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터틀> 영화 포스터

▲ <닌자터틀> 영화 포스터 ⓒ CJ E&M 영화부문


1984년 미국의 코믹 북 아티스트였던 피터 레이드와 케빈 이스트먼이 탄생시킨 '닌자거북이'는 만화에서 출발하여 TV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거치며 1990년대를 대표하는 대중문화 아이콘의 하나로 등극했다. 1990년에 개봉한 영화 <닌자거북이>는 미국에서 자그마치 1억 3천만 불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그해 북미 흥행 순위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닌자거북이 2 - 녹색 액체의 비밀>과 <닌자거북이 3>에서 인기는 점차 시들해졌고, 새롭게 등장하는 다른 스타에 밀려 닌자거북이는 차츰 대중의 관심을 잃어가며 과거 속으로 사라졌다.

어느덧 추억의 이름으로 기억되던 '10대 돌연변이 닌자 거북이들'(원제는 'Teenage Mutant Ninja Turtles')이 '코와붕가'를 외치며 새롭게 돌아왔다. 새 숨결을 불어넣은 장본인은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유명한 마이클 베이. 그동안 제작자로서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아미타빌 호러> 등의 공포 영화를 꾸준히 리메이크 했던 마이클 베이는 마치 슈퍼히어로 장르의 부흥을 의식한 듯 보폭을 넓혀 뉴욕을 지키는 닌자거북이를 불러냈다.

3D로 '진짜' 같아진 거북이들, 성격도 진지해졌다

<닌자터틀> 영화의 한 장면

▲ <닌자터틀> 영화의 한 장면 ⓒ CJ E&M 영화부문


20세기에 닌자거북이들이 인형 탈을 뒤집어쓰고 맹활약했다면, 21세기는 그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과 <혹성탈출> 시리즈의 '시저'로 대표되는 디지털 캐릭터의 시대다. 또한,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거의 3D로 제작되는 실정이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닌자터틀>은 디지털과 3D로 새롭게 탈바꿈되었다.

아날로그 특수효과가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과 3D로 바뀐 것만큼이나 영화의 작풍도 크게 달라졌다. 할리우드 최상급의 CG 기술로 빚은 <닌자터틀>의 질감은 인형탈을 쓴 <닌자거북이>의 만화적인 느낌과는 달리 진짜 돌연변이 같다. 너무 실감 나서 거부감이 들 정도로 기술력은 돋보인다. 3D의 입체감도 뛰어나다.

돌이켜 보면 <닌자터틀>에게 원형을 제공한 <닌자거북이>는 사실 다양한 요소가 녹아있는 문화 결합의 산물이다. 방사능에 노출된 설정은 <고질라>에서 가져왔고, 닌자거북이들의 활약상은 일본 전대물의 영향을 받았다. 에이프릴이 기자라는 설정과 뉴욕 사람들 모르게 범죄를 소통하는 모습은 <슈퍼맨>과 <배트맨>에서 빌려왔다.

닌자거북이의 스승인 스필린터와 그들의 적으로 등장하는 슈레더의 행동이나 의상에선 <스타워즈>가 떠오른다. 실제로 <닌자거북이>에는 <스타워즈>의 명대사인 "나는 너의 아버지다( I am your father)"가 인용되기도 했다. <닌자터틀>은 이런 과거의 유산에 <다크 나이트> 이후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슈퍼히어로라는 현재의 유행을 덧붙인다.

예전 <닌자거북이>는 뉴욕을 지키는 영웅이기보단 천진난만한 10대 개구쟁이들에 가까웠다. 싸우는 도중에 작전 회의를 한다거나, 적과 쌍절곤을 누가 잘 돌리나 대결하는 등 액션 장면을 익살스럽게 전개했다.

반면에 <닌자터틀>은 만화의 색깔을 탈색하고, 강력한 공중 회전수와 파괴력 넘치는 타격기로 영화를 염색한다. 물론 결전을 앞두고 엘리베이터에서 리듬을 타며 노래를 한다거나, 마지막 장면에 'The Turtles(터틀스)'의 노래 'Happy Together(해피 투게더)'가 나오는 등 장난기를 유지한 자국은 남아있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한다면 거의 사라졌다고 보아도 무방한 수준이다. 21세기에 뉴욕을 지키는 수호자로 재탄생한 닌자거북이는 꽤 진지한 구석이 많다.

인물에도 변화를 시도한 노력이 있다. 원작에서 방사능 물질에 노출되어 돌연변이가 태어난다는 설정은 <닌자터틀>에서 유전을 연구하는 실험의 결과물로 바꾸면서 에이프릴 오닐(메간 폭스 분)은 주변 인물에서 이야기의 중심인물로 위상이 격상된다.

메간 폭스가 주연 배우로 참여했던 <트랜스포머>가 외계에서 온 로봇을 빌린 소년 샘 윗윅키(샤이라 라보프 분)의 성장기라면, <닌자터틀>은 닌자거북이들의 이야기를 가장한 에이프릴 오닐의 모험담이라 느낄 정도로 그녀는 종횡무진 맹활약한다.

마이클 베이 많이 묻어나...<트랜스포머> 보는 듯

<닌자터틀> 영화의 한 장면

▲ <닌자터틀> 영화의 한 장면 ⓒ CJ E&M 영화부문


<닌자터틀>은 제작자로 참여한 마이클 베이의 흔적이 확연히 드러나는 영화다. 화면은 <더 록>과 <아마겟돈> 등으로 익숙한 색감으로 필터 처리되었고, 카메라는 45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로 인물을 포착한다. 건물 옥상을 한 바퀴 돌면서 보여주는 장면이라든가, 마주 오는 차를 향해 달려가면서 촬영한 장면은 빠짐없이 나타난다.

액션 장면에 구성에서도 마이클 베이의 그늘은 감지된다. 빙글빙글 돌면서 싸우는 전투장면은 변신 로봇의 액션과 흡사하다. <트랜스포머>의 변신 로봇이 닌자거북이로 '트랜스폼(변형)'되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닌자터틀>엔 마이클 베이의 영화에서 익숙한 것들로 가득하다.

때로는 지금 <트랜스포머>를 보는지, <닌자터틀>을 보는지 착각마저 드는 이런 면은 <닌자터틀>의 선택의 기준으로 작동한다. <닌자터틀>은 마이클 베이의 영화를 즐기는 사람에겐 신나는 팝콘 무비로 손색이 없으나 그의 최근작에 피로감을 느꼈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닌자터틀>의 초반부에 중요한 뉴스를 찍고 싶어하는 에이프릴 오닐에게 동료는 "기포처럼 가벼운 뉴스도 나쁘지 않다"고 충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마이클 베이가 평단과 관객에게 하는 말처럼 다가온다.

<닌자터틀>은 기포처럼 가벼운 영화이길 원하며, 재미를 주고자 하는 존재 이유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점은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보다 <닌자터틀>이 팝콘 무비로서 훨씬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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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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