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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매각 저지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스타케미칼 굴뚝에서 90일 가까이 농성을 절이고 있는 차광호씨를 응원하는 희망버스가 23일 구미역에 모인 가운데 참가자들이 노란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다.
 분할매각 저지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스타케미칼 굴뚝에서 90일 가까이 농성을 절이고 있는 차광호씨를 응원하는 희망버스가 23일 구미역에 모인 가운데 참가자들이 노란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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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차광호다. 우리가 차광호다. 내가 희망이다. 우리가 희망이다."

구미역 광장에 수백 개의 노란 풍선이 날아올랐다. 폴리에스테르 원사 제조업체인 스타케미칼이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하면서 해고당한 노동자 차광호(45)씨가 45m 굴뚝 위에 올라간 지 89일째였다.

구미 국가산단3단지에 위치한 스타케미칼은 플라스틱 필름과 시트 등을 제조해 판매하는 스타플렉스가 모회사로 지난 2010년 8월 한국합섬을 인수해 만든 회사다. 하지만 2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2013년 1월 폐업을 선언하고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차광호씨를 비롯한 11명이 해고를 당했다.

차광호씨는 회사와 노조 집행부가 청산과 매각에 대한 합의서에 조인한 다음날인 지난 5월 27일 새벽 차가운 굴뚝 위로 올라갔다. 회사가 기획청산을 통해 분할매각을 하고 이윤을 챙기는 먹튀자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장의 분할매각 저지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굴뚝 위로 올라간 차광호씨를 응원하기 위해 23일 전국에서 희망버스가 구미역에 모였다. 900여명의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내가 차광호다"며 금오산네거리에서 구미역까지 행진을 했다.

구미 스타케미칼의 45m 굴뚝에서 89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차광호 씨를 응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금오산네거리에서 구미역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구미 스타케미칼의 45m 굴뚝에서 89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차광호 씨를 응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금오산네거리에서 구미역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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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23일 오후 구미역에서 열린 스타케미칼 45m 굴뚝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차광호씨를 응원하기 위한 희망버스 결의대회에서 주먹을 쥐고 들어보이고 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23일 오후 구미역에서 열린 스타케미칼 45m 굴뚝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차광호씨를 응원하기 위한 희망버스 결의대회에서 주먹을 쥐고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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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역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이호동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 위원장은 "80일이 넘도록 폭염과 태풍 속에 보낸 한 해고노동자 차광호씨를 위한 사회적 저항과 연대가 필요하다"며 "먹튀자본에 맞선 한 노동자의 투쟁이 다시 자본 앞에 고립되고 무릎 꿇지 않도록 소중한 연대를 이어가 달라"고 호소했다.

