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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28사단 윤일병 폭행사망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28사단 윤일병 폭행사망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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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6일 오후 7시 43분]

육군 28사단 가혹행위 사망사건의 핵심 목격자인 김아무개 일병이 피해자 윤아무개 일병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고, 유가족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군 당국이 이를 묵살했다는 직접 증언이 나왔다.

김 일병은 당시 의무지원반의 입실 환자로 윤 일병이 전입해온 날부터 사고가 난 날까지 대부분의 가혹행위를 목격한 핵심 증인이다. 국방부는 지난 8월 11일 브리핑에서 "김 일병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술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는데, 부모가 그럴 필요 없다고 거절해 현재 진술을 받기 쉽지 않다"라고 밝힌 바 있다.

죄책감 시달린 김 일병 "처음부터 윤 일병 돕고 싶었다"

27일 군인권센터 1층 소통실에서 열린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 관련 3차 브리핑에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지난주에 만난 김 일병의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전화를 받아줬고, 김 일병이 '사건 초기부터 유가족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라면서 "직접 만나본 김 일병과 그 가족들은 국방부의 언론 보도와 판이하게 달랐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군 당국은 허위 브리핑을 하고, 이런 사실을 은폐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윤 일병을 생전에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김 일병은 사건 초기부터 유가족과 만나고 싶다고 강하게 의사를 밝혔다. 임 소장에 따르면 "김 일병은 28사단 병영생활상담관에게 전화해서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고, 유가족과 어떻게 만날 수 없겠냐고 물었지만 상담관은 '유족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이야기만 했다"라고 전했다.

또 "김 일병이 의무대에 입실해있느라 직접 연락을 할 수 없을 때는, 김 일병의 아버지가 그를 대신해 부대에 '유가족과 만난 적이 있느냐, 없느냐'고 물었지만 군 당국 어느 누구도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군 당국이 핵심 목격자이자, 증인인 김 일병이 재판에 나오는 데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 소장은 "김 일병의 아버지는 공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김 일병의 건강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였기에 지금은 증인 출석이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후 군 검찰관은 증인 신문과 관련된 어떤 요청도, 일체의 연락도 하지 않고 공판을 진행했다"라며 "이는 김 일병을 증인으로 신문할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증인)불출석에 대한 검찰관의 설명이나 확인이 없으면 군 판사나 심판관이 공식적인 확인을 거쳐야 함에도 약속이나 한 듯 이 과정을 생략해 버렸다"라고 주장했다.

"사망당일 가혹행위 알려진 것보다 잔인해"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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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권센터와 만난 김 일병은 윤 일병 사망 당일 '의혹의 40분'에 대해서도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자세히 진술했다. 김 일병에 따르면 윤 일병이 사망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가해진 가혹행위는 알려진 것보다 잔인했다.

지난 4월 6일 오후 4시께 가해자 이아무개 병장은 탈진해 수액 주사를 맞고 있던 윤 일병을 깨운 뒤 냉동식품을 강제로 윤 일병의 입에 넣으며 가슴 부위를 폭행했다. 폭행으로 인해 윤 일병의 입에서 음식물이 튀어나오자 이 병장은 "먹어, 먹어, 계속 먹어, 먹다가 체하는 게 뭔지 알려주겠다"라면서 가혹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또한 구타에 시달려 정신이 혼미해진 윤 일병이 '물 좀 마셔도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이 병장이 기존 증언대로 1분이 아니라 '3초' 안에 다녀오라고 지시한 점도 새롭게 밝혀졌다. 물을 마시고 올 수 없는 시간을 주고,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속 가혹행위를 당하던 윤 일병은 결국 오줌을 싸면서 침상에 쓰러졌다. 이 병장은 쓰러진 윤 일병의 가슴을 발로 내리 찍고,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

