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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영남권 신공항 건설 검토지시 -2006년
이명박 대선후보 영남권(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 –2007년
신공항 후보지 밀양, 가덕도 2곳 압축 –2008년
신공항 경제성 분석 결과 '부적절' 결론 –2009년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론 -2011년
박근혜 대선후보 영남권(남부권) 신공항 건설 공약 –2012년
영남 5개(김해, 대구, 울산, 포항, 사천) 항공수요 연구용역 착수 -2013년
국토부 연구용역결과 발표, '신공항 건설 타당성' 인정 –2014년 

'동남권'과 '남부권', 명칭만 다를 뿐, 영남지역에 신공항을 건설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던 공약이다. 이 과정에서 영남권은 마치 두 동강이가 날 것처럼 치열한 유치전과 함께 심각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명박 정부 "경제성 없다" 백지화 공약, 박근혜 정부 다시 추진...왜?

<영남일보>가 26일 내보낸 관련 기사. 누리집 캡쳐.
 <영남일보>가 26일 내보낸 관련 기사. 누리집 캡쳐.
ⓒ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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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명박 정부는 '남부권 신공항'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영남이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로 양분되다시피 하자 결국 공약을 백지화 시켰다. 특히 해당 지자체와 지역언론들은 신공항 유치를 위해 이전투구 양상을 벌여 '지역분할주의 망령'을 되살리는 듯했다. MB 정부는 TK와 PK로 양분돼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민심이 극도로 사나워지자 전문가로 구성된 입지평가위원들을 앞세워 '경제성이 낮다'며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시켜 버렸다.

비용대비 편익비율이 0.7~0.73 수준으로 경제성의 기준이 되는 '1'을 못 넘긴다는 이유였다. 표만 내주고 결국은 허망한 공약(空約)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따가운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당시 PK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 일간지들은 이런 제목들을 뽑았다.

"지방은, 죽었다..."  <매일신문>
"신공항 정치쇼에 지역민 우롱당했다"  <대구일보>
신공항 끝내 백지화…대구·경북 '분노의 눈물', 대구시민 "총선·대선 때 표로 책임 묻겠다"  <영남일보>

특히 TK 민심이 크게 사나웠다. 2008년 5월 MB는 대구를 방문해 "대구경북지역이 이제 하늘이 열리고, 물길이 열리고, 이제는 경쟁력도 있는 도시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신공항 추진의지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지화가 선언되자 TK지역은 분노로 들끓었다.

PK 지역도 마찬가지다. 당시 국토연구원은 후보지 35개 중 부산 가덕과 경남 밀양, 두 곳으로 압축해 타당성 조사를 벌였기 때문에 상당한 기대감이 고조돼 있었다. 그러나 백지화가 발표되자 지역신문들은 이런 제목을 뽑았다.

"믿음 없는 대통령…더는 일 못해" <경남도민일보>
"신공항 백지화··· MB정부에 지방은 없다" <국제신문>
"끝내… 신공항 접은 MB, 영남은 신뢰 접었다" <부산일보>

다시 갈라선 TK-PK민심, '갈등의 불'에 기름 붓는 지역언론들

그런데 허무하게 백지화된 신공항 사업을 다시 꺼내 든 것은 바통을 이어 받은 바로 다음 정권이라는 점에서 웃음이 절로 난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전 정권에서 백지화 된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름만 바꿔 단 집권여당이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재탕 삼탕의 공약도 모자라 불구덩이에 가라앉은 헛공약(空約)이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영남권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급하게 끄집어냈다.

그는 대선 전부터 "남부권 신공항은 그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인천공항을 늘려서는 한계가 있다"며 "(신공항이) 국가발전과 남부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프라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선 공약으로 채택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국토부는 지난 25일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 연구' 용역 결과에서 "신공항 건설 등 장래 항공수요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남부권 신공항 건설의 타당성을 인정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와의 합의를 거쳐 신공항의 입지와 경제성을 따지는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로써 대구·경북이 지지하는 경남 밀양과 부산이 주장하는 부산 가덕도가 또 다시 치열한 유치전을 벌일 태세다. 정부의 발표가 나오기 무섭게 유치전에 기름을 붓기 시작한 것은 이번에도 다름 아닌 지역언론사들이다.

