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성남 FC가 1년 사이에 감독들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성남 구단은 26일 이상윤 감독대행을 경질하고 이영진 코치를 다음 감독대행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박종환 전 감독을 경질하고 4월 이상윤 감독대행을 앉힌 지 약 4개월 만이다.

성남은 현재 리그 10위(승점 19)에 그치고 있다. 강등권인 11위 부산, 12위 경남과 승점은 같다. 지난 5경기 동안 2무 3패에 그치며 극도로 부진하다. 하지만 8위 인천과도 승점차가 불과 2점차이고, FA컵에서는 4강에 올랐다. 경질 하루전 이상윤 대행은 25일 FA컵 조추첨식에 참석해 우승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을 만큼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경질이었다.

이상윤 대행의 경질로 성남 구단은 그야말로 '인사 참사'의 정점을 찍었다. 2013년  성남 일화를 인수하여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한 성남은 지난 1년간 열악한 상황에서도 팀을 잘 이끌어왔다고 평가받던 안익수 전 감독을 경질하면서 혼란은 시작됐다.

성남의 레전드 출신인 안익수 감독은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신태용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으나 그해 3월 모기업으로부터 축구한 해체를 통보받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팀을 이끌어야했다. 안 감독은 구단 인수를 위하여 직접 발로 뛰면서도 경기장 내에서는 전력상 앞선 강팀들을 제압하는 저력을 보이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계속 감독 내치는 성남... 뭐가 문제인가

하지만 구단을 인수한 성남시가 분위기 전환을 핑계로 멀쩡히 일을 잘하고 있던 안 감독을 무리하게 내치고 데려온 인물은 노장 박종환 감독이었다.

1990년대 성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박종환 감독은 백전노장이지만 현장을 떠난 지 8년이 넘는데다 나이도 70대 중반을 바라보는 최고령 감독이다. 무엇보다 '스파르타'로 대표되는 강압적인 리더십이 달라진 현대 축구와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컸다.

많은 이들의 우려대로 박종환 감독은 현장에 돌아온 지 불과 4개월만에 낙마했다. 명목상 자진사퇴였지만 사실상 경질이었고, 원인도 성적문제가 아닌 선수폭행 논란으로 인한 불명예 하차였다. 더구나 폭행 사실을 은폐하려했던 정황까지 밝혀지며 도덕성과 명예에도 씻을수 없는 흠집을 남겼다. 충분한 검증없이 과거의 명성에만 기대어 이벤트성으로 감독을 선임한 성남시의 안이한 인사정책에서 출발한 재앙이었다.

뒷수습도 악수(惡手)를 거듭했다. 박 감독을 경질하면서 그가 데려온 코칭스태프는 모두 잔류시켰다. 박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시즌을 출발한 이상윤 대행은 지난 7월 성남 지휘봉을 물려받기 전까지 감독 경력은 여자축구 WK 충남일화 사령탑을 잠시 맡은 게 전부였다. 갑작스러운 감독대행 체제 속에서도 한때 성남을 올시즌 최고 성적인 7위까지 이끄는 등 선전했다.

최근 성적이 하향세였던 건 사실이지만, 성남이 주전급 미드필더 김성준을 세레소 오사카로 임대 이적시키고도 구단의 재정적 이유로 여름 전력보강이 전무했던 사정을 감안하면 이 대행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구단 측이 이 대행의 팀 운영과 리더십에 불만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이 또한 준비없이 지휘봉을 떠넘긴 감독대행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나 권한 부여 없이 성과만 요구한 구단의 잘못이 더 크다.

더구나 경질을 앞두고 하루전에 이 대행을 FA컵 준결승 기자회견에 참석시킨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었다. 공식석상에서 우승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를 피력했던 이 대행은 졸지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되었고, 성남은 투명하지 못한 일처리로 팬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어렵게 시민구단으로 새출발하며 이미지 개선을 노렸던 성남은 결국 1년 사이에 세 명의 감독을 교체하며 한 시즌 감독대행만 두 명이 등장하는 파행적인 구단 운영의 정점을 찍게 됐다. 새 감독대행이 된 이영진 코치(대구 FC 감독을 지낸 이영진 감독과는 동명이인)는 프로에서 서울과 성남 코치를 역임했지만, 감독으로 활동한 경력이 전무하다.

성적 부진으로 인한 감독교체라면 최소한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연륜과 경험을 갖춘 '해결사'를 모셔와야 했는데 이영진 대행은 박종환 감독 부임 때부터 함께했던 코치급 인사다. 한마디로 아랫돌 괴어 윗돌 고이는 돌려막기 인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영진 대행은 불과 반년만에 전임자들의 연이은 낙마로 본의 아니게 고속 승진한 모양새가 되었지만 정작 최악의 상황에서 팀을 떠맡게 됐다. 자칫 올시즌 성적의 책임만 뒤집어쓰고 또다른 단명 인사에 그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어수선한 팀분위기에서 성남은 K리그 강등권을 탈출해야 하고 FA컵 준결승전을 맞았다.  만일 올시즌 성남이 더 추락하면 이제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인사 참사와 3류 행정으로 위기를 자초한 구단 수뇌부가 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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