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자사고 학부모회는 21일 오전 600여명(경찰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를 열었다.
 서울 자사고 학부모회는 21일 오전 600여명(경찰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를 열었다.
ⓒ 이창열

관련사진보기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교장들이 자사고 폐지 반대집회에 학부모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또, 이들 자사고 교장은 '출장' 등 근태처리를 하지 않고, 무단으로 집회에 대거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버스 제공, 내신 점수 주고...

지난 22일 오전 11시께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학부모회가 개최한 자사고 폐지반대 집회 장소로 65인승 대형 관광버스가 들어섰다. 버스에서는 시위에 사용되는 물품으로 보이는 펼침막과 손자보를 손에 든 30여 명의 여성이 내렸다. 이날 자사고 폐지 반대집회에 참석한 경희고 학부모들이다.

버스에는 '경희고등학교' 문구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자사고인 경희고등학교 소유의 학교버스인 것이다. 평소 이 버스는 경희고 축구부 선수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경희고는 밝혔다. 또 학생들이 현장학습을 나갈 때도 이 버스를 이용하지만, 이날엔 학부모들이 자사고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 버스를 이용한 것이다.

경희고측은 이 학교 홍익표 교장이 집회에 참석하는 학부모들에게 학교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홍 교장은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당일 학교버스 운행에 소모되는 유류비 5만 원은 사비로 부담했다"며 "자사고 폐지 문제는 학교 일이고, 여기 집회에 참석하는 학부모들에게 학교 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희고가 자사고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학부모들에게 매번 학교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자사고 폐지 반대집회는 지난 7월 26일 1차 집회를 시작으로 8월 6일에 이어 이날 집회로 한 달여 만에 세 차례가 열렸다.

자사고가 학부모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것은 경희고만이 아니다. 지난 7월 26일 종각에서 열린 1차 집회에 종로구에 있는 자사고인 ㄷ고교는 집회에 참석한 학부모의 출석을 확인, 자녀들에게 상점 10점을 줘 물의를 일으켰다.

자사고 교장 22명 '무단이탈' 집회 집단참석

22일 오전 11시 서울교육청에서 학부모들의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가 열리기 전, 서울교육청 인근 이화여고에는 자사고 교장 22명이 모였다.

서울지역에 있는 전체 자사고 25개교 가운데 3곳을 제외하고 모두 모인 것이다. 이들은 자사고교장협의회를 하고, 서울교육청이 실시하는 자사고 재평가를 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회의를 마친 자사고 교장들은 곧바로 학부모 집회에 참가했다. 현직 학교장이 업무시간 가운데 집단으로 학부모들이 개최한 집회에 참가한 것이다.

자사고교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복 배재고 교장은 조희연 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자사고 폐지 정책을 비난하면서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재평가를 거부한다'는 결의를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 집회한 참석한 교장 대부분은 근태처리를 하지 않고,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교장을 대신해 집회에 참석했다는 장훈고 윤종훈 교감은 "출장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희고 홍 교장은 "학부모들이 다른 단체와 싸움을 하는 등 불상사가 있을 수 있어 안전지도 차원에서 집회에 참석한 것"이라며 "정치적인 발언이나 선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교장들의 경우 '근태처리'도 하지 않은 채 집회에 집단으로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이 '집회 참가'를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중징계(파면) 처분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성북구에 있는 동구마케팅고 재단에서 파면된 안종훈 교사의 징계 사유 가운데 하나는 '집회 참가'였다.

김성보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집회를 '학교 일'로 보고 학교버스를 지원하는 경희고 교장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며 "딱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에 들어맞는다"고 꼬집었다.

자사고 교장들이 서울교육청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며 집회를 조직하고 있지만, 막상 서울교육청은 손을 놓고 있다.

최영규 서울교육청 중등인사담당 장학관은 "교장들의 집회 참가는 학교업무와 관련된 모임 또는 집회의 성격에 따라 다르고, 학교버스 지원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교장들의 집회 참여가 공적영역일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도 함께 싣습니다.



태그:#자율형사립고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민기자입니다.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