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 방송된 런닝맨의 마지막 장면. 알까기에서 1등을 한 후 밴드 장미여관의 멤버 육중완이 기뻐하는 모습

8월24일 방송된 런닝맨의 마지막 장면. 알까기에서 1등을 한 후 밴드 장미여관의 멤버 육중완이 기뻐하는 모습 ⓒ SBS


2010년 여름부터 벌써 4년 넘게 SBS의 일요일 저녁 프라임타임 시간대를 책임지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처음에는 경쟁작들에게 밀려 초라한 시작을 보였지만 점점 압도적인 젊은층의 지지를 받으며 일요일 최강 예능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들어 동시간대 경쟁 작품들의 공세에 밀리며 어느덧 시청률 꼴지로 밀려나고 있다.

분명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쟁작들이 갑자기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희박하기 때문에 본인들이 직접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도 <런닝맨> 제작진이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최근 흐름이 안 좋은 시점에서 8월 24일에는 '알까기 대전' 특집이 방송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실망, 그 자체였다.

여전한 <런닝맨> 캐릭터의 힘, 그러나 아쉬운 기획력

실망이라고 했지만 한 가지 실망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4년 넘게 호흡을 맞춰가며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는 <런닝맨> 멤버들이다. 그들의 매력은 그 어떤 특집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전체를 아우르는 유재석의 힘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덧 '예능신이 보살피는 남자'로 불리기도 할 정도의 예능감을 선보이고 있는 이광수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설정 캐릭터 쇼는 언제봐도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기획에서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도 앞에서 말한 <런닝맨>의 가장 큰 강점을 스스로 활용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 '알까기' 특집은 얼마 전에 지석진이 우승했던 '전국 딱지치기' 특집이랑 너무도 비슷했다. 물론 항상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것은 열악한 제작환경을 고려해 볼 때 무리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반복의 시기가 너무 빨랐다는 느낌이다.

단순히 '전국 딱지치기' 특집과 콘셉트가 비슷해서만은 아니다. <런닝맨>의 가장 큰 즐거움은 멤버들과 게스트가 함께 여러가지 게임을 하거나 주어진 제약과 스토리 상에서 서로 몸을 부딪히고 두뇌싸움을 하며 미션을 수행할 때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알까기에서 과연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가?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는 유재석의 유머 넘치는 진행을 톨해 파생되는 상황 말고는 거의 없어 보였다.

이제는 다시 더 빨리 달릴 때!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알까기 대전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알까기 대전 ⓒ SBS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런닝맨>은 일요일 저녁 6시 최강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MBC <진짜 사나이>의 도전이 거세긴 했지만 잘 이겨내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진짜 사나이>는 물론 새로워진 <1박2일>에도 이미 시청률에서 밀린 상황이다. <무한도전>처럼 시청률에선 비록 밀리더라도 화제성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위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화제성에서도 경쟁프로그램에 비해 딱히 앞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동안 <런닝맨>은 유재석이라는 거대한 존재와 4년간 다진 안정적인 멤버들의 캐릭터, 그리고 해외에서의 강력한 팬덤을 통해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의 대표선수로 활약해 왔다. 이 장점들은 분명 아직도 유효하다. 하지만 흐름 자체가 이미 많이 변했다. 경쟁 프로그램들은 주요 시청 타깃의 연령층을 좀 더 높여가며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장해 가고 있는 흐름이다.

결코 <런닝맨>에 좋은 흐름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런닝맨>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을 희석시키면서까지 대세에 편승하려 한다면 결국 그 장점마저 잃고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뿌리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제는 다시 전력을 다해 달려야 할 때다. 더 빨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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