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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탄압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가 해직된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했다. 이에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 취소 청구 소송'을 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월, 이를 기각했다.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에 '전교조 전임자를 학교에 복귀하게 하라'고 통보했고, 이를 따르지 않은 전임자를 직권면직(임명권자의 일방적인 의사로 공무원을 그 지위에서 물러나게 함)하라고 해당 교육감들에 직무 이행 명령을 내렸다.

지난 6월 4일에 전교조 출신인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13개 시·도에서 당선됐다. 지난 19일까지 학교에 복귀하지 않은 전교조 전임자들을 직권 면직하라는 교육부의 직무 이행 명령을 거부하거나 면직 처분을 보류하기로 한 교육감이 대부분이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대립 양상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전교조 인천지부에선 박홍순 지부장만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직권면직 명령에 부정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1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위원들의 의견을 들은 것을 제외하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박홍순 지부장은 징계위 출석을 거부했다.

교육부가 직권면직 이행 기간을 9월 2일까지로 늘려 처분을 완료하라고 시간을 줬지만,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인천>은 징계위가 끝난 다음날 20일에 박홍순 지부장을 만나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직권면직, 교육감 선거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교조의 역사, 투쟁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박홍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장
 박홍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장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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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사범대학교 생물교육과를 졸업한 뒤 1989년 9월 인천 신흥여자중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한 박 지부장이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3년이다.

박 지부장이 첫 발령을 받았던 해 5월에는 전교조가 공식 출범을 선언한 뒤 선배 교사들이 대량 해고를 당했다.

박 지부장의 마음은 전교조에 가 있었고 활동도 함께 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가입하지 못하다가 4년 뒤에 가입했다. 그리고 정부의 탄압이 한창이던 2012년 12월 지부장에 당선돼 노조 전임자 활동을 시작했다.

박 지부장은 "전교조의 역사를 보면, 투쟁을 안 했던 적이 없다"며 "해직된 9명이 개인의 이득을 챙기려다 그런 것도 아니고 학교 민주화투쟁을 하다가 해고된 것인데, 이런 조합원을 버리라고 노조에 강요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혹시 이를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과연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그냥 내버려뒀겠는가. 전교조를 탄압하기 위한 구실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권면직은 '전교조 죽이기'이기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 전교조의 원칙이다. 교육부는 절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 문제는 궁극적으로 전교조뿐 아니라 전체 노동조합의 문제이기에 노동조합법 개정 투쟁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출신인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의 당선에 대해선 "성공하는 진보교육감이 되게 전교조가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아직 학교현장에선 진보교육감 당선으로 인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많다. 교사들이 학교현장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래는 박홍순 지부장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전교조가 초심을 잃었다? "정부나 보수언론의 세뇌"

- 교육부가 시교육청에 직권면직 이행을 명령하고, 시교육청은 지난 19일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전임자로서 혼자 지부에 남았다. 교육부의 압박으로 정신이 없을 것 같은데, 요즘 어떻게 지내나?
"계속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요즘에는 하루라도 일정이 없는 날이 없다. 교육부에 대응하는 투쟁도 해야 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 관련 집회도 있고, 조합원들도 만나야 하기에 날마다 바쁘게 살고 있다.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고, 앞으로도 탄압은 계속될 것 같다. 전교조 역사를 보면 투쟁을 안 했던 적이 없기에, 부담은 없다. 탄압이 있으니 투쟁을 계속하는 것이다.

