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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 상명아트센터에서 열린 융복합 공연 '원데이(One Day)'를 관람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무대로 향하고 있다. 이 공연은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주제로 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 상명아트센터에서 열린 융복합 공연 '원데이(One Day)'를 관람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무대로 향하고 있다. 이 공연은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주제로 한 것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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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28일 오전 11시 10분]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후, 뮤지컬 <원 데이>(One Day)를 관람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면담 요청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청와대 앞 노숙 농성은 또다시 외면받았다. 

이날 박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정무·홍보·교육문화수석 등 청와대 참모를 대동하고 공연장을 찾았다.

사회를 본 개그맨 허경환씨가 "(뮤지컬 제목처럼) 나에게 딱 하루만 주어지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어머니와 하루밖에 살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라면서 "한참 생각한 아버지가 '너무 긴 것 아니냐'고 하더라"는 농담을 하자 박 대통령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영화·공연 관람, 8월에만 두 차례... 유가족 간곡한 요청은 '외면'

박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공연을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29일에는 영화 <넛잡>을, 2월 26일에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봤다. 세월호 참사 이후 4월과 5월에는 문화 행사에 참석하지 않다가 지난 6월 25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간송문화전>을 참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영화 <명량>을 관람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나 문화 행사에 참석했다. 당시에도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정국이 꽉 막혀있고 유가족들의 면담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다소 한가해 보이는 영화 관람에 나선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뮤지컬 관람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에 보란 듯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비치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의 유가족 외면에 대해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자주 뵈면 좋겠죠, 하지만 대통령은 다른 국정이 있다"라고 엄호한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머쓱하게 됐다는 평이다.

박 대통령의 의도적인 '세월호' 무시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1일 청와대가 "세월호 특별법은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못 박은 뒤 청와대에서 '세월호'는 실종됐다.

청와대에서 실종된 '세월호'... 박 대통령의 지독한 불통

대통령의 세월호특별법제정 결단과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대통령의 세월호특별법제정 결단과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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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이 이어지고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 역할론'이 쏟아졌지만,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유가족들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의회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을 향해야 한다"라면서 야당과 유가족을 비판했다.

또 지난 22일 유가족들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청와대 인근에서 노숙 농성에 돌입한 날, 박 대통령은 '민생 행보'라며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했다. 이날은 김영오씨가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며 40일째 단식 투쟁을 하다 병원에 실려간 날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지독한 '불통'은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전염되는 모양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인근에서 5일째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철저한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인근에서 유가족들이 농성 중인데 정무수석이나 민원비서관이 현장에 나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계획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나갔느냐'는 질문에 "네,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 판에 공연 관람... 유가족에게 '2차 외상' 가한 것"

야당은 이날 박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에 날을 세웠다. 세월호 유가족과 여야 정치권의 협의가 살얼음 위를 걷듯 힘겹게 이어지고 있고, 게다가 경남 지역에 수해까지 발생한 시점에 뮤지컬을 관람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야기다.

김영근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45일째 곡기를 끊고 있는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이 절박한 심정으로 박 대통령을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라면서 "이 판에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뮤지컬 관람은) 절망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2차 외상'을 가한 것과 다를 바 없다"라면서 "염치없는 청와대"라고 꼬집었다.

반면 여당은 적극 감쌌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 이유는 융복합형 뮤지컬을 통해 문화융성과 문화산업 진흥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대통령이 챙겨야 할 국정은 안전한 대한민국은 물론, 경제살리기, 민생돌보기, 창조경제, 문화융성 등 끝도 없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고,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박근혜,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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