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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27일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가 있다.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왜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 안에 갇혀 구조의 손길만 기다리다 죽어갔는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는 정부와 국회에 의해 무시당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한 사람은 곡기를 끊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이는 공감의 문제이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억울함에 대한 공감, 남은 유가족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

미국 LA에도 이 공감의 영역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미 9차례의 대중집회가 있었고, 39재와 100일제, 수십 번의 영사관 앞 1인시위, 서명운동, 릴레이 단식 등 그 공감을 표현하는 자리에 늘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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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동안 한국 정치와 사회에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이민생활을 살았던 여성이다. 그 중 한 분이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를 보내온 허수정씨. LA에 사는 한 아이의 엄마.
 편지를 보내온 허수정씨. LA에 사는 한 아이의 엄마.
ⓒ 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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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엘에이 사는 한 아이의 엄마 허수정입니다. 우연히 인터넷 보고, 세월호 추모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가, 지금은 유가족들의 특별법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민주화를 외치며 분신하는 친구들을 봐야 했는데요, 이제 유민 아버님이 단식으로 생명을 꺼트려 가는 모습을 보니, 그때의 악몽이 다시 되살아나네요. 30년이 흘렀지만 세상이 그리 많이 바뀌진 않은 것 같습니다.

20여 년 전 유학을 와서, 항상 좋은 시절만 있진 않았습니다만, 마음 한 켠에 늘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니들은 아냐? 우리나라엔 목숨을 던져 민주주의를 외쳤던 젊은 사람들이 있었다.
분단 현실의 힘든 상황에서도, 민주주의 기적을 이룬 그런 나라에서 나는 왔다.

그런 마음으로 힘을 얻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도 저는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정치를 잘 모릅니다.
어떤 정당이나 정치 단체에 소속되어 본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비극이 일어났고,
그 일이 왜 일어났는 지 알아 보자,
이 단순한 질문이 제대로 답해져야 한다는 건 압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추모의 물결을 이뤘던 것 기억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그토록 애도했던 죽음인데… 적어도 왜 죽었는 지는 확실히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엉터리 진상 조사는 안 하느니만 못하고, 오히려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줘서, 희생자들 가족 가슴에 못만 더 박습니다. 그동안 실망스러웠던 특검의 역사가 우리를 불안하게 하기에, 특별법 요구하는 것이라는 것 너무 잘 아실 겁니다.

다른 걸 원하는 게 아닙니다. 왜 죽었는 지 알려달라.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이 당연한 질문에 좌파나 우파, 혹은 중립 등 다른 정치적 견해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과 많은 친구들이 저를 말리더군요.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이대로는 "살 수가 없다" 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꽃같이 죽어갔는데,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냥 묻으라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지켜 보고 있지 않습니까? 이 일을 이대로 묻는다면, 앞으로 아이들에게 제대로 살라고 어떻게 얼굴을 들고, 말하겠습니까? 잘못된 선례가 되어 두고 두고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정치하시는 분들은 좀 더 좋은 세상으로 바꾸겠다는 초심이 있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실 때, 평생 오직 이거 하나 바라보고 살아온 저 분 마음엔 뭔가 있겠지 내심 기대했습니다. 그 마음에 매달리고 싶습니다. 역사가 전진한다는 건, 익숙한 예전의 방법에서 달라지는 거라 생각합니다. 달라지는 것은 용기를 필요합니다. 옳다고 믿을 때, 용기도 생기는 것이겠죠. 이런 이유로 아무런 힘없는 저는,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태그:#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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