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이동국(35·전북)의 국가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오는 25일 베네수엘라(9월 5일)-우루과이(9월 8일)와의 평가전에 출전할 대표팀 최종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기술위는 지난 18일 손흥민(레버쿠젠),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 등 해외파로 구성된 14인의 명단을 우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진이 사실상 공석이다.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주전 공격수로 중용했으나 최악의 부진을 보인 박주영은 무적 신분이 길어지면서 이번 대표팀에서 제외된 상태다. 또 한 명의 중앙공격수인 김신욱은 오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발탁되며 9월 A매치에는 중복 차출이 불가능하다. 손흥민(레버쿠젠)-구자철(마인츠)-이근호(상주) 등이 있지만 전형적인 원톱 공격수는 아니다.

이동국, 마지막 월드컵 도전 기회 될 것

이동국은 이날 현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10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도움은 6개로 중동으로 떠난 이명주(알 아인·9개)에 이어 2위, 공격 포인트는 1위에 올라 있다. 35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손색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동국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면 지난 2013년 6월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 이후 약 1년 3개월만이다. 이동국은 홍명보 전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서는 단 한 번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사실상 이동국의 마지막 월드컵 도전기회가 될 것으로 보였던 지난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이후, 이동국의 태극마크 경력이 끝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동국은 일부에서 제기된 대표팀 은퇴 가능성에 대하여 단호히 선을 그었다. 선수라면 현역으로 뛰는 동안은 언제나 대표팀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이동국의 소신이다. 단지 태극마크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선수로서의 책임감이자 대표팀에 대한 경외심의 표현이었다. 이동국의 대표팀 커리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에 대해서 당당히 실력으로 승선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해보였다.

이동국에게 태극마크는 '영욕'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1998년 5월 16일, 프랑스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자메이카의 평가전에서 교체멤버로 19세의 어린 나이에 첫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동국은 그해 월드컵 대표팀 최종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며 역대 최연소 월드컵 대표 기록을 세웠다.

이후 지금까지 이동국은 A매치 99경기에 출전하여 30골을 기록하며 현역 선수 중 A매치 최다득점을 기록 중이다. 이동국이 만일 이번 대표팀에 소집되어 9월 베네수엘라-우루과이전중 한 경기에만 출전해도 대망의 A매치 100경기 출전으로 공인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한국 선수로는 9번째다.

청소년-올림픽-월드컵-아시안컵 대표에 이르기까지 대표 선수로서 누빌 수 있는 모든 대회를 섭렵하며 엘리트코스만을 밟아본 이동국 같지만 그의 대표팀 경력은 영광보다 회한으로 남는 부분이 더 많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서 연이어 최종엔트리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12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교체 투입된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경기 막판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놓치며 국민적 원성을 듣는 등 월드컵에서의 명예회복에 실패했다. 월드컵 본선에 두 번 출전한 이동국의 총 출전시간은 단 51분(3경기 교체출장)에 불과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최종예선에서 대표팀 부동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K리그에서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칭찬보다는 비판을 더 많이 들어야했고 정작 월드컵 본선에서는 외면 받았다. 이밖에도 2000년 시드니올림픽 조별리그 탈락과 1998~2002 아시안게임 우승 실패 등 연령대별 대표팀까지 포함하면 유난히 한국축구의 안타까운 장면마다 그 중심에 이동국이 서 있었던 것은 불운한 징크스였다.

하지만 이동국은 거듭되는 좌절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이동국만큼 축구인생의 롤러코스터 곡선이 극심했던 선수도 보기 드물지만, 이동국은 늘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 아닌가 싶을 때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하곤 했다. 2007년 아시안컵 음주파문 사건으로 1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얻기도 했고, 두 번의 해외진출 실패와 슬럼프로 축구인생 자체가 바닥을 찍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이동국은 어느덧 K리그의 득점기록을 갈아치우며 레전드로 거듭났다.

이동국의 이번 대표팀 복귀를 놓고 센추리 클럽 가입에 대한 예우 차원이나, 김신욱-박주영의 공백으로 인한 일회성 발탁으로 치부하는 시선도 있다. 현재 대표팀 사령탑이 공석인 상황이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면 40세가 되는 이동국이 앞으로도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되기란 분명 쉽지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국내외 통틀어 한국 국적 가진 공격수 중 최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국내외를 통틀어 한국 국적을 가진 공격수 중 이동국이 현재 최고의 공격수라는 사실이다. 한국축구는 현재 대형 공격수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지 오래됐다. 지금 당장 실력만 놓고 봤을 때 이동국보다 더 대표팀 승선자격이 있는 선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은 이름값이 아니라 지금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을 선발하는 곳이다.

월드컵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 내년 1월 아시안컵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한국은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동국은 2000년과 2004년, 2007년 세 번의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3위)에서는 6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2004년 중국 아시안컵(8강)에서도 4골을 기록하며 현역 선수 중 아시안컵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아시안컵까지 남은 시간이 4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K리그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이동국의 승선 가능성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만일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면 이동국의 한 많은 대표팀 경력에 위안을 남길 수 있는 유종의 미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35세의 이동국이 지금도 국가대표 승선 여부를 놓고 화제의 중심이 된다는 자체가 의미 있는 이정표다. 운동선수만큼 나이가 주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민감한 직업도 없다. 세월에 순응하고 적당히 물러날 자리를 찾는 것만이 최선의 미덕은 아니다.

만일 일부 팬들의 비난처럼 대표팀을 포기했다면 욕을 먹을 일도 줄었겠지만, 욕을 먹으면서도 대표팀이라는 최고수준의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자체가 이동국이 아직 그만큼 쟁쟁하고 후배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레벨에 있음을 증명한다. 운동선수로는 이미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관리, 열정을 통하여 K리그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이동국의 도전은 그 뒤를 따르는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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