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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큰빗이끼벌레와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 4대강.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채, 환경오염, 예산 낭비 등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4대강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봅니다. [편집자말]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세월호 리본을 떼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자 교황은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며 세월호 참사로 홧병 든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부쩍 '중립'을 강조하는데,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건 그냥 밀어붙이고 불리한 상황에서는 중립을 내세우는 것 같다. 범죄나 비리는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하고 엄청난 공금을 쓴 4대강 역시 비판적인 눈으로 샅샅이 조사를 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런 것을 중립적으로 조사한다면서 이쪽저쪽 주장을 다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 하다못해 건물을 한 채 지어도 공사 끝난 후 하는 감리에는 건설업자가 빠지는 게 상식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4대강 사업 평가'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013년 10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전 대통령 등 4대강사업 책임자들에 대해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형사고발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국민이 고발한다. 4대강운하사업 책임자를"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013년 10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전 대통령 등 4대강사업 책임자들에 대해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형사고발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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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과 같은 중요한 국가 사업의 경우, 사후에 결과를 모니터링해서 검증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시정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그 검증은 사업을 추진한 쪽이 아니라 제3자가 해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지금까지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온갖 거짓말로 자화자찬만 잔뜩 늘어놓어 놓았다. 그동안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고 4대강 재자연화와 복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2년 2월 학계, 종교계, 변호사, 시민단체로 구성된 '4대강조사위원회'는 이 사업의 사후 평가와 관련해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① 모든 관련 서류와 자료를 그대로 보존할 것.
② 제약 없이 독자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평가단에 부여할 것.
③ 조사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줄 것.
④ 영주댐과 같이 계속되는 4대강 부대사업들은 일단 중단할 것.
⑤ 조사 분야는 환경, 수리수문, 경제성 같은 기술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주민피해와 절차의 타당성까지도 포함하여 관련 비리까지도 조사할 수 있도록 할 것.
⑥ 문제점에 대해서는 해결방안도 제안할 것.

그러나 이 요구들은 거의 다 묵살되었다. 모든 관련 서류들이 보존되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다가 4대강사업추진본부를 아예 일찌감치 해체해버렸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서류들의 행방이 묘연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소위 4대강 사업의 파편사업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영주 댐, 영양 댐, 지리산 댐, 달천 댐 건설과 같은 사업들도 평가없이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유족들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민간으로 꾸려진 '4대강조사조사위원회'도 조사 권한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진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4대강 유역환경청, 4개 지방환경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심무경 낙동강유역환경청장. 그는 "비교할 자료가 없어 4대강 사업 후 녹조가 악화됐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진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4대강 유역환경청, 4개 지방환경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심무경 낙동강유역환경청장. 그는 "비교할 자료가 없어 4대강 사업 후 녹조가 악화됐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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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4대강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며 지난 2013년 9월 총리실 산하에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리고 조사에 필요한 모든 자료들은 관련 부처의 협조를 통해서 얻으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를 비롯해 관련 부서들은 여전히 자기들은 잘했노라는 보고를 잔뜩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자료가 조사의 기본이 된다면, 4대강조사평가위원회의 결과에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4대강사업에 대해서는 4대강조사위원회를 비롯해 시민단체들도 많은 조사를 해왔고, 관련 정보와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4대강조사평가위는 아직 이 자료들을 보자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민간의 평가와 대책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를 보건대, 세월호 유족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수사권 없는 특별법 제정으로는 세월호 진상규명 역시 힘들 것이다.

4대강조사단, 4대강범대위, 새정치민주연합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는 6일부터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시작해 나흘 동안 4대강 현장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합천창녕보 직상류에서 바닥의 저질토를 퍼올려 살펴보는 모습.
 4대강조사단, 4대강범대위, 새정치민주연합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는 6일부터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시작해 나흘 동안 4대강 현장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합천창녕보 직상류에서 바닥의 저질토를 퍼올려 살펴보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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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4대강조사평가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이들이 '중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립'이라는 방침은 처음부터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원칙으로 고수되어 온 듯하다. 즉, 애초부터 책임에 있어 이명박 정부와 어느 정도 선을 그어 놓았을 뿐, '이명박근혜' 정부는 모든 것을 다 파헤쳐 뒤집어 놓을 마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 예찬론자들이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다 중하게 쓰임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뻔하다.

