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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5일 오후 5시 18분]

학내 커뮤니티 국민인닷컴 익명 게시판 모습. 이번 논란에 대해서 학생들의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학내 커뮤니티 국민인닷컴 익명 게시판 모습. 이번 논란에 대해서 학생들의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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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학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총학생회 집행부가 교비 일부를 지원받아 '교육 명목'으로 지난 18일, 4박 6일 일정으로 말레이시아로 떠났기 때문이다. 학교의 열람실 이전 통보 등 학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자리를 비워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대 총학생회는 총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 사무국장을 포함한 총 18명의 집행부가 학교가 제공한 'SGE' 프로그램에 따라 말레이시아의 한 대학에서 교육 중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인 교비 지원 내역을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소 2천만 원에 달하는 교비를 지원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SGE 프로그램은 학교와 교류협정을 체결한 외국 대학에 가서 문화 체험을 하는 활동이다. 법대의 경우, 이번 여름방학에 SGE 프로그램을 통해 15명이 해외를 다녀왔다. 당시 지원 내역에 따르면 학교 본부에서 1인당 항공료 90만 원, 교학팀에서 별도로 33만 원의 금액을 지원했다.

문제는 총학생회가 교비로 해외를 다녀오는 것이 적절한가의 여부다. 표면적으론 교육을 받기 위해 해외로 다녀온 것이라 설명했지만, 일종의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학생회 측은 21일 동아리연합회 페이스북을 통해 "프로그램 계획은 방학 전 학교로부터 제안이 왔던 사항으로, 총학생회가 집행부들에게 특별한 보답을 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반 재학생이 SGE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직접 지원을 해서 면접 전형 등을 거쳐야 하나 총학생회는 거꾸로 학교로부터 SGE 프로그램 참여 제의를 받은 셈이다.

국민대 학내 상황에 정통하다는 관계자 A씨는 "총학생회가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왔는지 활동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학내 사안에 대한 처리가 매끄럽지 않은 가운데 이런 일이 터진 것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학교는 지난 7월 3일 사전 협의 없이 기존 종합복지관에 있던 열람실을 철거하고, 그곳에 평생교육원 강의실을 설치했다. 철거된 열람실은 도서관 지하로 일부 이전 중이다.

총학생회, 산적한 현안 두고 해외 갔다는 비판 이어져  

이번 사안과 관련, 총학생회 페이스북에서도 학생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과 관련, 총학생회 페이스북에서도 학생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총학생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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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학생들의 반발이 잇따랐으나 총학생회는 열람실 철거 직전까지 어떠한 공식적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 7월 9일, 한 재학생이 1인 단식 농성을 시작하고 난 다음에서야 총학생회는 "단식 농성이 일어날 때까지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학우 여러분께 사과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학교와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문을 페이스북을 통해 게시했다.

총학생회는 입장문에서 "7월 17일에 있을 관리처장과의 면담 이후 공간 배치에 대한 협상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이 넘도록 관련 사항에 대해 어떠한 내용도 공지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19일 학교는 1매당 프린트 비용을 20원에서 40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을 사전 논의 없이 발표했다. 이처럼 산적한 현안을 놔두고 총학생회가 해외로 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학내 커뮤니티 <국민인닷컴>에선 학생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중이다. 필명 '라OO'는 "각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총회를 열어 총학생회가 여름방학 기간 어떤 활동을 했는지 청문회를 실시하고 학생들에게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시행해 줄 것을 간곡히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7***'는 "학내 현안 처리를 놔두고 간 점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국제학부에 재학 중인 조영우(20)씨는 "공적인 자금으로 해외를 다녀온 점에 대해 타당한 이유를 내놓지 못한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대 동아리연합회장 최희윤씨는 20일 동아리연합회 페이스북을 통해 "학생회 중앙운영위원인 저조차도 모르는 일이었다"며 "총학생회 집행부 대다수가 해외로 떠난 것과 수뇌부인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사무국장 중 단 한 명도 남지 않고 모두 떠난 것에 대해 46대 총학생회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부총학생회장 "주말에 사과문 발표하고, 적극 대응하겠다"

총학생회의 이번 활동이 과거 논란의 연장 선상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2009년 41대 총학생회에서 이전 40대 총학생회의 해외 활동에 대한 예산 용처를 학교에 문제 제기한 바 있다.

제2차 북악발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2008년도 총학생회의 말레이시아 해외 활동에 대한 예산(1천만 원)과 집행 명분, 2006년과 2007년 활동계획서 등의 기초자료를 요구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A씨는 "자치단체에서도 예산 지원을 받아 구의원 등 지방의원들이 해외로 나가 말썽을 일으킨 적이 있다"며 "활동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하고, 보고서 역시 허술한 상황에서 외유성 출국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총학생회 논란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부총학생회장은 동아리연합회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주말에 학우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하고, 학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사안에 대해 국민대 학생지원팀 관계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태그:#대학, #외유성, #해외,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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