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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생에게 아침밥 먹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MBC 예능 <느낌표>의 한 장면.
 고교생에게 아침밥 먹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MBC 예능 <느낌표>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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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현 시점에서 '9시 등교'가 쟁점이 되는 것일까? 시작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의정부여중 학생들에게 건의를 받고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부터였다. 정말 그것이 시작이었을까?

9시 등교 문제는 아주 오래된 기원을 갖고 있다. 시작은 2001년 MBC <느낌표 - 하자하자>의 고등학생 아침밥 먹이기 프로젝트였다.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김영희 PD가 만든 이 프로그램은 개그맨 신동엽씨가 나와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해 먹이는 장면을 연출하여 방영 즉시 전 국민적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에는 '0교시 폐지'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쟁점이 되었다. '0교시'는 9시부터 시작되는 1교시 이전에 7시대 후반이나 8시쯤에 시작하여 9시 이전에 끝이 나는 일과 전 수업이다. 그때는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0교시 보충수업을 시행했다. 당시 공익예능의 대표 프로그램이었던 <느낌표>는 이런 현실을 고발하며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이 아침밥을 먹고 오는 그날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학생들 아침밥 먹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느낌표> 방송 때는 여론 좋았는데...

0교시 폐지 운동은 어떻게 귀결되었을까? 0교시는 사라졌지만 1교시가 앞당겨졌다. 편법이 작용했는데, 많은 학교에서 정규수업 시작 시간을 9시에서 8시 30분으로 앞당겼다. 수업은 8시 30분에 시작하지만, 등교 시간은 수업 준비를 명목으로 8시 10분 정도로 정해졌다. 어찌되었든 0교시는 없어졌고 짧게는 20~30분 정도 등교시간이 늦춰졌다.

그러나 <느낌표> 프로그램도 폐지되고 0교시 폐지 운동이 잊혀갈 즈음부터 요요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침 자율학습 활성화 혹은 고3의 특수성 등이 이야기되면서 등교시간을 10분씩 앞당기는 학교들이 생겼다. 실제로 0교시 폐지 이전과 차이는 별로 없는 상황이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의 등교시간도 7시 50분으로 0교시 폐지 이전과 다를 바 없고, 1교시는 8시 10분에 시작된다.

그렇다면 '0교시 폐지'에 비해 이번 '9시 등교'에 왜 반발이 더 심할까? 첫 번째는 대중매체의 역할이다. 10년 전 0교시 폐지 운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아주 지능적(?)으로 사회 운동을 추동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등교한 아이들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아침밥을 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TV 전파를 타면서 0교시 폐지는 '대세'가 되었다. 한마디로 대중들의 감성을 휘어잡은 것이다.

두 번째는 교육 현장이 대응할 수 있는 여지의 폭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0교시 폐지는 1교시를 앞당기면서 변동 폭을 30분 내외에서 조정할 수 있었다. 20분 정도의 변화로 충분히 당시 여론을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9시 등교는 온전히 1시간의 변동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진보 교육감 시대 개막과 함께 시작된 '강제' 야간자율학습(야자)과 보충수업의 폐지이다. 등교 시간을 늦춘다고 해서 하루에 받는 수업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등교가 늦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하교가 늦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제 야자와 보충수업이 있었던 과거에는 0교시를 폐지하는 것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을 줄이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의 9시 등교는 저녁 시간의 활용도를 위축시킨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를 기준으로 한다면 '8시 등교-4시 하교'가 '9시 등교-5시 하교'로 바뀌게 된다. 밤 9시나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시대였다면 학생들이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했겠지만, 지금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온도차를 느낄 수가 있다.

9시 등교 반대 목소리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짚고 싶은 것이 있다. 반대 목소리 중 대표적인 것이 맞벌이 부부의 사정인데, 논리적으로 의문이 든다. 사실 맞벌이 부부가 신경써야 하는 학생층은 고등학생이 아니다. 넓게 봐야 중학생까지, 좁게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이 해당한다. 그런데 실제로 초등학교 현장의 경우 그다지 반발의 강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필자도 초등학생 아들을 둔 맞벌이 부부지만, 지금도 초등학생 등교 시간이 8시 40분 등교에 9시 수업시작이기 때문이다. 9시 등교로 정책이 바뀐다 해도 길어야 20분 늦춰지는 셈이다. 조기 등교 학생에 대한 정책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맞벌이 부부에 대한 대책은 충분해 보인다. 현재도 조기 등교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초등학교가 많다.