김 일병은 군 간부들의 부대 관리가 소홀했다는 점을 전하기도 했다. 하루 평균 10여 명의 간부들이 약을 타기 위해 의무대에 방문했지만, 어느 누구도 폭행 사실을 몰랐다. 특히 3월 8~9일께에는 대대장이 의무대에 왔지만 윤 일병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임 소장은 "병사들을 관리 감독하며 보호해야 할 간부들이 정작 병사들에게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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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증인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보호도 소홀히 했다. 김 일병은 가해자들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사를 받아야 했으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해자와 마주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오랫동안 입실해 있어 폭행 정황을 잘 알고 있는 김아무개 일병과 강아무개 일병은 단 한 차례의 조사도 받지 않았다. 이에 임 소장은 "28사단 헌병대의 초동수사부터 군단과 검찰부 수사까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김종대 군 인권센터 운영위원 겸 <디펜스21> 편집장은 "병영문화 혁신도 중요하지만 헌병대의 고질적인 수사 부실을 환골탈태해야 한다"라고 지적한 뒤 "3군 사령부의 부실수사와 사건 축소 및 은폐를 중단하고, 국방부 장관이 직접 수사를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 대표인 정윤순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일반인보다 의학 상식이 풍부한 의무병으로서 피해자의 몸 상태가 쇠약한 것을 알면서도 가슴, 복부 등 급소를 집중 구타"한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군사법원에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28사단 폭행사망사건 희생자 윤 일병의 친 누나가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일병과 같은 내무실을 사용했던 김 아무개 일병이 윤 일병과 유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있다.
 28사단 폭행사망사건 희생자 윤 일병의 친 누나가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일병과 같은 내무실을 사용했던 김 아무개 일병이 윤 일병과 유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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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윤 일병의 둘째 누나가 참석해 김 일병이 보낸 편지를 직접 낭독했다. 김 일병은 편지에서 "저의 두려움과 공포로 선뜻 나서지 못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라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저는 남은 평생을 두고 반성하고 느끼겠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김 일병이 보낸 편지 전문이다.

○○씨에게!
○○씨! 정말 죄송합니다.

수개월이 지났지만 저의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씨를 위해 선뜻 나서지 못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씨가 가혹행위를 당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저는 남은 평생을 두고 반성하고 느끼겠습니다.

변명일지 모르지만 저의 몸은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졸병으로서 가해병사들에게 '그만 좀 하라'는 말은 할 수 있었지만, 제게 그들을 막을 육체적 힘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의무지원관에게 "이거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로서만 그치지 말고 애원이라도, 아니면 맞아 죽을 각오로 가혹행위가 중단되도록 달려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씨를 보내던 날 ○○씨의 장례식장을 가려했지만 입실환자 신분으로 그 자리에 가는 것을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저의 죄송함을 표현하기 위해, 망연자실해 하고 계실 ○○씨 부모님과의 만남을 수차례 원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았습니다.

○○씨!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소속된 중대가 훈련에 가고 없어 저의 식사 배급이 원활치 않았던 때 ○○씨가 저를 위해 PX에서 음식을 사다가 같이 먹자고 했던 기억, 그리고 본인의 힘든 고통 속에서도 환자인 제게 베풀었던 의무병 본연의 모습,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많은 기억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씨!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당신을 위해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김 일병 드림

군 검찰 "김 일병 부친이 출석 거부의사 표시해 증인신청 철회"

한편, 군 인권센터의 브리핑에 대해 군 검찰은 27일 오후 입장자료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제3야전군사령부 보통검찰부는 "군 검찰은 이미 김 일병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고 그 조사결과를 증거로 제출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인들의 범죄행위를 법정에서 생생히 증언토록 하기 위해 증인신청을 한 바 있다"며 "그러나 김 일병의 부친이 김 일병의 건강상태 등을 이유로 출석 거부의사를 표시해 증인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보통검찰부는 "현재 군 검찰은 엄정한 수사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재판절차에서 김 일병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증언을 들을 계획"이라며 "그러므로 김 일병은 앞으로 진행될 절차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증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윤 일병 , #28사단 가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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