[대구·경북] "입지선정 어디?, 부산이 변수다" 묘한 신경전

<매일신문>이 26일 내보낸 관련 기사들. 누리집 캡쳐.
 <매일신문>이 26일 내보낸 관련 기사들. 누리집 캡쳐.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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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권 신공항 타당성 입증 "환영"
2040년 2천900만 명 신공항 항공수요 충분
입지선정 어디? 영남권 힘겨루기 '4 vs 1'
저가항공사 빠르게 성장 숨어있는 항공수요 많아

<매일신문>은 26일 1면, 2면, 3면 등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기사에서 입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신문은 "입지선정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에서 조사방식을 둘러싸고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 간 힘겨루기가 예상되고, 탈락한 지역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영남권 5개 시도가 입지결과에 승복하겠다는 합의도출에 실패할 경우 타당성 용역 착수는 무산될 수도 있다"고 미리부터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부산이 변수"라고 꼽았다. "신공항 입지로 가덕도만을 고집하고 있는 부산은 '합의는 합의대로 진행하고 타당성조사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미묘한 신경전을 펼쳐보였다.

<영남일보>도 이날 1면, 2면, 3면, 사설 등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신문은 "신공항 건설 엔진은 정부의지"라며 은근히 지역간 입지갈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특히 신문은 사설 '신공항 입지, 타당성 조사방식서 결판난다'에서 "경쟁지 부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구·경북 간의 협조가 더욱 긴밀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밖에 <경북일보>는 '"2030년 2천200만 명, 신공항 수요 충분" 국토부 공식발표…대구경북 일제 환영', <대구일보>는 '"신공항 수요 충분"…추진 청신호'란 1면 머리기사에서 유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경남] "양치기 정부 안 되려면 구체적 로드맵 밝혀라" 압박

<국제신문>의 26일 신공항 관련 기사. 누리집 캡쳐.
 <국제신문>의 26일 신공항 관련 기사. 누리집 캡쳐.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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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는 정부의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26일 1면, 2면, 3면을 할애한 데 이어 사설에서까지 집중적으로 다뤘다. 신문은 '동남권신공항 필요성 확인됐다', ''양치기 정부' 안 되려면 구체적 로드맵 밝히고 절차 밟아야' 등의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대구시는 '영남지역 주요 도시에서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한 공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오며 맞서고 있다"며 입지 타당성 조사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어 신문은 '강력한 수요 확인된 신공항, 기능 명확히 정립을'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을 주장하는 부산시와 '영남지역 주요 도시에서 1시간 이내 접근 가능한 공항'을 고수하는 대구시 간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인근 대구·경북과의 입장 차이를 분명히 했다. 사설은 한발 더 나아가 "당초 계획했던 9월 입지 타당성 조사는 물 건너간 형국"이라며 "이러다간 2011년 동남권 신공항 무산의 전철을 밟게 될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고 압박을 가했다.

<국제신문>도  이날 1면 '2025년 항공 수요 김해가 대구의 9배'란 제목의 기사와 3면 '대구·울산·포항공항은 2030년에도 '여유'', '부산시 "24시간 운영 가능 해안공항이 정답"', '김해·대구공항 통합 주장에… "각자 살 길 찾아야"' 등의 기사에서 유치에 관한 당위성을 펼쳤다.

신문은 또 '신공항 입지조사 투명성 확보가 관건이다'란 제목의 사설에서도 입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르자면 공항 이용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김해공항을 중심으로 신공항 입지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부산·경남은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허브공항 건설을 위해 타 지자체와 협력할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은 "신공항은 남부권 공히 이용이 편리한 위치에 건설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늘 양 지역 간 갈등의 화약고로 작용해 왔다. 잠시 조용했던 화약고에 불씨를 던진 장본인은 박근혜 대통령이란 점에서 양 지역 민심이 향후 어떤 형태로 지각변동을 하게 될지 중대한 기로에 섰다. 무엇보다 입지선정 과정에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또 다시 공약이 백지화되지는 않을지 자못 궁금하다.


태그:#신공항, #대구경북, #부산경남, #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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