조합원이 점점 감소하는 것은 뼈아픈 일이다. 정부의 탄압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젊은 교사들은 대학에서 노동 친화적인 부분을 잘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어렵게 임용고시를 합격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전교조를 잘 모르고 관망하는 것이다. 이런 교사들을 만나 조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지금까지 교육현장을 많이 변화시킨 것은 솔직히 전교조 아닌가. 지금에 와서 '왜 초심을 잃었는가'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있지만, 초심을 잃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고 싶다. 이는 정부나 보수언론에서 세뇌를 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교조에 대해 잘 모르는 학부모를 만났을 때, 전교조가 '학교 안에서 싸우는 교사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안 좋게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교조에 대해 설명하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해고 조합원 9명 버린다고 정부의 탄압 멈추지 않을 것"

박홍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장
 박홍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장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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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미복귀 전임자 직권면직 이행 명령에 대한 생각은?
"'교사가 아닌 자(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두지 못한다'라는 내용으로 전교조 규약을 시정하고 전교조가 품고 있는 해고 조합원 9명을 버리라는 것인데, 해고 조합원들은 개인 이득을 챙기려고 싸우다 해고된 게 아니라 학교 민주화투쟁 등을 하다 해고된 것이다.

그런 조합원을 버리라고 하는 것은 전교조의 깃발을, 아니 노동조합의 깃발을 내리라고 하는 것이다.

대부분 조합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기에 전국 조합원 투표나 대의원대회에서도 압도적으로 9명을 지켜야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 9명을 버린다고 했을 때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 탄압을 멈추고 상생할 것인가? 그러지 않다. 다른 사안을 찾아내 또 탄압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품는 문제는 전교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모든 노동조합에 해당하는 문제다. 여기서 전교조가 선을 긋고 투쟁으로 막아야한다. 이를 받아들였을 경우 정부나 자본가들이 모든 노조에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두지 못하게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 문제는 노조법 개정 투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노조법도 함께 선진화해야 했지만, 이를 하지 않고 예전의 노조법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는 것이 문제다.

법외노조화는 법률적으로 따져도 문제가 많다. 법적으로 있지도 않은 내용에 대해 시행령을 적용해 법외노조로 만드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다. 법원에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놓은 상태인데, 현재 법원에서 조정 중인 것으로 안다.

교육부에서 미복귀 전임자를 직권 면직하라고 교육청에 압박하고, 노조사무실 퇴거 조치, 단체협상 효력 상실 등을 주장하는데, 이는 법적으로 교육감의 권한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전교조 죽이기'로 볼 수밖에 없다. 직권면직을 한다고 해도 지키고 싸운다는 것이 조합원의 뜻이다. 진보교육감들도 맞서 싸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징계위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전교조 입장이었다. 앞으로 또 징계위를 열어도 출석하지 않을 것이다. 해고자 9명을 버리지 않았다고 법외노조화하고, 미복귀한 전임자를 직권면직하기 위해 징계위를 연다면, 당연히 징계를 못하게 하는 투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보교육감과는 견제와 협력관계... 과감한 혁신 필요"

- 6·4 지방선거에서 시·도교육청 13개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됐고, 인천에서도 전교조 지부장 출신의 이청연 교육감이 당선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보수적인 나근형 교육감 12년의 인천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돼 매우 기뻤다. 하지만, 앞으로 전교조가 할 일은 매우 많은 것 같다. 교육감이나 교육청이 잘못하는 부분에서 견제도 해야 하지만, 협력해야할 것도 많고, 나서서 대안을 찾고 정책을 발굴해야하는 것도 많아질 것 같다.

이청연 교육감이 공약을 만들 때의 마음을 유지해서 끝까지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이번에 자율형사립고 문제와 관련해 공약을 일부 후퇴한 것과 같은 일이 생기면 서울(전교조의 교육청 농성)처럼 우리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청연 교육감을 성공하는 진보교육감으로 함께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법외노조화와 관련해선 노조법 개정 투쟁,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저지 투쟁, 인천의 혁신학교를 잘 만드는 일 등 전교조가 앞장서서 협력할 것이다. 그리고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행정 잡무를 줄이는 일 등 학교현장의 혁신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다.

아직 학교 현장은 '학습 선택권 조례'가 잘 반영되지 않고 있고, 중·고등학교의 일명 일제고사도 계속되고 있다. 교사들이 현장에서 변화를 피부로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진행 중인 사안이라 아쉽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과감한 혁신도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박홍순, #전교조, #전교조 인천지부, #직권면직, #법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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