 와인들의 맛, 색, 향을 위조해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적발된 업체들은 일부가 아닌 이탈리아 전 지역을 대표하는 고급와인들을 거의 다 만들었다. 특히 와인업계는 유명한 아마로네서부터 바롤로에 이르기까지 무려 24종류의 명품와인들을 위조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에 경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검찰은 현재까지 이번에 적발된 와인들의 인체유해 여부에 대해선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이들은 이런 가짜 와인들을 이탈리아 국내소비용이 아닌, '해외수출용'으로 제조해 EU 품질인증용 마크인 DOP, IGP등을 붙인 뒤 이탈리아산 명품와인 종합세트로 만들어 팔아왔다.

본래 이탈리아에는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DOC(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IGT(Indicazione Geografica Tipica), VdT(Vino da Tavola, 테이블와인) 등의 법적으로 제정된 등급분류가 있다. 이후 EU인증기준(2006년 3월 20일)에 따라 와인들은 VQPRD(Vini di Qualita Prodotti in Regione Determinate)에 속하게 됐고 2009년 8월 1일을 기해서는 일반농산물에까지 DOP(Den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영어식 표기 PDO), IGP(Indicazione Geografica Protetta/ PGI), STG(Specialita Tradizionale Garantita)등의 인증을 도입했다. 이는 유럽 각 지역 내에서 전통적인 생산방법을 이용해 생산한 그 지역의 우수품질 농산물품들을 법적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이번에 적발된 가짜 와인들은 이 중 DOP, IGP 유럽인증을 붙여 해외에 유통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인증만을 믿고 무분별하게 선호하는 대중의 심리에 경종을 울렸다. 물론 와인 등급은 존재하지만, 그건 단지 생산방법에 따른 분류 방법일 뿐 품질등급과는 다를 때도 있다. 그 단적 예가 유명한 '슈퍼 투스칸'이다. 슈퍼 투스칸은 피렌체의 전통적인 양조방식과는 다르게 산지오베제 포도품종에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등을 섞어 독특한 맛과 향을 담는 데 성공해 소더비 등 경매장에서 샤또 라 뚜르, 샤또 라피뜨 로쉴드, 로마네 꽁띠 등을 물리치고 최고 감정가로 낙찰되기도 했다. 세계전문 와인 애호가들 중에는 이러한 슈퍼 투스칸만을 선별해 수집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러나 이런 슈퍼 투스칸들은 분류등급에는 들지 않는다. 왜냐면 등급 자체가 이탈리아 전통 양조방법을 기준으로 제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와이너리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방법채택을 위해 와인을 그냥 일반 VdT 등급에 놔둔 채 자유로운 양조방법으로 제조하는 데 전력하고 있다.

최근 명품 가짜 와인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

유럽 와이너리들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명품 가짜 와인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건, 중국 및 아시아 지역의 급증한 와인 구매욕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바른 와인문화 없이 무조건 유명브랜드와 빈티지만을 선호하는 무분별한 취향에서 가짜 와인 사태가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할리우드에서 희대의 와인 사기범들을 다룬 영화를 제작중이라고 한다. 이 영화에는 와인 수집가로 알려진 토마스 제퍼슨 전 미국 대통령의 수집와인이라고 속여 전세계 와인전문가들의 품평까지 받아낸 뒤 미국정유회사 코크 인더스트리 윌리엄 빌 코크에게 판 하디 로덴스탁과 로마네 콩띠 사기범인 루디 쿠니아완 등의 스토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뛰어난 맛과 정통성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와인을 제대로 구입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와인문화 정착도 필요하지만,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섣부른 개인적 구매보다는 신뢰와 경험을 쌓은 수입사와 유통거래망 등 공인된 창구를 통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


태그:#이탈리아, #가짜 와인, #와인, #명품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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