오히려 현장의 반발은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생활주기에 약 1시간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발이 표면화되는 것은, 변화가 지방교육 권력의 정점에 있는 교육감에 의하여 강제로(?)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교육감의 강제적 정책 시행에 대해 전교조는 '현장 의견 수렴 미비'를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였고, 교총은 침묵하거나 지지했다. 그런데 9시 등교에에서는 이런 구도가 거꾸로 됐다.

현재 급격한 정책 시행에 현장 교사들, 특히 진보 교육감을 지지했던 전교조 교사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전교조에서는 공식적인 반대 목소리가 없다. 오히려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던 교총이 앞장서고 있다.

정리하자면,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9시 등교 정책을 일방적으로 시행해 문제제기가 큰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정 교육감은 왜 9시 등교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이 교육감은 역대 수도권 교육감 중 어느 누구보다 정치적 색채가 강한 인물이다. 통일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오랫동안 정치인으로 살았다. 즉, 관료를 밑에 두고 행정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3일 수원시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열린 '경기교육사랑학부모회 워크숍'에 참석해 9시 등교 시행을 놓고 학부모들과 설전을 벌였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3일 수원시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열린 '경기교육사랑학부모회 워크숍'에 참석해 9시 등교 시행을 놓고 학부모들과 설전을 벌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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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그가 즉흥적으로 이를 추진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9시 등교 정책이 혁신학교인 의정부여중 학생들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이었다고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여론화의 정치적 프로세스를 노회하게 밟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대의 목소리를 전혀 모르고 이 교육감이 정책을 추진한 건 아닐 것이다. 무엇이 이 교육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을까?

'9시 등교' 밀어붙이는 이재정 교육감, 성공할까

<매일경제>에 글을 기고한 안양옥(서울대 교수) 한국교총 회장의 주장을 살펴보면 역설적으로 짐작이 간다. 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해서 운동시키는 것이 건강에 더 좋고, 맞벌이 부부에게도 맞으며, 등교시간은 교장의 결정 사항이라는 법령 위배의 문제를 들며 이 교육감의 정책에 반대한다.

솔직히 급격한 9시 등교 정책 시행에 비판적인 필자가 보기에도 안양옥 회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침에 운동시키자면서 빨리 등교시키는 건 더 논할 가치도 없고, 맞벌이 부부의 문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고등학생과 큰 상관이 없다. 등교시간은 교장 결정 사항이라는 법령 문제는 이미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법적 검토가 끝났을 것이다.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교장들의 동의를 다 구했을 것이다. 교육감이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정책에 반기를 드는 교장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장 의견 수렴 없는 급격한 정책 시행 비판을 제외하면 이재정 교육감을 설득할 논리는 빈약하다. 사실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는 무엇보다 학력 저하를 우려한다. 

9시 등교 논란을 두고 경기 지역 학부모 인터뷰를 보도한 <노컷뉴스>를 보아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일단 '반대' 학부모 출연진으로 초등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 부모가 나왔고, 인터뷰의 대부분은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로 가득하다.

필자도 이 교육감의 의견에 동의하는데, 아침 등교 시간을 늦춘다고 학생들 학력이 저하된다는 우려는 근거 없는 걱정일 뿐이다. 마치 몇 년 전에 진보교육감 들어서고 강제 야자와 보충수업을 폐지하면 학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논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강제 야자와 보충수업을 폐지해도 학력 저하가 없었듯이, 아침 등교 시간과 학력의 상관관계는 무관할 것이라는 이 교육감의 확신을 현장 교사로서 동의한다.

지금까지 9시 등교 정책의 연원과 찬반 논란의 허실을 거의 다 짚어내서 설명하였다. 현재 9시 등교를 둘러싼 논쟁이 어떤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9시 등교 논란에는 교육과 정치, 이데올로기, 생활 습관 등이 녹아들어간 총체적인 교육 현장의 문제가 녹아들어가 있다.

이런 교육의 복잡성이 9시 등교의 전선을 명확하게 그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는 투여된 욕망(학력신장)과 이를 가리고 있는 이데올로기, 그리고 각 세력이 포기할 수 없는 교육관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재정 교육감은 그것을 단칼에 해결하기 위하여 개혁의 '칼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전임 김상곤 교육감처럼 강제 야자와 보충수업을 없애고 학생인권조례를 통과시킨 것과 같은 뚝심으로 평가될지, 아니면 무모한 교육개혁 시도로 현장의 혼란만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을지 아직 모른다.

이재정 교육감이 선장인 '경기도 교육호'의 앞날이 9시 등교 정책의 향배에 달려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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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