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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에이치엠씨(HMC)투자증권 노아무개(43)씨의 자살 소식은 직원들에게 충격이었다. 회사쪽에선 개인적인 문제로 사고를 덮기에 급급했다. 그의 죽음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 역시 철저히 차단했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노씨의 사망 소식은 금세 퍼져 나갔다.(관련 기사 : 40대 유망한 증권맨, 그는 왜 직장에서 목을 맸나)

이 회사 수도권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노씨가) 회사에서 목을 맸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면서 "당시에 타 지점까지 직원들 사이에서 소문으로 돌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원은 노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과 2013년에도 지방 지점에서 일하는 임직원 2명이 생을 달리했다. 이들의 자살 이유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한 명이 인천지점장이던 곽아무개(47)씨다.

위험 상품 손실나자 공황장애 등 우울증 시달려

3년새 HMC투자증권 직원 3명이 자살사망해 논란이 되고 있다.(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3년새 HMC투자증권 직원 3명이 자살사망해 논란이 되고 있다.(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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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자이저로 불리던 분이었어요. 인천지점 먹여 살린다고 할 정도로 열정적인 분으로 소문났죠. 그런데 상품이 잘못되면서부터 갑자기 말씀이 없어졌어요. 운전하다가 갑자기 어지럽다고 숨을 못 쉬겠다고 하시고. 안절부절 못하고 눈에 초점도 없어지고 예감이 좋지 않았어요."

이 회사 인천지점장이었던 곽아무개(47)씨와 일했던 한 직원의 말이다. 지난해 4월 곽씨는 자신이 살던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곽씨의 유족들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곽씨가 시장이 갑자기 안 좋아지면서 고객들에게 판매한 상품들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불안감과 자괴감에 시달렸다"면서 "이로 인해 심각한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우울증이 심했다"고 진술했다.

곽씨는 HMC투자증권의 전신인 신흥증권 시절부터 20년간 증권계에 몸담았다. 특히 동료들은 그가 영업순위로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들 정도여서 임원까지 탄탄대로였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무리하게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팔면서 시작됐다.

ELS는 크게 특정 종목의 가격과 연계되어 있는 종목형과 주가지수와 연계되어 있는 지수형으로 나뉜다. 종목형 ELS는 지수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릴수 있다. 반면 주가에 따른 변동성이 높아 손실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상품이기도 하다.

금융상품 캠페인 남발... 무리한 실적요구에 시달리는 증권맨들

직원들은 회사가 2011년에서 2012년까지 ELS상품 캠페인을 많이 벌였다고 했다. 당시 증권사들은 주식시장 침체와 함께 고객몰이를 위한 금융상품 캠페인을 남발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쪽은 직원들에게 무리한 실적을 요구하며 쥐어짜기식 영업을 강요했다는 것. 곽씨의 동료 B씨는 "당시 회사에서 고수익을 노리고 상태가 안 좋은 종목형 ELS를 많이 취급했다"며 "시장의 변동성이 있는 상황에서 타사들은 위험성이 큰 종목형 ELS 판매를 자제시켰지만 우리는 오히려 부추겼다"고 말했다.

또 "이 때 팔았던 상품의 종목들이 지난해 주가가 연중 최저치를 찍고 나서 (곽씨의) 고객들이 손실이 많이 났다"며 "친인척을 포함해 원금 100억 정도가 '녹인'(Knock-In·손실발생기준)이 발생한 걸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만기가 다가오니까 고객들의 항의도 컸고 본인의 심적 압박도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료 C씨도 "물론 증권사 영업이란 직업이 하다보면 손실이 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본부장들이 출근할 때 심지어 퇴근 이후에도 지점장들한테 전화나 문자로 실적압박을 하니 (곽 씨가) 무리하게 상품을 팔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은?
HMC투자증권은 현대자동차 계열 증권회사로, 규모는 작지만 전반적인 업계 불황 속에서도 지난 1분기 35억4300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 7월 15일 김흥제 HMC투자증권 사장은 "회사의 존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경영효율화 조치를 취하게 됐다"며 지점통폐합 및 희망퇴직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직원 252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는 직원(937명)의 약 27%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전국 38개 지점은 15개로 통폐합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희망퇴직과 지점 통폐합이 최근 매각작업에 나선 현대증권과의 인수·합병을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HMC투자증권은 사실이 아니라며 인수합병설을 일축하고 있다.
다른 지점 영업사원 D씨는 "잘 나가던 분이 자살을 해서 더 충격적"이라며 "한편으로는 나도 영업을 열심히 하다 저렇게 손실이 날까봐 무섭기도 하다"고 밝혔다.

한편 2011년 10월 북울산지점 대리인 황아무개씨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판매한 상품에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회사 홍보 관계자는 "증시가 하락하면서 (황씨의) 고객이 손실을 입었는데 이를 모두 황씨의 탓으로 돌린 것 같다"며 "고객이 조폭까지 동원하겠다며 심한 협박을 해 황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세 사람의 자살에는 모두 개인사들이 얽혀있었고 오비이락의 측면도 있다"며 "회사에서 영업을 강요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태그:#HMC투자증권, #자살, #희망퇴직, #김흥제, #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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