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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진보당)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재판과 정당해산심판청구라는 헌정 역사상 초유의 사건을 짊어지고 최근 두 번에 선거에 임했다. 결과는 다른 진보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초라했다. 다만 유례없는 공안정국 속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성과를 내며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 모두 호남에서 뚜렷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상규 진보당 의원은 "내란 음모와 정당해산심판청구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선거를 치렀다. 상처를 입은 정도가 아니라 칼에 찔리고 화살이 꽂힌 상태로 임했다"라며 "당선 결과나 지지율을 따지기 이전에 선거를 치렀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라고 앞선 두 번의 선거 평가를 내놓았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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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청와대나 국정원 입장에서는 놀라운 결과였을 것"이라며 "내란음모와 정당해산 심판 청구로 길에 나가면 돌을 맞아 죽어야 하는 진보당이 건재함을 입증했으니 오죽했겠나"라고 말했다.

그의 평가에는 긍정적인 면만 있지 않았다. 이 의원은 "선거를 직접 뛴 후보나 운동원들은 현장에 냉랭한 분위기에 많이 힘들어 했다"라며 "지지가 남아 있는 걸 확인한 것과 함께 얼마나 당의 이미지가 추락했는지를 피부로 느끼는 선거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종북몰이와 진보정당의 분열이라는 깊은 함정 앞에 진보진영 전체가 몰려 있다"라며 "진보당 창당 이후 3년 동안 이러한 문제가 쌓여져 굳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깰 수 없을 정도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보수가 우리 발언을 대북압박으로 쓰기에 신중했던 것"

2012년 창당한 진보당은 사실 총선을 앞두고 분열돼 있던 진보정당이 선거를 위해 결속했던 정당이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로 일정 의석을 확보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무리한 통합은 또 다시 분열을 불러일으켰다.

경선부정 의혹 사건으로 절반의 세력이 빠져나간 진보당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라는 큰 위기를 맞았다. 진보정당에게 덧씌워졌던 '종북몰이'가 노골화 됐고, 진보당과의 연대는 곧 '종북'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반복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차원의 야권연대를 고려하지 않았고, 정의당은 새정치연합과 연대는 추진하면서도 진보당 쪽은 쳐다보지 않았다. '종북논란'이 야권 재편의 가장 큰 걸림돌임이 다시 확인 된 것이다.

앞선 박원석 정의당 의원과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진보당의 북에 대한 태도 변화를 강조했다. (관련기사 : "선거를 위한 야권연대는 야합...후진 야당 국민이 심판", "야권연대는 '마약'... '민노당 프로젝트' 재개해야" ). 진보정당의 개편을 위한 선행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규 의원은 "진보당은 지난해 이정희 대표가 북에 천안함 조의를 요구한 것뿐만 아니라,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수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지만, 진보당은 평화적 핵 이용에도 반대한다. 군사적 이용뿐 아니라 핵발전도 반대한다. 다 반대다. 당연히 북한의 핵도 반대한다. 이런 이야기는 이미 다했다. 북의 권력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그 절차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권력을 선출하지만, 북은 그런 절차가 보장돼 있지 않다. 그런 부분은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는 "다만 시기와 상황에 따라 우리의 발언을 보수가 활용해, 대북대결, 대북압박용으로 사용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신중해 왔던 것뿐"이라며 "(진보당이) 종북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북한은 대화와 통일의 대상이고, 화해하고 협력해 함께 통일을 지향해 나가야 하는 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누군가 진보당이 종북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충분히 해소 시킬 수 있다"라며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게 있다면 더 토론하고 논쟁해서 공통분모를 찾아 가면 된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 '종북논란'이 진보정당의 개편와 통합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새정치연합, 진보정당과 다르지만 협력하고 연대해야"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 세월호유가족 단식농성장에서 단식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영오씨 찾아간 이상규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 세월호유가족 단식농성장에서 단식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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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야권연대나 진보정당의 통합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야권의 승리나 진보정당의 확장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정권교체와 진보정당의 성장을 위해서는 여전히 통합과 연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부터 대선, 그리고 올해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까지 야당이 패배한 이유는 야권연대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야권연대를 한다고 해서 저절로 승리하는 건 아니다. 야권연대가 승리로 이어지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제대로 된 인물과 단일화 과정에서 극적인 요소 이 두 가지가 있을 때만이 세력 결합의 시너지가 나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그는 진보정당이 독자적인 길을 가기보다는 새정치연합 안에서 진보블록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소위 '빅텐트론'과 관련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정치연합과 진보당 그리고 정의당의 색은 완전히 다르다"라며 "새정치연합은 민주개혁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위치는 보수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이 명백하게 진보적 가치를 따라야만 빅텐트론이 유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보정당이 독자노선을 가면서 새정치연합과 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노선은 그동안 진보정당이 결과적으로는 독자성을 갖추지 못하고 새정치연합의 '위성정당'으로밖에 남을 수 없다는 지적을 낳았다.

