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있는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순위 경쟁의 키포인트는 바로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4위 경쟁이다.

일찌감치 1∼3위 삼성·넥센·NC는 포스트시즌 티켓을 예약한 상태다. 팀당 30게임을 남겨놓은 가운데 이제 남은 한 장의 티켓을 놓고 최대 5팀이 경쟁하는 모양새다. 4위 LG부터 8위 SK간의 승차는 불과 1.5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6월 20일부터 두 달 가까이 4위 자리를 지켜온 롯데의 아성이 지난 19일 무너진 이후 4강전쟁은 그야말로 접임가경이다. 매일같이 4위 자리의 주인공이 바뀌는 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를 제치고 처음 4위를 탈환했던 두산이 최근 2연패에 빠지며 3일만에 4위 자리가 이번엔 LG에게 돌아갔다.

두산은 21일 대구구장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1-5로 졌다. 시즌 전적 44승 53패(승률 0.454) 기록한 두산은 각각 우천과 휴식일로 경기가 없었던 LG(46승 1무 55패)와 롯데 자이언츠(45승 1무 54패, 이상 승률 0.455)에게 모두 승차없이 승률에서만 밀려 6위로 내려앉았다. 7위 KIA와는 1게임차, 8위 SK와는 1.5게임차다.

반면 가만히 앉아서 4위를 선물받은 LG로서는 뜻밖의 행운이었다. 시즌 초반 꼴찌로 추락하며 감독교체의 혼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기적적인 반전에 가깝다. 물론 경쟁팀들 역시 격차가 거의 크지않아 4강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팬들로서는 종반까지 손에 땀을 쥐는 4강전쟁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하향평준화된 순위다툼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올시즌 프로야구 4강경쟁의 커트라인이 예년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누가 가장 잘하느냐보다는, 누가 더 못하냐를 논해야하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4위싸움이 치열해진 것도 중위권팀들의 동반 부진이 맞물리며 누구 하나 확실히 치고나가는 팀이 없어서 제 자리 걸음만 맴돌고 있는 탓이다.

현재 1위 삼성과 4위 LG의 승차는 무려 22게임이다. 3위 NC와 4위간의 격차만도 무려 11게임이나 된다. 이는 4위부터 꼴찌 한화까지의 승차 5게임의 두 배가 넘는다. 3위와 4위는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된다. 단지 '4강'이라고 해서 같은 등급에 놓기 민망한 격차다.

한국야구위원회는 1993년부터는 3위와 4위의 게임차가 3.5게임 이상일 경우, 준PO를 취소하는 대신 2-3위간 플레이오프를 기존의 5전 3선승에서 7전 4선승제로 바뀌게 되는 규정을 도입한 바 있다. 1995년 해태(현 KIA)는 4위를 했음에도 승차가 뒤져 준PO에 나가지 못했다. 당시 롯데(68승 5무 53패)와 해태(64승 4무 58패)의 승차는 4.5게임에 불과했다. 준플레이오프를 생략하고 힘을 비축한 롯데는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2위 LG를 제압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바 있다. 차별화된 순위싸움이 주는 긴장감 덕분에 1995년은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 모두 흥행에 크게 성공한 대표적인 시즌으로 꼽힌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경기의 수준과 순위싸움의 긴장감은 이전만 못하다. 올해 어느 팀이 4위를 차지하든 역대 최저 승률 4위팀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5할 미만 승률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으로는 1990년 삼성, 1991년 롯데, 1998년 OB, 2001년 한화, 2009년 롯데 등 5개팀이 있었다. 특히 한화는 2001시즌 당시 4할 7푼 3리(61승 3무 68패)의 성적으로 4위에 올라 단일리그제에서는 역대 최저승률로 포스트시즌 진출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4위 LG의 승률은 4할 5푼 5리로 13년전 한화보다도 떨어진다.

2001년은 프로야구의 순위경쟁이 역대 가장 치열했던 시즌으로도 꼽힌다. 당시 4위 한화와 꼴찌였던 8위 롯데와는 승차는 불과 2경기였고, 3위와 4위간은 11게임차로 모든 면에서 올해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2010년대 이후 5할승률이 안 되는 팀이 4강을 노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9개구단중 절반이 넘는 5개팀이 5할승률을 넘겼고,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두산만 해도 5할6푼8리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6위에 그쳤던 SK(4할9푼6리)도 올해 같았으면 포스트시즌 안정권이다. 4위싸움이 얼마나 하향평준화 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팀이 최종 4위가 되든 자랑스러운 성적표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4위였던 두산은 상위권팀들과의 실질적인 전력차가 크지 않았고 포스트시즌을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치는 악조건속에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갈 만큼 선전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팀간 수준차가 너무 벌어지다 보니 어느 팀이 올라오든 가을잔치의 격에 맞지않는다는 아쉬움을 피할 수 없다. 자칫 준플레이오프 자체가 맥빠진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3위팀 입장에서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월등히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도 별다른 혜택없이 4위팀과 동일선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도 불만스러운 부분이 될 수 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안의 과정과 내용도 무시할수 없다. 누가 4위를 차지하고 가을잔치에 나가느냐보다, 어떻게 그 자리를 차지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고있는 지금, 어부지리가 아닌 스스로의 경쟁력으로 4강에 오를 자격을 증명하며 팬들을 만족시켜주는 팀이 나올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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