'중립적'이려고 애쓴 4대강조사평가위원회, 결과도 뻔하다

새만금이나 동강 댐 조사단에 찬반 전문가들이 반반씩 들어간 것은 사업이 시작되기 전이었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4대강 사업은 이미 끝난 사업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 이 사업을 밀어준 사람들이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 형평성을 이유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오던 전문가들도 다 제외했는데, 이는 사리에 맞지 않다.

지금은 4대강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동안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추적해 오던 전문가들이 제약이나 방해없이 조사할 수 있도록 해줘야 정확하고 정밀한 평가결과가 나올 수 있다.

도대체 이 4대강 사업에 중립적인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런 중대한 국가사업에 대해 아무런 의견이 없었던 무관심한 사람이라면 이 평가단에 들어갈 자격도 없다. 반면 의견은 있지만 몸조심 하느라고 말을 아낀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또 계속 몸조심을 하면서 말을 아낄 것이다. 그밖에 특별한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특별한 자격을 가진 이가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4대강조사평가위원회 평가단은 지난해 구성된 이후 '중립적'인 평가 방법을 찾느라 시간 다 보내고, 실제 조사는 올 한 해 동안 22억 원의 예산으로 진행하고 있다. 모든 과정은 민간으로 구성된 4대강조사위원회 요구와는 달리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조사는 수자원(시설물 안전성, 이수·치수, 수리특성, 하상변동), 수환경(수질, 생태), 농업(저수지 둑 높이기 효과, 농지 리모델링 효과), 문화관광(문화관광, 홍보사업, 문화재) 등 4개 분야로, 모두 기술적인 내용을 위주로 검증하게 되어 있다.

사실 이런 정도의 사후환경영향조사는 특별히 요란스럽게 평가단을 꾸리지 않더라도 당연히 해왔어야 하는 내용들이고 또 대부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세세한 수치가 아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이 홍수를 막고 물 부족을 해결하고 물을 깨끗하게 하여 강 생태계를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만병통치약이라고 떠들었지만 다 헛소리였다는 것을 이미 다 안다.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 얻으려면 스스로 나서야

국민들은 알고 싶다. 4대강 사업으로 농지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농민들이 농사를 짓지 못하고, 지천들은 바뀐 물길에 적응을 하지 못해 무너져 내리는데 이런 피해가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또 영주 댐 같이 엉터리 목적을 내세워 계속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4대강 파편 사업들을 중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자전거도로와 수변공원을 비롯한 각종 시설들의 유지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어 방치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4대강을 이런 상태로 유지 관리해야 하는지. 속절없이 망가지고 있는 강들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국민들은 알고 싶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사업에 많은 비리가 있다고 하는데, 중립적이려고 노력하는 지금 평가단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걸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실제 4대강조사평가위원회가 처음 구성된 이후 위원장으로 선임된 장승필 교수는 2007년부터 3년간 4대강사업 설계업체인 유신코퍼레이션의 사외이사에 재직했던 경력이 밝혀져 2013년 9월 논란 끝에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다른 위원들 역시 사실상 4대강사업에 대해 낮은 수위로 찬성했거나 침묵해 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찰을 동원하여 세월호 유가족들을 막고 만나주지 않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가 정부에 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우리 스스로 나서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각자 알아서 자기 생명 지키고 울화병에 안 걸리도록 자기 몸 잘 다스리면서 살아야 한다. 밤이 깊으면 아침이 오는 거니까 언젠가는 좋은 때가 오겠지 하며.

덧붙이는 글 |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4대강조사위원회 공동대표로, 2011년 4대강사업의 진실을 알리는 <나는 반대한다>를 펴냈다.



태그:#4대강, #4대강사업, #4대강조사평가위,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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