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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장편소설
▲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 이주희 장편소설
ⓒ 백승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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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침몰한 것은 페리호 한 척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침몰한 것은 대한민국 그 자체였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고를 당하고 그때마다 재발방지 말은 하지만 재발방지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또다시 어마어마한 참사 앞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늘 변함이 없는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날의 참사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규모가 조금 더 큰 해상 교통사고라고 인식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단순한 교통사고이기에 보험회사가 적절한 보상금을 주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지겹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습니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이어가는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싸우는 목적은 보험회사와 보험금을 놓고 싸우는 게 아닙니다. 김영오 씨는 진실을 알고자 싸우는 것입니다. 왜 정치권은 유가족들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그 바람을 꺾고자 하는 것일까요?

대한민국 대통령이 외면한 유가족의 간절한 외침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위로해 주셨습니다. 대통령은 유가족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있으면서도 교황님의 손길이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엄청난(?) 발언을 했습니다.

뭐 그 정도쯤의 시련으로 자살을 하나 하고, 우리는 가끔 한 사람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외면하는 때가 있습니다.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어쩌면 외로움입니다. 가장 필요로 할 때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그런 상황들이 누적되면서 나 자신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오해였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혼자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주희는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실려 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사랑이 15일만에 꼬마(혼수)상태 속에서 깨어나는 기적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리고 더 큰 기적이 주희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되었던 주희가 엄청난 고통이 동반하는 재활훈련을 마치고 드디어 걷게 된 것입니다. 골든타임이 주희를 살렸습니다. 병원에 가야만 하는 시간, 재활을 위해 고통과 싸워서 이겨내야 하는 시간을 주희는 해냈습니다.

죽음을 선택했지만 이후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된 주희가 사랑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순탄하지 않습니다. 주희가 선택한 남자 재영이는 시한부 삶을 선거받고 죽음을 향해 내달려가고 있습니다. 죽음을 벗어난 주희와 죽음과 가까워지는 재영과의 사랑이 가슴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재영이가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은 남다릅니다. 그는 죽음을 피해가려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명이 남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 땅에 살아남을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해주고 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의에 침묵하는 종교는 필요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에 대해 말씀했습니다. 대통령이 권력자가 잘못할 때 당당히 욕이라도 하라고 했습니다. 두려워서 못하면 담벼락을 보고라도 욕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20일 지나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를 그렇게 형편없이 했는지, 전국민이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밝혀져야만 합니다.

이 책은 21살이라는 엄청나게 젊은 가녀린 여성이 써내려간 결코 나약하지 않은 소설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하여 엄청나게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진실에 접근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2014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더욱 그러합니다. 

2011년 10월 25일 주희는 4층에서 몸을 던진다. 초등학교 4학년 어린 나이에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상처를 안고 살아온 주희였다. 사촌 오빠의 성폭행 보다 더욱 주희를 힘들게 했던 것은 어쩌면 엄마가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실망이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뭘 알겠어. 그것은 차라리 빨리 잊는 게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더욱이 가해자가 사촌오빠라는 것은 엄마를 더욱 난처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이루어졌던 사촌오빠에게 이루어졌던 성폭행 성추행은 주희를 더욱 고립시켰을 것이다. 사촌오빠의 방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알리는 엄마와 그에게서 이루어지는 성폭행과 성추행은 사촌오빠에 대한 증오뿐만 아니라 이번에도 엄마는 덮고 말 것이라는 불신이 주희를 괴롭혔다. 그렇게 주희는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에 절망하고 죽음을 선택했다.

하지만 주희는 죽지 않았다. 혼수상태 15일만에 주희는 의식을 찾았다. 그리고 주희는 엄청난 고통이 동반하는 재활훈련에 접어든다. 재활훈련을 하면서 오히려 존재감을 찾았고, 비로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사고 나기 전보다 더 낙천적으로 변했다. 그런 주희에게 매우 매력적인 남자가 나타난다.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재영이었다. 재영과 설레이는 연애를 막 시작할 즈음 주희는 재영이가 암말기라는 알게 된다. 하지만 재영이는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자기가 할 수 있는 순간까지 실천하기 위하여 병원자원봉사를 계속해 나간다.

재영이는 주희가 아니었으면 누구나 다 하게 된다는 사랑도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희를 만남으로 해서 생애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을 하게 된다.
재영이는 주희가 맘에 들면 들수록 자신의 삶이 얼마 남자 않았다는 것으로 인해 괴로워한다. 주희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사랑을 멈추고자 하지만 주희의 간절한 사랑은 결코 이 사랑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그리고 떠난다. 주희와 재영이가 떠나는 첫여행이자 마지막 여행. 2014년 4월 15일 둘은 제주도로 떠나는 인천항 발 그네호를 탄다. 그네호에서 불꽃놀이를 보고 사랑을 확인하고 아름다운 일출을 보고…

아침식사를 마쳤을 때 그네호는 균형을 잃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네호는 바다속으로 침몰을 한다. 그리고 여행을 준비할 때 수많은 일정을 준비했지만 전혀 새로운 돌발상황에 주희와 재영이는 놓이게 된다.

주희는 자살시도 이후 또 다시 죽음의 문턱 앞에 서게 되고, 재영이는 말기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예정보다 너무나 빠르게 죽음에 문턱 앞에 서게 된다. 2014년 4월 16일 침몰하는 그네호 속에 주희와 재영이의 운명은….

이주희 작가는 시인이 되고 싶었나봅니다. 매장에 나오는 시가 심금을 울립니다. 재미난 소설을 읽고 더불어 꽤 괜찮은 시를 감상하게 되는 것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이 소설이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영혼들과 2014년 무능한 대한민국에 태어났기 때문에 배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한 채 구조되지 못한 영혼들과 그들을 가슴에 묻고 진실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유가족, 유가족의 주위에서 함께 싸우고 있는 용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 - Golden Time

이주희 지음, 매직하우스(2014)


태그:#세월호, #그네호, #골든타임, #이주희, #김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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