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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모습(자료 사진).
 2009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모습(자료 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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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권이 또 다시 흔들리는 것인가. 지난 26일 대법원은 2009년 철도노조파업에 참가한 간부들의 업무방해죄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잇달아 깨고 유죄취지로 돌려보냈다.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질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이다.

이날 대법원 3부는 강아무개(48)씨 등 전국철도노동조합 지역간부 32명이 피고인인 세 건의 상고심에서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하급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 반대와 한국철도공사의 정원감축 철회를 주장하는 철도노조파업에 참가했다. 검찰은 이후 그들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했다.

1·2심법원은 철도노조 간부들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2009년 11월 5일부터 6일까지 진행한 순환파업과 2009년 11월 26일~12월 3일까지 벌어진 전면파업은 예외로 뒀다. 당시 철도공사와 노조의 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에 사측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이유였다.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에 기초한 결정이었다.

이때 법대에 올라간 사건 역시 철도노조 파업이었다. 대법원은 2006년 파업에 참여한 집행부들의 유죄판결을 확정지으며 '전격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것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파업? "목적도 따져야" vs. "판례대로 시기가 기준"

그로부터 3년 뒤, 대법원 소부의 판단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지난 26일 대법원 3부는 예고 여부만이 아니라 파업의 목적도 살펴봐야 전격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 그 경위나 전개과정을 볼 때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닌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반대, 구조조정 철회가 주목적이었고 ▲ 사업장 특성상 업무 대체가 쉽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어도 진짜 강행하리라고 사측이 예측하긴 어려웠다는 얘기였다.

검찰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하급심은 '전격성'을 시기적으로 해석했다"라면서 "사측에 언제 파업한다고 예고만 하면 다 면책되는 걸로 해석해 전부 무죄가 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적어도 전격성을 해석할 때 목적의 정당성도 따져야 한다'는 검찰 쪽 해석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문대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이번 판결이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은 아니지만, 그 정신과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라며 "내용면에서는 후퇴고,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전격성'을 따질 때는 시기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목적의 정당성도 그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강 변호사는 지난 20일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가 '김기태(52) 전 철도노조 위원장 등의 열차 지연 운행(안전투쟁)은 심대한 혼란과 막대한 손해를 낳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무죄취지로 파기한 것과 비교해 봐도 "구분 기준이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라고 했다.

강 변호사는 지난해 파업을 주도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의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그래도 법원이 김 위원장 등을 보석 석방할 때 그 바탕에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가 깔려있다고 본다"라면서 "이번 판결이 나쁜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하급심 법원이 판례대로 올바른 판단을 하리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태그:#대법원, #철도노조,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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