이에 이 의원은 "그것 역시 진보의 확장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라며 "직접 의정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새정치연합과 진보정당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대하고 협력해야 하는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대와 협력을 한다고 해서 위성정당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야권연대를 잘 한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기도 하지만, 아직 거기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권교체가 최우선의 과제"라고 말했다.

"진보세력 오해 있으면 풀어야"

이 의원의 말을 정리하면 정권교체를 위해 새정치연합과 연대가 필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개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진보정당의 통합의 시기를 2016년 총선 이후로 전망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무조건적인 통합은 불가능하다. 통합과 함께 당의 인물과 세력도 함께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세력들이 조금 더 춥고 배고파야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통합이 조금 더 절실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분열로 인해 된서리를 맞았지만 2016년 총선 전까지는 자기들이 뭔가를 해보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관계를 잘 맺는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

그는 "총선까지 남은 시간 동안 진보정당은 진보적인 주민활동, 진보적인 지방자치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기반을 닦아야 한다"라며  "또 진보세력 사이에 오해가 있었으면 그 오해를 풀고, 서로 잘못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성찰하고 사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까지 공동의 연구, 공동의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라며 "사안에 따라서는 공동 투쟁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원내에서는 진보당과 정의당이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발언록 "진보정당 15~20% 얻으면 양상 달라질 것"
정의당은 지방선거에서 '헌법 안에 진보'를 표방하는 자신들이 그래도 진보당보다는 더 많이 득표 할 거라고 기대했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생존을 위해 재보궐선거에 굉장한 무리수를 둔 걸로 보인다. 결국 정치공학적 면만 따라갔다. 당의 가치와 정책에 의한 후보 단일화가 전혀 아니었다. 특히 그동안 자신들의 노선을 강조했던 분들이라 상당히 아쉽다. 야권의 재편은 진보재편 이후 야권연대로 가는 방식이 옳다. 야권 전체적으로는 연대가, 진보 세력끼리는 통합이 필요하다.

현재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치면 10%내외가 나온다. 박근혜 정권의 종북공세가 있었지만 늘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그 지지율이 15%~20%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양상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진보정당의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표가 몰려 온다. 노회찬 후보가 아쉽게 패배하기는 했지만 거의 대등한 대결을 펼쳤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은) 분명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의원들끼리 모이든 당원들과 모이든, 항상 국민과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카메라가 쫓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했어야 한다. 이석기 의원과 경기도당 당원들은 과거 학생운동 때부터 끈끈한 관계였다. 그래서 그런 운동권식 표현이 나왔을 뿐이다. 그날 강연의 내용은 온전히 반전평화에 관한 것이었다. 좋은 내용의 강연이지만 그 표현 방식이나 사용하는 단어를 보면 대중들은 놀라게 돼 있다. 그런 부분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

정당해산심판청구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박근혜 정권에게 치명상이 될 것이다. 부메랑이 돼 박근혜 정권을 칠 것이다. 진보당 죽이기에만 매달리다가 결국 자멸의 길을 가게 된다. 경선부정 논란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조작사건, 정당해산심판 청구 등 계속 진보당을 죽이려고 힘쓰는데, 우리가 한 번에 죽으면 좋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결국 때리고 때리다 지칠 것이다.




태그:#이상규, #통합진보당, #새정치연합, #야권연대, #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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