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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오른쪽) 자민당 간사장의 아베 내각 입각 고사 사태를 보도하는 일본 NHK뉴스 갈무리.
 이시바 시게루(오른쪽) 자민당 간사장의 아베 내각 입각 고사 사태를 보도하는 일본 NHK뉴스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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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당 자민당의 차기 총재직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 본격화되면서 일본 정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은 아베 신조 총리의 안보법제 담당상 입각 제의를 고사했다. 아베 총리가 다음 달 개각 및 자민당 간부 인사를 앞두고 이시바 간사장에게 입각을 비공식적으로 제의했으나 '퇴짜'를 맞은 것이다. 아베 내각은 애써 충격을 감추고 있지만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이시바 간사장은 일본 총리이자 자민당 총재인 아베의 뒤를 잇는 자민당의 '2인자'이자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시바 간사장은 아베 총리와의 안보 정책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입각을 고사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이시바 간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입각은) 최종적으로 당 총재가 결정할 일이지만 간사장직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며 "총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장관이 되면 입각 불일치가 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 9월 아베 총리와 맞붙게 될 자민당 총재 선거를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1인자' 아베 총리에게 던지는 공개 도전장이나 다름없다. 일본 언론은 이시바 간사장이 아베 총리와 거리를 두고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서면서 자민당이 내분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시바 간사장은 한때 "아베 총리가 입각을 제의하면 어떤 자리라도 맡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최근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한 이유를 이시바 간사장의 지도력 부족 탓으로 돌리려고 하자 이에 반발해 정면 승부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민당 내 아베 총리 세력에서는 "총리를 지지하는 간사장으로서 생각의 차이를 말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입각에 대한 의사를 아베 총리에게 직접 밝히기 앞서 언론에 공언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이시바 간사장을 비판했다. 

'포스트 아베'로 주목받는 이시바 시게루

이번 사태로 더욱 강력한 '아베의 대항마'로 떠오른 이시바 간사장은 돗토리현 출생으로 게이오대 법학부를 졸업했다. 돗토리현 지사를 역임한 이시바 지로가 부친이다. 대학 졸업 후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부친이 사망하자 부친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다.

1986년 고향인 돗토리현에서 중의원으로 당선되면서 9선을 지낸 이시바 간사장은 방위청장관, 방위대신을 역임한 자민당 내 최고의 군사 전문가로 꼽히며 패전국인 일본을 '보통 국가'로 만든 주역이다.

지난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줄곧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며 당원이 참가하는 1차 투표에서 아베 총리를 꺾었지만, 정치적 파벌이 부족한 탓에 의원만 참가하는 결선투표에서 패했다. 이 선거에서 힘겹게 역전승을 거둔 아베 총리는 5년 만에 정권을 되찾고, 이시바를 간사장으로 임명했다.

자민당의 주요 인물로서 전형적인 우익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철저히 현실적인 입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은 침략 전쟁이고, 대동아 공영권은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사라고 주장하며 평화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의원 시절 김일성 조문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면서도, 납북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해서라면 자위대를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에 대해서는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줄곧 거부하자 자민당 내 우익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일본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자위대 역할 확대나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등 군사 분야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보다 강경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복 인사로 맞선 아베... 막 오른 '파워게임'

이시바 간사장의 도전을 받은 아베 총리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이시바 간사장이 고사한 안보법제 담당상을 에토 아키노리 중의원 안전보장위원장에게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시바 간사장을 겨냥한 보복성 인사다.

이시바 간사장에 이어 이와야 다케시 안전보장조사회장이 2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으나 이와야 회장이 이시바 간사장의 세력이라는 이유로 탈락시켰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아베 총리는 이시바 간사장의 다른 세력들도 이번 개각과 당 인사에서 배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이시바 간사장을 입각시키려고 하는 이유도 당에서 권력이 막강한 간사장식에서 물러나게 한 뒤 자신의 측근으로 활용해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가 열릴 때까지 손발을 묶으려고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베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아소 다로 부총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 등을 유임하고 이부키 분메이 전 문부과학상,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을 입각시켜 세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만큼 이시바 간사장의 영향력이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경제, 외교, 국방 등 복잡한 현안이 쌓여있는 아베 총리는 개각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시바 간사장의 도전으로 오히려 어려운 시험대에 올랐다. 자칫 이시바 간사장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경우 아베 총리의 정책 추진력과 장기 집권 계획에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태그:#이시바 시게루, #아베 신조, #일본, #자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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