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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보안검색지회 박대성 지회장과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구호를 외치는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 지부노조원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보안검색지회 박대성 지회장과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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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700여 명이 외치는 우렁찬 구호가 울려퍼졌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 단결 투쟁!"

새정치민주연합(을지로위원회)이 주최한 비정규직 입법 결의대회장에는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 그리고 교육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나를 포함한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 부 동료들도 공항에서 시작된 투쟁으로 이곳 국회까지 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했다. 무대에 올라 결의를 외칠 때는 비장함마저 들었다.

그랬다.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여름휴가는 꿈도 꾸지도 못하고 매일 공항 3층에서 동지들은 1인시위를 했다. 또 수많은 크고 작은 집회를 하고 수많은 교섭요구를 하고 이곳저곳에 우리의 상황을 알리며 이 여름을 보냈다. 그러나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은 거대한 벽 앞에 작은 망치를 하나 들고 서있었다.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듣고 있는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조원.
▲ 우리의 소망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듣고 있는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조원.
ⓒ 신용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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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을 일했다. 같은 동료 같은 업무 같은 식사.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의 보안요원으로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멀쩡히 잘 돌아가는 조직을 두 개로 찢어놨다. 어제까지 같은 회사의 동료가 다른 두 개의 회사 소속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신입이 되었다. 휴가도 연차도 없단다. 회사가 다른데 왜 당신들이 그동안 누렸던 복지를 인정해야 하냐고 했다.

500여 명 보안요원들은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멘붕' 상황, 정신적 공황 상태가 되어 버렸다. 세상 모든 직장인은  경력이 늘어나고 근무 년수가 늘어나면 조금 더 나아진 복지, 조금더 인상된 보수, 조금 더나아진 처우를 꿈꾼다. 그러나 5년을 근무했든 10년을 근무했든 모두가 똑같이 신입사원이 되어 버렸다.

업체를 찾아 대화를 요구하고 공항공사에 이 상황을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오직하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우리의 소관이 아니다.

그렇다. 법은 갑의 편이고 을은 법 앞에 복종하란다. 그리고 진정한 슈퍼갑은 자기들은 모르는 일이란다. 동지들은 더 강한 투쟁을 하자고 한다.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한민국의 관문을 지키는 보안요원으로서의 임무는 잊지 않았다. 여름 성수기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승객들의 짜증을 받아주고 욕설을 들으면서도 우리는 인천국제공항의 보안요원임을 포기하지 않았다. 머리는 멍하지만 웃으며 친절히 그들의 휴가길 안전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였다. 허지만 이제 우리들에게도 한계가 찾아오고 있다. 우리를 관리감독한다는 공항에 그 수많은 권력기관도 그 어떤 언론도 하루 수만 명의 승객 중 그어느 한사람도 우리들의 이 부르짖음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 노동환경의 현실이다. 내가 바로 그 처지에 처하지 않으면 이 모든것은 철저히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것이 비정규직 비율87%를 자랑하는 세계최고공항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현실이다.

갑보다 더 무서운 슈퍼갑. 그것은 공항공사도 국토해양부도 청와대도 아닌 바로 법!

그래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법을 만든다는 바로 그 국회에서 제발 비정규직이 차별 받지 않는 그런 법을좀 만들어 달라고, 일한 만큼은 대접해 달라고,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대접받고 살게해 달라고, 제발 그것만이라도 법이라는 보호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그렇게 외치고 또 외친 것이다.

이제 이 지루한 싸움이 언제 끝이 날지 알 수도 없다. 얼마나 또 부당한 대우로 돌아올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독기만 남았다고들 동지들은 말한다.

아시안게임과 추석이 다가온다. 공항은 또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갈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그대로이고 우리의 미소는 그대로일 것이다. 그러나 나와 노동자들의 미소가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는 미소일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공항의 안전과 보안은 완벽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매일 강조되는 친절 서비스. 과연 인천국제공항은 87%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진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과 미소를 바랄 자격이 있는지 묻고싶다. 공항가족이란 그 말이 어디까지가 포함되는지 묻고 싶다.

과연 누가 우리들의 이 질문에 대답을 해줄지. 그러나 우리는 그답을 들을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다. 진정한 공항 가족이 되는 그날까지 계속 묻고 또 물으며 그렇게 공항을 지킬 것이다.


태그:#인천국제공항 , #비정규직, #보안.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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