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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UFO나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믿는가? 혹은 약 1만5천여 년 전, 현대보다 더 발달한 초고대문명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또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가 프리메이슨 등과 같은 비밀조직의 뜻대로 굴러간다는 음모론을 신뢰하는가?

원종우(필명 파토)의 <태양계 연대기>는 위의 질문에 대해 어처구니없어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역사와 진실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다는 이들.

저자는 그들에게 결코 외계문명이나 초고대문명 등에 대한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펴는 논지의 한계를 분명히 고지한 채, 하나의 그럴 듯한 소설을 쓴다. 조작되지 않는 수많은 사진과 자료, 복잡한 과학이론들을 하나의 논리로 묶는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에는 논리적인 비약과 추론, 극단적인 상상력이 함께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어차피 그 영역은 가능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고학자들이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쿠푸왕의 피라미드 연대를 이야기한다고 한들 그 역시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지 않는가.

따라서 저자의 주장은 매우 매력적이다. 특히 반전을 좋아하는 이라면 더더욱 끌릴 수밖에 없다. 기존의 역사적 관점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실들을 '불가사의'한 일로 구분하거나 무시하는 학계와 달리, 저자는 그것들을 모아 논리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직선적 발전론에 사로잡힌 기존 학계에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관점 등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정도의 설득력이라면, 외계인은 존재해줘야만 하는 거다.(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나는 태양계 안에 외계문명이 존재한다든지 외계생명체가 지구에 왔다든지 하는 이야기에는 코웃음조차 아까워하는 과학자다. 하지만 파토 원종우의 <태양계 연대기>를 읽고 있노라면 그 세계에 푹 빠져들고 만다는 사실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정모)

화성과 행성Z

다큐멘터테인먼트 <태양계연대기>
 다큐멘터테인먼트 <태양계연대기>
ⓒ 유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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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과감한 상상은 우선 화성으로 향한다. 아주 오래 전 화성은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행성이었고, 우리보다도 더 발달한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화성 표면의 강의 흔적이나 금속성 잔해 등 이미 공개되어 있는 꽤 많은 사진들과 자료들을 제시하는데, 충분히 설득력을 지닌다.

그렇다면 이런 화성은 왜 죽음의 별이 됐을까? 저자는 그 원인을 화성의 지표면으로부터 추리한다.

유독 남반구보다 낮은 북반구의 지표로 볼 때, 남반구에 깊은 크레이터(미행성이나 혜성, 유성체 등이 천체 표면에 충돌하여 만들어진 접시 모양으로 움푹 파인 구덩이)를 새긴 충돌이 지진파가 되어 북반구의 지각을 날려버릴 만큼 행성에 경천동지의 충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화성에 존재했던 생명체가 모두 절멸할 수밖에.

문제는 다음이다. 저자는 이후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화성의 파괴 원인으로서 목성과 화성 사이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행성Z를 상상한다. 현재 그 자리에는 소행성대가 존재하여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전에 행성이 있었는지에 대해 논쟁이 있어왔는데 저자가 이를 차용한 것이다.

소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행성Z에는 화성만큼 발달한 문명이 있었는데, 화성과 행성Z가 전쟁을 벌이면서 두 행성은 모두 궤멸적인 타격을 받아 지금과 같은 죽음의 별이 되었다."

혹자들은 행성Z가 부서지면서 그 파편이 화성과 부딪혔다고 추측하지만 과학적으로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저자는 특히 이 과정에서 달이 외계문명의 무기였을지도 모른다고 가정한다. 다른 위성과 달리 기형적으로 크고, 인류의 오래된 신화 속에서는 등장하지 않고, 섭씨 5000도의 고온에서만 생성 가능한 금속들이 표면에 존재하는 달이 단순한 위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어처구니없는 상상일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는 달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른다. 당장 달의 뒤편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지 않는가.

역사의 전복, 초고대문명

아무리 0.1%의 가능성이라지만 기본적으로 황당무계한 화성과 행성Z의 이야기.

