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18년만에 감격적인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여전히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맘껏 자랑했다. 5만 3천여 안방 관중들은 연고 도시 맞수를 기분 좋게 물리치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에도 3강(FC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흐름이 매우 흥미롭게 펼쳐질 것을 예고한 셈이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우리 시각으로 23일 새벽 5시 30분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4 슈페르코파 에스파냐(스페인 슈퍼 컵) 2차전에서 연고지 맞수 레알 마드리드 CF와의 안방 경기에서 이른 시간에 터진 골잡이 만주키치의 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두 경기 합산 1승 1무(2득점 1실점)의 성적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만주키치, 이른 시간 선취골

열정적인 아틀레티코의 팬들은 경기 시작 후 2분도 지나지 않아 터진 선취골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문지기 모야가 길게 찬 공을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들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틈을 타 그리즈만이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데려온 새 골잡이 마리오 만주키치가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은 것. 불과 1분 29초만의 일이었으니 놀랄만한 골이었다.

이 선취골에 안방 팬들의 응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자신의 팀이 수비 조직력 면에서 최고 수준의 팀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이 한 골의 무게는 어마어마했다.

사흘 전 자신들의 안방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88분에 동점골(라울 가르시아)을 내주며 아쉽게 비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들은 간판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무릎 부상으로 벤치에서 이 경기를 시작하고 있었기에 근심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에게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었던 것은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떠오른 특급 왼발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가 그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25분에 오프 사이드 함정을 허물고 빠져 들어가며 낮게 깔리는 왼발 슛으로 동점골을 노렸다. 마침 그를 마크하는 수비수가 아무도 없었기에 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각도를 침착하게 잡은 안방 문지기 미겔 모야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기막히게 쳐냈다.

그런데 이 위기를 넘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벤치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몇 분 전에 거친 반칙을 당해 라울 가르시아가 입을 다친 사건을 두고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격렬하게 항의하다가 퇴장(26분)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70분 가까이 되는 시간을 감독 없이 버텨야 하는 난관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닥쳤다.

레알 마드리드, 하메스 로드리게스만 보여

그러다보니 경기 양상은 급격하게 레알 마드리드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호날두가 없어도 자신이 팀 공격을 충분히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36분에 모드리치의 띄워주기를 받은 헤더도 오른쪽으로 빗나갔지만 위치 선정이 매우 좋았고, 38분에는 날카로운 찔러주기로 같이 왼발을 잘 쓰는 동료 가레스 베일을 빛내주었다. 전반전 추가 시간에도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왼발 감아차기는 아틀레티코의 골문을 아찔하게 위협하고 있었다.

아무리 하메스의 활약이 눈부시게 펼쳐지고 있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안첼로티 감독에게는 많은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그래서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무리가 따르는 줄 알면서도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를 빼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들여보낸 것이다.

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의 끈질긴 수비력은 웬만해서 유효 슛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바꿔 들어간 호날두가 특유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도하기도 했고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문을 노리기도 했지만 디에고 고딘과 미란다가 중심을 잡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안첼로티 감독은 65분에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빼고 이스코를 들여보내며 또 한 번의 변화를 주문했지만 상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 라인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후반전 추가 시간 5분까지 모두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멋진 트로피를 들어올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오는 26일(화) 새벽 5시(이하 한국 시각) 캄포 데 풋볼 데 발레카스로 들어가서 라요 바예카노와의 방문 경기를 치르며 2014-2015 프리메라 리가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레알 마드리드 CF도 같은 날 새벽 3시 코르도바를 그들의 안방인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불러 라 리가 첫 경기를 치른다. 심각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간판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부상과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앙헬 디 마리아 이야기에 안첼로티 감독의 속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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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스페인 슈퍼 컵 2차전 결과(23일 새벽 5시 30분, 비센테 칼데론)

★ AT 마드리드 1-0 레알 마드리드 CF [득점 : 마리오 만주키치(2분,도움-그리즈만)]
- 1, 2차전 합산 1승 1무(2득점 1실점)로 AT 마드리드 우승

◎ AT 마드리드 선수들
FW : 마리오 만주키치(85분↔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
AMF : 코케, 앙투완 그리즈만(73분↔라울 히메네스), 라울 가르시아(89분↔사울 니게스)
DMF : 티아구, 가비
DF : 시퀘이라, 디에고 고딘, 미란다, 후안프란
GK : 미겔 모야

◎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FW : 하메스 로드리게스(65분↔이스코),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
MF : 토니 크로스(46분↔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비 알론소, 루카 모드리치
DF : 파비우 코엔트랑(70분↔마르셀루), 세르히오 라모스, 라파엘 바란, 다니엘 카르바할
GK : 이케르 카시야스

- 경고 : 티아구(17분), 모드리치(48분), 코케(50분), 사비 알론소(52분), 그리즈만(68분), 라울 가르시아(74분), 이스코(78분), 세르히오 라모스(88분), 모드리치(90+1분-경고 누적 퇴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90+4분)
축구 AT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CF 마리오 만주키치 슈페르코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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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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