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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째 단식 중이던 '유민 아빠' 김영오(47)씨가 22일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김씨는 22일 새벽 광화문농성장에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의료진이 설득해 오전 7시 40분쯤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실에서 긴급 치료를 받은 뒤 병실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전날까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대통령 면담 신청을 한 것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다가 결국 극도의 건강 악화로 병원에 실려 가고 말았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한국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면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면서 생명을 건 단식 투쟁을 벌여왔다. 김씨의 행동은 분명히 이타적인 행동이다.

최근 한국을 찾았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그런 점을 높이 사, 김씨를 직접 위로하는 모습을 전국에 생중계되는 TV를 통해 모두에게 보여준 것이다. 종교의 이타적인 지향성과 김씨의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생명을 건 절규는 동일한 감동적인 울림을 지니고 있다.

그의 그런 투쟁에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하려 한다', '교통사고인데 요구 사항이 지나치다'는 논리로 폄훼하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싸늘한 태도로 일관했다. 교황은 판이한 태도를 방한 기간 내내 보여 주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각별한 동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 사회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추진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정치권에 던졌다.

그러나 교황이 한국을 떠난 뒤 청와대와 새누리당 측의 변화는 없었다. 야당도 밀실 야합을 통한 정치를 반복하면서 고질화된 병적인 체질을 만천하에 드러내면서 침몰하고 있다.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 등에게 보여준 따뜻한 배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는 요구가 더 강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김씨를 혹시 면담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한 때는 높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김영오씨는 기진해 병원으로 실려가고 말았다.

김씨는 교황이 떠난 뒤 청와대를 찾아갔지만 경찰들의 저지를 당했고 대통령은 대소 공식 행사에서 세월호에 대해 그 단어조차 언급치 않았다. 대통령의 그런 모습은 정상적인 국정 수행을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국가 최고 지도자로 비춰질까, 아니면 철저한 정치적 유불리만을 앞세우는 냉혹의 화신으로 비춰질까.

김씨의 단식과 집권층의 모르쇠, 야당의 헛발질이 벌어지다가 그가 끝내 병원으로 실려간 것은 이 사회의 참담한 비극의 실상이 무엇인지를 웅변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살인적인 비극적 병폐 가운데 하나는 남의 불행에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는 비정한 것도 포함된다.

남을 전혀 배려치 않는 한국 사회의 지독한 비정함은 교황이 최근 방한을 통해 얼마나 그 정도가 심각한 것인가를 집단적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적인 것으로 여긴 불행한 우리의 일부가 얼마나 지독한 것인가를 많은 사람이 확인하게 되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우물속의 세상을 전부인 것처럼 여기듯이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체질화된 비정함과 몰인정 등이 구조화 되어 있다는 것을 그러려니 하다가 교황을 통해 그 객관적 실체를 확인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 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의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교황이 떠난 뒤 이 사회는 가슴 한쪽에서 찬바람이 휑하고 부는 삭막함과 적막감에 젖어 있는 듯 하다.

사람이 눈앞에서 처참하게 그 생명이 스러져간다는 것은 가장 지독한 비극의 하나다. 그래서 생명 존중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확인된 생명에 대한 경시 관념의 고착화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국 사회는 이미 여러 공식적인 통계자료에 의해 생명이 경시되는 사회로 입증이 되어왔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심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이고, 출산율은 최저다. 자살과 출산은 생명과 직결된 것이다.

자살과 출산의 문제는 그것을 극대화 시킬 경우 '한국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고 후손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거기에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인권에 대한 존경심이 존재치 않는다. 이는 심한 말로 인간 생지옥이라는 표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최근 드러난 군에서의 가혹행위는 이 사회가 지닌 생지옥의 모습이 그곳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한국 사회는 생명이 경시되는 현상이 구조가 되어 있는데도 아직 그에 대해 무관심은 치명적일 정도로 심각하다. 자살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생명의 전화를 전국 단위로 설치한 정도이다. 출산률 최저 현상은 양극화 해소, 분배의 평등 등 경제적인 삶의 개선과 직결되어 있지만 이런 처방이 실천되는 일은 거의 없다. 재벌위주의 정책만이 난무할 뿐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등은 '이게 국가인가.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다. 그들은 생명 경시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비명에 죽어간 생명에 대해 '교통사고 피해자'라면서 보상과 배상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사회의 비정함을 지적한 것이다.

김영오씨의 필사적인 단식과 한국 사회, 특히 정치권의 행태를 통해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병폐의 깊이가 확인되었다. 그것을 청산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 하는 절망적인 측면도 백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겹겹이 쌓인 사회적 모순과 병폐, 그리고 거짓을 감추는 가면의 정체 등이 이번에 그 민낯을 드러낸 측면도 분명히 확인된다. 이 사회는 생명을 존중하고 남의 아픔을 자기 것으로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확인했다.

지금은 김영오씨가 다시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가 이 사회의 민주화, 행복 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타적 행동을 계속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모두 그의 신속한 건강 회복을 빌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태그:#김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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