그러나 책의 내용이 모두 그렇게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외계문명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들이 과거 지구에서부터 시작된 문명이었고, 따라서 외계로 나간 이후에도 지구의 문명들과 교류를 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이때 등장하는 기원전 1만5천 년 전의 초고대문명은 저자 외에도 많은 이들이 제기하고 있는 학설이기 때문이다.

초고대문명론은 아주 간단하지만 동시에 매우 전복적이다. 내용인즉, 기원전 1만5천 년 전 현대문명보다 더욱 발달한 문명이 있었다는 이야기이지만, 이는 인류의 발전은 직선형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석기와 신석기의 인류들은 타제석기와 마제석기를 가지고 아직까지 원시림을 누려야 하는데, 그들이 오리온 좌의 별자리를 따라 피라미드를 제작하고, 현대의 기술로 옮기기조차도 어려운 거석들을 쉽게 다루고, 100년 전에야 발명했던 비행기 모형의 토기를 만들었다?

저자는 초고대문명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기존 학계의 통념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들을 제시한다. 인류가 몇 십만 년 전에 등장했다면, 그 오랜 시간 동안 지금과 같은 수준의 문명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대홍수 신화는 1만5천 년 전으로 추측되는 대홍수와 관련 있지 않을까?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절 때 언급되어진 아틀란티스 대륙에 관한 이야기 등은 실제 그만한 문명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저자는 기원전 1만5천 년 이전 최소한 현대보다 발달한 문명이 지구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문명이 대홍수와 함께 사라진 이후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혹은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외계 문명이 원시 수준으로 떨어진 인류에게 문명의 씨앗을 뿌린 것이 아닌가 가정한다. 세계 곳곳에 남아있는 피라미드들과 선지자들에 대한 신화는 이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저자의 주장이 옳은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고고학계는 위와 같은 의문들을 모두 뭉뚱그려 '세계의 7대 불가사의' 등으로 치부한 채 넘어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그들이 중시하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다. 분명히 실존하는 현실이나 유물 등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설명체계를 바꾸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문명의 흔적들

저자는 이런 초고대문명에 대한 기억 혹은 기술 등이 인류사에 계속 영향을 끼쳐왔다고 주장한다. 세계 각지의 문명들에게 산발적으로 전수되었음은 물론이요, 고대 이집트 신관들이 권력의 요체로서 그것을 간직했고 그 이후 이것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그 매개체로 유대교를 지목한다.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하면서 가지고 나온 것이 결국 초고대문명으로부터 내려져 왔던 문명의 핵심이기 때문인데, 이를 바탕으로 유대교, 더 나아가 기독교(가톨릭), 이슬람까지 창시되기에 이른다. 우리가 잃어버린 고대문명의 흔적들이 신앙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게다가 저자는 성당기사단부터 시작해서 프리메이슨까지 그 흔한 음모론까지 뒤섞는다. 그들 모두가 초고대문명 혹은 외계문명까지 아우르는 문명의 정수를 간직한 자들로서 르네상스와 프랑스 혁명, 미국 건국 등 근대의 탄생이 그들로부터 연유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1달러 화폐 뒷면에 그려진 눈 하나 달린 피라미드는 프리메이슨의 상징이며, 세계 곳곳에 세워지는 오벨리스크 역시 그 일종이라는 저자의 주장.

사실 여기까지 이르면 독자로서 저자의 장광설에 압도당하고 만다. 충분히 합리적인 듯 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워낙에 저자의 주장들이 기존 상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딱히 믿지 않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마냥 믿을 수도 없는 저자의 이야기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이러한 애매모호함이다. 우리의 모든 역사가 가능성을 그 바탕으로 한다면, 우리의 역사는 일말의 가능성만으로 언제든 다시 써질 수 있으며, 언제든 전복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이야기해준다. 그것이 바로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답답한 요즘. 짜증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또한 모든 것이 거짓일 수 있다는 반전을 찾는 이들에게도.


태양계 연대기 - 지구와 그 주변의 잊혀진 역사를 찾아서

원종우 지음, 유리창(2014)


태그:#태양계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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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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