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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들, 바운서, 치발기, 닥터링 튜브, 맘보 수영장...

유모차, 보행기, 카시트 정도는 저도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러나 앞서 열거한 놈들은 그 이름조차도 생소합니다. 참 많기도 하네요. 요즘 어린아이 키우는 분들은 이런 게 뭔지 다 아시겠지요? 하나 둘, 서준(손자 녀석)이의 용품을 사들이는 딸내미를 보며 참 유난스럽다 싶었습니다. 세대 차이인가요? 이미 두 세대를 간격으로 두고 있으니 세대 차이가 안 나는 게 이상하겠죠.

서준이가 바운서에 누워 엄마와 놀고 있습니다.
 서준이가 바운서에 누워 엄마와 놀고 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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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의 다양한 용도, 아세요?

그러고 보니 제가 자랄 때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광목을 길게 잘라 아이를 둘러업고 아이 엉덩이를 고정해서 허리에 질끈 묶으면 다 통했으니까요. 그걸 '띠'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벨트'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한글을 영어로 바꾼 건데 대단히 유식한 것처럼 들리는 건 뭔 착각일까요.

띠 하나 질끈 동여 업고 다니면서 논일이며 밭일이며를 거침없이 해내던 우리 어머니 세대가 참 위대해 보입니다. 딸 아이는 아이 하나 돌보는 일도 버거워 보입니다. 제 딸내미요? 서준이 낳기 두 달 전부터 출산휴가를 냈답니다. 일 년을 육아휴가로 쓴다나요.

옛날 우리 어머니 세대들이 다시 살아 나오신다면 기겁을 할 겁니다. 이런 이야기하는 애비 보며 기겁을 하겠죠. 딸내미는 오직 서준이 돌보는 걸로 하루를 보낸답니다. 때가 돼도 밥도 못합니다. 힘든 모습이 이 애비 눈에도 들어올 정도로 역력하죠. 내 참.

그나저나 광목의 용도가 다양했다는 거, 아세요? 뒤로 묶으면 포대기가 되는 겁니다. 아이를 앞으로 해서 묶으면 안는 띠가 됩니다. 또 이놈을 이쪽 벽과 저쪽 벽에 못을 단단히 박고 양쪽 가를 못에 고정하면 그네가 됩니다. 어린 아이를 재울 때 참 유용했죠. 실은 그네 태우다 떨어져 다치는 경우도 왕왕 있었습니다.

아이가 땅바닥에서 자면 살포시 배 위에 띠를 접어서 얹어줍니다. 그러면 이불이 되는 거죠. 요즘 벨트는 아이를 안으면 아이 엉덩이가 편하도록 깔판이 달려 있고, 띠처럼 그냥 한 줄이 아니더군요. 배낭처럼 편하게 메게 되어 있습니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를 잘 업지 않는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허리 건강에 안 좋다나요. 그래서 대부분 안는다고요.

'스와들'에 갇힌 서준이, 안쓰러워요

서준이가 스와들을 입고 깊은 잠에 빠져있습니다.
 서준이가 스와들을 입고 깊은 잠에 빠져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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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는 요새 서준이용품 사들이는 재미가 쏠쏠한 모양입니다. 인터넷을 한참 뒤지더니 "음, 샀다"고 말하는 거예요. 뭘 샀느냐고요? 이름이 '스와들(업)'이라네요. 궁금해서 사전을 뒤졌습니다. 저 이래 봬도('늙어가도'란 뜻) 궁금한 건 못 참거든요. 'Swaddle'이군요. '아기를 포대기 등으로 단단히 싸다'는 뜻이네요.

잠잘 때 입혀서 재우더군요. "더운데 왜 답답하게 아이를 그 안에 넣느냐"는 내 물음에 딸 아이가 퉁명스레 대답해요. "이거 입혀 재우면 놀라지 않아요" 답이 꽤나 쿨하네요. '스와들'이란 놈이 참 신기해요. 꼭 나비 모양을 하곤 가운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퍼가 달려 있어요. 아랫도리만 내놓고 잘 수도 있게 아래 지퍼와 위 지퍼가 따로 노네요.

아무리 더워도 서준이가 잠투정을 하면 딸내미는 여지없이 그놈의 '스와들' 속으로 아이를 넣어요. "경기(驚氣)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말입니다. 손을 스와들 속으로 쏙 집어넣으면 크게 움직여지지 않으니 팔놀림 때문에 놀라는 아이들에겐 제격이네요. 답답한 게 좀 안쓰럽지만.

기저귀만 해도 그래요. 지금은 일회용 기저귀잖아요. 서준이 에미 키울 때만 해도 일회용 기저귀는 꿈이었죠. '꿈은 이루어진다'나 뭐라나. 예, 그 꿈이 현실이 되었네요. 시도 때도 없이 싸대던 오줌똥들. 조금만 오줌을 지려도 못 참았던 아들 녀석 덕분에 장마철이면 온 방이 널어놓은 기저귀 천지였었습니다. 아무리 빨아대도 끝이 없었던 하얀 광목 기저귀, 이제는 역사의 유물이 되었네요.

서준이의 일회용 기저귀는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아무리 싸도 겉은 뽀송뽀송해요. 그러니 서준이 녀석 또한 오줌 좀 지렸다고 우는 일은 결코 없답니다. 아이가 우는 이유는 대략 네 가지거든요. 배가 고프다. 졸리다. 어디 아프다. 똥오줌을 쌌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이유가 다른 것 같아요. 배가 고프다. 졸리다. 어디 아프다. 여기까지는 같아요. 그런데 그 다음이 달라요. '똥오줌을 쌌다'는 아닌 것 같아요. '기분이 나쁘다'(이건 애매해요. '그냥 한번 울고 싶다' 정도?)가 아닐까요.

서준이가 바운서에 편히 누워 TV를 보고 있습니다.
 서준이가 바운서에 편히 누워 TV를 보고 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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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서(Bouncer)'를 아시나요? '아기그네' 혹은 '아기 놀이의자'를 말하는데, 앞에서 말했던 요람 그네하고는 좀 다르네요. 서준이는 그냥 흔들 의자에 앉아서 놀아요. 이곳에 앉아 TV시청하는 서준이 녀석은 아주 의젓합니다. KBS KIDS의 <놓지마 정신 줄>을 정신 줄을 놓고 봐요. 거 참.

딸내미가 요새 '치발기'를 샀다고 하네요. 바나나 껍질을 벗기다만 모양인데 참 신기합니다. 치발기는 침을 흘리고 손가락을 빠는 아이에게 물리는 공갈 젖꼭지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그것도 단계별로 교체해 줘야 한다는군요. 궁금한 건 못 참는 손자 바보 이 할애비가 '치발기'를 연구한 결과, '치아발육기'의 약자임을 발견했습니다. 입술 치발기, 멜로디 치발기, 손가락형 치발기, 바나나형 치발기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준이가 바나나형 치발기를 빨고 있습니다.
 서준이가 바나나형 치발기를 빨고 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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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녀석 앙증맞게 잡고 빠네요. 제발, 잠투정 그만하고 치발기 빨다 스르르 자는 기적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길... 잠든 서준이를 보며 생각합니다. '할애비가 듣도 보도 못한 좋은 아기용품들에 둘러싸여 크는데 앞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내면서 쑥쑥 자라기를, 키가 더하며 지혜도 더하기를...' 영화 속 명언 한 대목을 서준이에게 들려주고픕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나 또한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중에서


태그:#손자 바보, #꽃할배 일기, #서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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