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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충주와 제천일대를 여행했는데, 가장 먼저 가게 된 곳이 제천 청풍문화재단지이다. 이곳은 충주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했던 문화재들을 이전해 복원해 놓은 곳이다. 문화재들이 원래 있던 제자리에 있어야 제 값어치가 있는 것인데, 이렇게 제 자리를 버리고 산중에 자리잡게 된 것이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도 드는 곳이다.

두꺼비야 너는 어디서 왔니?

청풍문화재단지의 입구인 팔영루를 지나면 수몰지구에 있었던 고택들이 나타난다. 비교적 이주와 복원이 잘 이루어진 느낌이 드는데, 한옥을 좋아해서 더없이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한옥의 마루를 특히 좋아하는데, 어릴 적에 비 오는 날 한옥 마루에 앉아서 빗물이 기와 골을 따라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단지의 입구인 팔영루를 지나서 산책하듯이 구경할 수 있습니다.
▲ 청풍문화재단지 단지의 입구인 팔영루를 지나서 산책하듯이 구경할 수 있습니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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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의 마당에는 제기차기와 윷놀이 같은 민속놀이 도구들도 놓여 있었는데, 가족들끼지 제기차기 시합을 한 판 하고, 딸과 윷놀이도 한 판하니 우중에도 즐거움이 더해졌다. 한옥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것은 아이들과의 함께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했다.

단지 내의 고택들은 참 멋스럽습니다.
▲ 고택 단지 내의 고택들은 참 멋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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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택을 나오려고 하는 순간, 평소 겁이 많았던 아들이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닌가. 다른 쪽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던 나는 혹시 뱀이라도 나타나서 물린 것이 아닐까 깜짝 놀라 뛰어갔는데, 뱀이 아니라 커다란 두꺼비 한 마리가 느릿느릿 담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요즘은 뱀보다도 더 귀한 것이 두꺼비인데, 정말 오랜만에 만난 진객이었다.

이렇게 큰 두꺼비는 처음 보았습니다. 왜 우리가족 앞에 나타났을까요?
▲ 두꺼비 이렇게 큰 두꺼비는 처음 보았습니다. 왜 우리가족 앞에 나타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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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동화책에서나 보던 두꺼비를 보는 것이 마냥 신기했는지, 한참을 구경했다. 귀한 두꺼비를 우리 가족만 본 것은 조금 아쉽지만, 두꺼비가 지혜와 풍요를 상징한다고 하니 우리집에 앞으로 좋은 일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를 갖게 된다. 

힘들게 오른 망월루에서 보는 경치가 장관

두꺼비를 보고 나서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한벽루가 나타나는데, 신발을 벗고 직접 올라가 볼 수 있는 곳이다. 고려시대 청풍군으로의 승격을 기념해 만들어진 귀한 문화재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서 이곳을 올라가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한벽루 옆 금병헌은 옛날의 동헌이라고 하는데, 곤장대가 있어서 아이들은 한 번씩 엎드려 보는 곳이다. 금병헌 앞의 금남루도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벽루에는 올라가 볼 수도 있고, 동헌과 금남문도 가까이에 있습니다.
▲ 한벽루 한벽루에는 올라가 볼 수도 있고, 동헌과 금남문도 가까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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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문화재단지는 금병헌에서 윗쪽으로 더 올라가면 관수정이 나타난다. 물을 바라다보는 정자라는 의미인데, 이곳에서 보니 청풍호의 시원한 물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관수정에서 조금 올라가면 두 그루의 나무가 붙어서 만들어지는 연리지가 나타나는데, 두 나무가 얼마나 사이가 좋으면 저리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사람이 나무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모습이었다. 

망월루 가는 길에 본 S라인 벚나무. 망월루에 앉아있으면 바람이 정말 시원합니다.
▲ 망월루 망월루 가는 길에 본 S라인 벚나무. 망월루에 앉아있으면 바람이 정말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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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문화재단지의 맨 위는 망월산성이다. 삼국시대에 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인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의 경치 또한 아름답다. 망월산성 위에는 특이한 나무들도 많은데, 'S'라인 벚나무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망월산성 망월루는 청풍호를 내려다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힘들다며 올라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 망월루에서 주변 경치를 내려다 보면서 시원한 바람을 꼭 맞아봐야 한다.

망월루에서 내려다본 청풍대교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 청풍대교 망월루에서 내려다본 청풍대교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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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망월산성에서 내려와 금남문을 지나면 '물태리 석조여래입상'이 나타난다. 수몰지역에서 이주해온 문화재인데,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석조여래의 앞에 놓인 검은 돌을 나이만큼 돌리면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을 이루게 된다는 소문이 있었다. 남자는 오른쪽으로 돌리고, 여자는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소원을 빌었는지 돌이 반질반질 했다. 힘든 세상을 살다 보니 그만큼 소원들도 많은 모양이다.

아들과 딸에게 이 부처님이 소원을 잘 들어준다고 소문이 났다고 하니, 딸이 얼른 들어가서 돌을 돌리더니 소원을 빌고 나왔다. 아들도 질세라 열심히 돌을 돌리면서 소원을 빌고 나왔다.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물어보니, 비밀이란다. 도대체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부처님만이 알고 있을까? 소원을 빌었으면,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하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아빠의 소원이다.

석조여래입상 앞에서 아들이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 소원빌기 석조여래입상 앞에서 아들이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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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풍문화재단지로의 가족 여행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댐 건설로 사라질 수도 있었던 귀한 문화재들을 보게 된 것은 우리 가족에게 좋은 공부이자 추억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들이 제자리에서 제 가치를 뽐내며 보존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태그:#청풍문화재단지, #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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