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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가로 2.5미터, 길이 8미터, 깊이 5미터의 대규모 싱크홀이 발생한 석촌지하차도 공사현장
 지난 5일 가로 2.5미터, 길이 8미터, 깊이 5미터의 대규모 싱크홀이 발생한 석촌지하차도 공사현장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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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지반침하로 인한 구멍)이 생긴 곳이 전부 제가 평소 버스타고 출근하는 길이랑 가깝거든요. 불안하긴 한데 그것만 빼면 너무 좋은 동네라 이사할 수도 없고…."

서울 송파구 방이2동에 사는 김윤희(가명·27)씨는 최근 도보 출근을 시작했다. 김씨의 직장은 인근에 위치한 송파구 삼전동. 시내버스 340번을 타면 10분이면 갈 수 있지만 그는 30분 걷기를 택했다. 싱크홀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사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연이은 싱크홀 현상으로 송파구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지만 현지 집값은 되레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2일 만난 송파부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싱크홀 사고 이후 가격이 오르면서 거래가 더 늘었다"면서 "싱크홀의 부정적 영향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인도·차도 할 것 없이 구멍 뻥뻥... 불안하다"

최근 6월과 7월 사이 송파구 석촌호수 일대에서 나타난 싱크홀은 총 6개다. 이달에도 2개의 싱크홀이 확인됐다. 지난 5일 석촌역 지하차도 끝지점에 생겨난 싱크홀은 가로 2.5m, 길이 8m, 깊이 5m 정도의 대형 싱크홀이었다.

기자가 이 지역을 찾기 하루 전인 21일에도 방이동 방이사거리 인도에서 가로 0.7m, 세로 1m, 깊이 1m인 싱크홀이 확인됐다. 동네 곳곳에서 땅이 주저앉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이곳 주민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석촌역 지하차도 바로 옆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아무개(58)씨는 "인도, 차도 가릴 것 없이 구멍이 뻥뻥 뚫리니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방이동에 사는 김진현(33)씨 역시 "잊을만 하면 싱크홀이 나타나고 언론보도가 된다"며 "이 동네 차도에 유난히 아스팔트 보강을 해 놓은 흔적이 많은데 그런 걸 볼 때마다 지나다니기 찝찝하다"고 말했다.

방이 2동 주민 김윤희씨는 "아침마다 타고다니는 버스가 강남쪽을 가는 노선이라 항상 만원"이라면서 "사람이 가득 찬 버스가 구덩이에 빠지는 상상을 하니 타기 힘들어서 안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 전 이 동네로 이사오겠다고 방을 알아보던 지인이 싱크홀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방향을 틀어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덧붙였다. 

과거 같으면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을 만한 반응들이지만 요즘 분위기는 그렇지가 않다. 김씨의 상상은 이날 서초동 교대역 사거리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실제로 지나가던 승합차 앞바퀴가 빠진 것이다.

"불안해서 사람들 떠난다면 전세값 빠질텐데... 오히려 올라"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 도로에서 이날 12시 20분께 생긴 싱크홀 복구작업이 한창이다.경찰은 안전사고 우려 때문에 인근 도로의 교통을 전면 통제했으며, 송파구청과 동부도로사업소 등이 현장에 출동해 도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 도로에서 이날 12시 20분께 생긴 싱크홀 복구작업이 한창이다.경찰은 안전사고 우려 때문에 인근 도로의 교통을 전면 통제했으며, 송파구청과 동부도로사업소 등이 현장에 출동해 도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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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역이지만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시선은 달랐다. 이들은 이날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뉴스보다는 석촌지하차도 싱크홀이 인근 9호선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관리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서울시 발표에 주목했다. 연이은 지반 침하가 이 지역 전반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지하철 공사 때문이라는 것이다.

석촌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김희철(가명)씨는 "싱크홀 이후 언론에서 집값 떨어지지 않았느냐며 계속 취재를 하러 오는데 오늘 서울시 발표 보면 지하철 공사 때문에 그런거라고 결론이 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집들이 멀쩡한데 집값이 왜 떨어지겠느냐"고 반문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이런 시각을 갖는 이유는 더 있었다. 주변 집값 추이를 보면 싱크홀 여파가 실제 집값에 미치는 악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음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이흥영씨는 "싱크홀이 인근 집값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라면서 "오히려 몇몇 지역은 매매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전세 역시 마찬가지다. 이씨는 "42.9㎡(13평) 정도 되는 방 두개짜리 주택의 전세값이 2억 원에서 2억 3천만 원"이라면서 "싱크홀 때문에 불안해서 떠나려는 사람이 많다면 전셋값이 내려가야 하는데 그런 조짐은 전혀 없고 오히려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집값이 내려간다면 내가 매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월드 주변의 고가 아파트 단지인 잠실 1, 2, 3, 4단지 가격에서도 싱크홀 발생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은 약 105.6㎡(32평)에 10억 원 정도. 싱크홀이 등장했던 6월 이전보다 전 평형에서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 정도 오른 가격이다.

2호선 신천역 부근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이상화(가명)씨는 "가격도 올랐지만 집을 내놓은 후 거래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바로바로 나간다"고  말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ㅂ부동산의 유상겸(가명)씨는 싱크홀 얘기를 꺼내자 창밖을 가리키며 "그건 저쪽(거리가 멀다는 뜻) 얘기"라고 일축했다. 계절적인 요인으로 전세 가격에 소폭 떨어지긴 했지만 나오는 전세 매물마다 족족 거래되는 등 이 지역은 싱크홀 불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대규모 지하 동공이 확인된 석촌지하차도에서 이 부동산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1000m 정도다.

유씨는 "거래량과 매매가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고 추석이 지나면 정부에서 또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기대심리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좀 더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그:#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싱크홀, #제2롯데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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