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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Ice Bucket Challenge를 한글로 옮겨적은 신문 기사들
▲ 아이스버킷이 아니라 얼음물 덮어쓰기다 영어 Ice Bucket Challenge를 한글로 옮겨적은 신문 기사들
ⓒ 이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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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 모금운동으로 시작한 '얼음물 덮어쓰기'를 날마다 알리고 있다. 얼음물 덮어쓰기라고 해도 얼마든지 될 말인데, 내남없이 '아이스버킷'이나 '아이스버킷 챌린지'라는 말로 쓰고 있다. 눈으로 보아서나 귀로 들어서 금방 무슨 말인지 알기 힘든 말은 공공언어의 교과서라고 할 신문에 써서는 안 된다. 다음에 들어놓은 문장은 신문 기사에서 본 것이다. 

머리에 얼음물을 흠뻑 끼얹고 루게릭병 환자 치료비를 기부하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가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가운데 줄임) 그렇다면 71억명 세계 인구가 모두 '얼음 샤워'를 하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ㅈ일보 8월 21일치 16면)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방식으로 모금하는 캠페인 'ALS(근위축성측색경화증)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우리나라에 상륙해 열풍이다.(ㅎ일보 8월 21일치 2면)

'얼음물 샤워 릴레이'가 막바지에 접어든 여름을 시원하게 달래고 있습니다. (ㄷ일보 8월 22일치 33면)

미국에서 최근 시작된 '얼음 양동이 도전(Ice Bucket Challenge)'이 한국에도 상륙한 것.(ㄷ일보 8월 20일치 23면)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가장 흔하게 쓰고 있고, '얼음 샤워', 얼음물 샤워', '얼음 양동이 도전'처럼 쓴 데도 있다. '얼음 양동이 도전'은 우리 말로 바꾸려고 한 점은 짝짝짝 손뼉 받을 일이다. 하지만 양동이에 든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얼음 샤워'나 '얼음물 샤워', '얼음물 샤워 릴레이'라는 말도 마뜩찮다. '샤워'가 뭔가. 빗발처럼 내리는 물에 몸을 씻는 일이다. 보라. 얼음물을 동이째 뒤집어쓰는데 그게 '샤워'인가? '릴레이'는 얼음물을 뒤집어쓴 사람이 다음에 얼음물을 뒤집어쓸 세 사람을 지목해서 얼음물 뒤집어쓰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붙인 말이다. 이어가기, 이어달리기 같은 말로도 너끈할 말이다. 

'얼음물 뒤집어쓰기'는 미국 루게릭병협회가 이 병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한 모금운동이다.(ㅎ신문 8월 22일치 31면)

그래도 한두 신문에서 '얼음물 뒤집어쓰기'라는 우리 말로 바꿔쓰고 있어서 다행이다. 같은 값이면 '얼음물 덮어쓰기'로 써서 글자 수를 줄이는 것도 괜찮겠다.

얼음물 덮어쓰기는 미국 루게릭병협회가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고 치료비를 모을 요량으로 미국에서 시작한 모금 운동이다. 얼음물을 덮어쓰면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근육이 오그라들면서 마치 마비가 일어날 때와 고통을 느낀다는 것인데, 그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뜻이 감긴 것이다. 루게릭병 환자들이 그같은 고통을 일상으로 겪는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 났으니, 신문이고 방송이고 얼음물 덮어쓰기를 왜 하는가는 말하지 않고 오로지 누구도 하고 누구도 하고 누구도 했다는 식으로, 마치 재미난 볼거리로만 보여주는 것은 문제다. 아름다운 뜻으로 좋은 뒷날을 바라고 시작한 일 아닌가. 그런데 별난 볼거리로 보여주면 정작 루게릭병 환자와 함께 한다는 뜻을 시들고 반짝 행사로 우리들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태그:#얼음물 덮어쓰기, #얼음물 뒤집어쓰기, #아이스버킷, #아이스 버킷, #얼음물 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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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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