양동규 세월호참사에분노하는노동자행동 상황실장은 "세월호 참사와 스타케미칼 사태는 공통점이 있다"며 "바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과 야만적 자본의 폭압 앞에 생존권이 버려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304명의 희생자를 지키지 못했지만 여기 모인 우리는 11명의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광호씨는 휴대전화를 통해 "조합원들은 다시는 공장이 멈추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열심히 일했다"며 "하지만 사장은 우리를 기만하고 속였다. 권고사직을 하면 공장이 다시 돌아갈 때 우선적으로 고용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조합원들은 공장을 떠났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차씨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몇 날 며칠을 고민 끝에 굴뚝에 올랐다"며 "전국에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무작정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올 때 너무 무서웠다. 꿈에서도 굴뚝 밑으로 떨어지는 꿈을 꾸지만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후 2시 30분부터 구미역에서 3시간여에 걸친 결의대회를 마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구미국가산단 3단지에 위치한 스타케미칼 공장으로 향했다. 이들을 맞이한 차광호씨와 10명의 해고노동자들은 열렬히 환영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분할매각 반대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굴뚝농성을 벌이고 있는 스타케미칼 노동자 차광호씨를 응원하기 위해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에 모여 문화재를 갖고 차광호씨와 해고자복직투쟁위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글을 담벼락에 적었다.
 분할매각 반대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굴뚝농성을 벌이고 있는 스타케미칼 노동자 차광호씨를 응원하기 위해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에 모여 문화재를 갖고 차광호씨와 해고자복직투쟁위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글을 담벼락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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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매각 반대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굴뚝농성을 벌이는 스타ㅔ미칼 노동자 차광호씨를 응원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구미를 찾은 가운데 한 어린이가 스타케미칼 담장 그리기에 동참해 꽃그림을 그리고 있다.
 분할매각 반대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굴뚝농성을 벌이는 스타ㅔ미칼 노동자 차광호씨를 응원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구미를 찾은 가운데 한 어린이가 스타케미칼 담장 그리기에 동참해 꽃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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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스타케미칼 남문 쪽 붉은벽돌 벽에 '힘내요 스타케미칼 해복투, 힘내라 차광호'의 글귀를 쓰고 응원했다. 이어 차광호씨가 올라가 있는 굴뚝 위를 바라보며 "힘내라 차광호, 반드시 승리한다", "분할매각 박살내고 공장을 돌리자" 등의 구호를 외쳤고 차광호씨는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올리며 "투쟁"을 연발했다.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차광호씨를 향해 "나이 들어 기력도 없고 여름이라지만 밤바람이 차가워 올까 말까 고민을 했다"며 "차광호씨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백기완 소장은 "노동자에게 공장은 생산의 씨앗을 심어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텃밭"이라며 "노동자의 일터를 사장이라고 마음대로 노동자와 상의도 없이 팔아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광호씨의 부인 이현실씨는 "우리가 결혼한 지 18년 되는데 당시에도 한국합섬은 파업을 하고 있었다"며 "제가 차광호씨를 더 좋아해서 결혼하자고 했는데 지금은 자신보다 나를 더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지금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저희 남편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오신 여러분들에게 감사하고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이씨는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모양을 만든 뒤 차광호씨를 향해 "여보 사랑해"라고 외쳤다.

전국에서 모인 900여명의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이날 늦게까지 차광호씨에게 힘을 실어주고 떠났다. 이들은 어두워져 차씨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 굴뚝을 향해 손을 흔들고 다시 올 것을 기약했다.

부인 이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굴뚝에 올라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굴뚝에 올라간 다음날 저녁 연락을 받았다"며 "남편은 자기 주관이 워낙 뚜렷해 내가 말려도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굴뚝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비오고 바람 불 때 가장 걱정이 된다"며 "추워지기 전에 내려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분할매각 저지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89일째 45m 굴뚝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 차광호씨가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분할매각 저지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89일째 45m 굴뚝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 차광호씨가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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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씨의 굴뚝농성에 대해 회사 측은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강민표 전무는 이날 오후 공장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어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기획청산과 분할매각을 통한 먹튀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강 전무는 "2010년 8월 회사를 399억 원에 인수한 후 가동을 위해 8개월 동안 2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갔다"며 "2011년 156억 원의 적자와 2012년 270억 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강 전무는 "2011년 후반기부터 매월 20~30억 원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모회사인 스타플렉스마저 어려움에 처할 위기였다"며 "생산량을 늘려 손익분기점을 줄이기 위해 외부 캐피탈 자금을 끌어들였으나 적자가 누적되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분할매각을 하면 800억 이상의 수익으로 인수할 당시의 금액보다 2배 이상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이익이 남는다면 왜 청산절차에 들어갔겠는가"라며 "차광호씨를 비롯한 어느 누구와도 투명하게 회사자료를 보여주며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차광호씨가 굴뚝 위에 올라가 있는 동안 경찰이 굴뚝 주위를 지키면서 음식물을 제외한 다른 물품의 반입을 차단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구미YMCA와 구미참여연대 등 6개 시민단체와 정당들은 지난 21일 스타케미칼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물품반입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45m 굴뚝 위에서 80여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차광호씨에게 하루 세끼 식사 외에 생필품 반입이 봉쇄되고 있다"며 "경찰과 스타케미칼은 햇빛과 비를 피하고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최소한의 물품을 올려줘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특히 "누구에게도 위해를 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필요한 물품반입을 막는 것은 엄연한 인권탄압"이라며 "그가 스스로 굴뚝에서 내려올 때까지 그의 인권은 보호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태그:#희망버스, #스타케미칼, #차광호,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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