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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조오행씨가 경영하는 코리아가든 로지 모습.
 한국인 조오행씨가 경영하는 코리아가든 로지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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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수도 릴롱궤에 가면 한국인이 경영하는 코리아 가든 '로지'가 있다. 넓이 2에이커에 수영장과 아름다운 정원까지 갖추고 있어 숙박할 곳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2에이커는 2500평 정도의 넓이다.
   
잘 다듬어진 코리아가든 로지 정원 모습
 잘 다듬어진 코리아가든 로지 정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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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가든 로지에 있는 수영장 모습
 코리아가든 로지에 있는 수영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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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에는 2교대로 근무하는 직원이 100명이 있다. 직원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인건비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싸기 때문이다. 입구에 차가 도착하면 경비원이 문을 열고 정중하게 인사해준다. 특히나 한국인은 더욱 깍듯하게.

장시간 외국여행을 하다 한국음식에 갈증을 느낀 한국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비싸지 않으면서 먼나라 아프리카에서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 로지는 여행에 지친 한국인들을 위해 김치찌개를 제공하기도 하고, 돈 없는 한국인들에게 먹을 것을 공짜로 보내주기도 하는 선행을 베풀어 한국인들의 구심점이 되어 있다.

베트남 전쟁 끝날 무렵 건설 장비 싣고 말라위로

코리아 가든 로지를 경영하는 사장은 조오행(80)씨다. 조씨에게 이곳까지 오게된 사연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1975년 월남이 패망하기 직전까지 건설업체에서 근무하던 조씨는 해외로 눈을 돌려 말라위 국제입찰에 성공했다.

도로건설 분야의 중장비 정비공으로 일했던 조씨가 도착한 말라위에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곳이어서 그가 '한국인 1호'가 됐다. 조씨가 도착해 이웃국가의 성향을 살펴보니 주변국은 사회주의 국가라 북한교관이 파견돼 군사훈련을 시키고 있었지만 말라위만은 달랐다.

조오행씨와 유희천씨, 정호진목사, 최갑성목사와 선교사 한 분이 코리아 가든 로지 식당에서 담소하고 있다
 조오행씨와 유희천씨, 정호진목사, 최갑성목사와 선교사 한 분이 코리아 가든 로지 식당에서 담소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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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가든 로지 식당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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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회사를 퇴직했지만 회사가 부도가 나서 갈 곳도 없고 한국에 들어가도 특별히 할 게 없어 이곳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말라위 사정은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신발 신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비빌 언덕도 없는 말라위에서 살기 위해 온 식구가 발 벗고 나섰다. 돈을 빌려 부인과 딸이 식당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강냉이 밭 가운데 집 한 채가 있어 빌려서 식당을 하다 2년 만에 그 집을 샀다. 그때부터 방 5개짜리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이웃해 있는 땅을 사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죠. 밤낮으로 일해서 이만큼 이뤘어요. 당시 말라위는 다섯시가 넘으면 차도 안 다니고, 토요일에는 주유소도 문 닫았어요. 전화하려면 우체국에 가서 몇 시간 동안 기다리다 전화했습니다."

코리아 가든 로지 조오행 회장 모습
 코리아 가든 로지 조오행 회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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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한 아내가 먼저 간 것을 제외하고는 외로울 것 없다"는 조씨의 생일에는 한국과 영국, 남아공에 사는 손주들까지 다 모여서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준다고 한다.

조씨의 부인은 작년 10월에 말라리아로 세상을 먼저 떠났지만 손주들하고 함께 사니 외롭지는 않다고 한다. 아침 식사시간이 되면 손주들이 몰려와 할아버지한테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한다.  아프리카의 장점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하자 조씨가 입을 열었다.

"순수하고 인간적이며 공기 좋고 잔머리 굴리지 않아요. 이들은 미래를 위해서 돈을 모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민하지 않아요. 가난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은 가족이 해체되고 자기중심적인 데 반해 가족중심적입니다'

때마침 옆에서 맥주를 마시던 유희천(82)씨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유씨는 이집트에서 식당일을 하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이주해 28년 동안 식당을 했다. 이후 2013년 한국으로 귀국했다. 유씨의 귀국사유는 아내와의 사별이다.

"한국으로 귀국했는데 왜 말라위에 계시냐?"고 묻자 "서로 외로워서 친구하자고 해서 들어왔어요"라고 말하는 둘은 막역한 친구사이다. 유씨가 말을 꺼냈다.

"한국이 무척 발전했거든요. 발전은 했는데 국민의식 수준이 따라가지 못해요. 젊은 사람들이 버르장머리가 없어요. 네 나이 네가 주워먹었지 임마! 이런 식이에요. 예의범절이 없어졌어요. 그게 가장 아쉽더라고요.

가정교육이 무너졌는지, 인간성이 무너졌는지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애들이 싸우면 자기 자식부터 나무랐는데 지금은 남 자식만 잘못했다며 어른들끼리 싸워요. 자녀는 내 거울이고 내 모습인데 유원지에 가면 남 생각 않고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식당 옆에 장식용으로 세워둔 아프리카인들의 흉상
 식당 옆에 장식용으로 세워둔 아프리카인들의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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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찾은 서양인들이 즐겁게 담소하고 있다
 식당을 찾은 서양인들이 즐겁게 담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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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는 조오행씨가 항상 긍정적이라고 칭찬했다. 게다가 "긍정적이지 않으면 이곳에선 못살아요!"라고 말하며 "조 회장이 어려운 교민들한테 좋은 일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한국 여행자들을 많이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대화를 하며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는 두 분으로부터 원숙미를 느꼈다. 두 분은 말라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두 나라에서 교민회장을 지내기도 했던 분들이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말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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