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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10년째 책 소개 글을 쓰다 보니 참 많은 책들을 만나곤 한다. 두고두고 필요할 때마다 펼쳐 참고해야만 하는 사전류를 빼곤 책 소개 글을 쓰기 전에 정독을 한다. 그리고 서평을 쓰는 것으로 책읽기 마무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그간 만난 책들은 거의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유독 자주 생각나는 책들이 있다. 몇 년 전 읽은 <안개속의 고릴라>(2007년, 승산 펴냄)도 그중 하나. 이 책은 유인원 연구 여성 3인 중 한사람인 '다이앤 포시(1932~1985)'가 15년간 고릴라들과 열대우림에서 살며 관찰한 것들을 기록한 것으로 1978년 전후 쓴 책이다.

"…사진 속의 코코와 퍼커는 가까스로 우리 생활을 견디고 있었다. 이 책을 쓰고 있는 1978년 나는 코코와 퍼커가 서로 한 달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안개속의 고릴라>에서)

<유인원을 사랑한 세 여자> 책표지.
 <유인원을 사랑한 세 여자> 책표지.
ⓒ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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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이 부분이 유독 아리게 떠오르곤 한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나,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아마  나처럼 아리게 기억할 사람들이 많으리라.

다이앤 포시가 언급하고 있는 코코와 퍼커는 동물원에 살던 어린 고릴라들. 다름 아닌 인간들의 이기와 욕심에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을 쓴 그 몇 년 후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데, 다이앤 포시의 죽음과 두 고릴라의 죽음이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다이앤 포시에 의하면, 고릴라들은 사람들처럼 가족 간 유대감이 강해 무리 중 누군가가 포획되거나 희생되면 그를 구하고자 열 마리가 넘는 가족들이 결사적으로 싸운다. 그리하여 희생되거나 포획된 가족을 찾고자 죽을 각오로, 모두 죽어 더 이상 싸울 가족이 없을 때까지 싸운단다.

르완다 국립공원 등 아프리카 국립공원의 일부 관리자들은 어린 고릴라들을 포획해 동물 판매 중간 업자들에게 팔아넘기는 비리를 저지르곤 한다. 돈 때문이다. 그렇게 잡힌 어린 고릴라들은 세계 각지의 동물원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평생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이별의 아픔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다이앤 포시에 의하면 코코와 파커 이 고릴라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마음의 병 때문에 살아갈 의지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둘 다 각각 10마리가 넘는 가족들의 일원이었는데, 가족들의 희생 끝에 인간에게 붙잡힌 고릴라들이었기 때문이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같은 거대 영장류 동물들의 DNA는 인간과 자그마치 97~98퍼센트나 같다. 그들은 인간과 비슷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잘 모른다. 거대 영장류들은 인간이 없는 독자적인 영역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그리고 비루테 갈디카스라는 세 여성 과학자가 없었다면 인간은 여전히 타잔의 침팬지 동료인 치타만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젠 우리 젊은이들도 밀림으로 떠날 때가 됐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바란다.-(<유인원을 사랑한 세 여자>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추천사')

<유인원을 사랑한 세 여자>(서해문집 펴냄)의 주인공들은 침팬지와 오랑우탄이 사는 열대우림에 살면서 이들을 연구 관찰하여 유인원 연구에 큰 획을 그은 제인 구달과 비루테 갈디카스 이 세 사람 이야기다.

이들은 모두 인류의 기원이 종래의 정설보다 훨씬 오래되었다는 학설을 밝혀낸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1903~1972년)가 키워낸 과학자들. 이 3명의 여성 유인원 연구가들이 침팬지(제인 구달)와 고릴라(다이앤 포시), 오랑우탄(비루테 갈디카스)을 연구 관찰해 알리기 전까지 이 3대 유인원에 대한 대부분의 것들은 비밀에 싸여 있었다고 한다. 인류의 진화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힌트인데도 말이다.

연구가 오죽 미비했으면 암컷에 비해 몸집이 월등히 크고 얼굴 모습이 많이 다른 오랑우탄 수컷을 다른 종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고. 이들이 열대우림의 유인원들과 살며 침팬지가 도구를 쓰고 육식을 한다던가, 고릴라는 가족 간 유대감이 강하다거나, 오랑우탄이 평지를 걸어 이동하는 것 등에 대해 세계에 알리기 전까지 말이다.

▲다이앤 포시가 15년간 머물렀던 중앙 아프리카 화산 지대의 산악고릴라를 도안으로 넣어 고릴라 보호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1988년 르완다 발행 화폐.
 ▲다이앤 포시가 15년간 머물렀던 중앙 아프리카 화산 지대의 산악고릴라를 도안으로 넣어 고릴라 보호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1988년 르완다 발행 화폐.
ⓒ 르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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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포시는 연구를 위해 고릴라들이 사는 숲속에 거주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 먼저 고릴라나 다른 야생동물들을 보호해야 할 입장의 국립공원 관계자들이 돈벌이 때문에 도리어 밀렵에 앞장서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과 싸우는 한편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고릴라 보호에 중요한 불씨가 되었다.

<유인원을 사랑한 세 여자>는 고릴라 보호에 앞장섰던 다이앤 포시와, 현재 동물보호 활동과 유인원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는 제인 구달과 비루테 갈디카스를 어린이들이 쉽게 만날 수 있도록 기획된 만화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저명한 과학 전문 저술가로 알려진 짐 오타비아니. 이들이 어떻게 유인원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핵심 연구 결과는 무엇인지 등 꼭 필요한 것들을 위주로 들려준다.

다이앤 포시와 비루테 갈디카스에 앞서 유인원 연구를 먼저 시작, 유인원 연구가로 가장 유명한 제인 구달은 대학에 갈 형편이 못되었다고 한다. 다이앤 포시도 학력이 뒷받침 되어주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어떻게 유인원 연구의 대명사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업적을 쌓을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이들 세 유인원 연구가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동시에 가정형편이 뒷받침되지 못했음에도 연구자가 될 수 있었음에 주목해 들려준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꿈을 향해 도전하는 긍정의 힘을 심어주고자 의도한 것 아닐까?

책을 읽는 중 한 달 전 한 지인의 씁쓸한 푸념이 떠올랐다. '미국에 있는 조카들에게 책을 사다주려고 서울의 모 대형서점에 들렀는데 어린이 책 코너 눈길이 가장 많이 머물 곳에 '0달에 00kg살빼기'나 '00으로 예뻐지기'와 같은 일회성 책들만 전시되어 있어 어이없더라'는 그 씁쓸한 푸념이 말이다.

우연한 만남 하나가 한 사람의 일생을 바꾸는 것을 종종 본다. 어렸을 때 읽은 책 한권이 한사람의 꿈을 결정하게 하고 일생을 바꾸는 경우도 종종 본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할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처럼 인류사에 중요한 일을 한 과학자들의 책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여져 많은 어린이들에게 많이 읽혀지길 당연히 바래본다.

덧붙이는 글 | <유인원을 사랑한 세 여자>|짐 오타비아니 (지은이) | 메리스 윅스 (그림) | 박영록 (옮긴이) | 서해문집 | 2014-08-10 | 원제 Primates (2013년)| 11,900원



유인원을 사랑한 세 여자 -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 이야기

짐 오타비아니 지음, 박영록 옮김, 메리스 윅스 그림, 서해문집(2014)


태그:#유인원, #안개속의 고릴라, #다이앤 포시, #제인 구달, #비루테 갈디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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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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