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회의 모습.(자료사진)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회의 모습.(자료사진)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97.0%.

전국 역사교사들이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추진'에 반대하는 비율이다. 전국역사교사모임과 역사교육연구소가 전국 초중고교 역사 담당교사 8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지난 20일 발표한 결과다.

"획일화된 역사교육은 유신 때까지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역사교사들 대부분은 왜 이처럼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가? 21일, 전국역사교사모임을 통해 이 설문에 참여한 교사들이 직접 적은 주관식 답변을 입수해 살펴봤다.

역사교사들은 '한국사를 국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주관식 답변에서 '무엇보다 현 정권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의 한 중학교 교사는 "역사를 어용교과로 만드는 전근대적 발상"이라면서 "화가 난다"고 적었다.

전남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획일화된 역사교육은 유신 때까지로 충분하다"고 적어놓기도 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도 "역사교과서가 5년 마다 바뀌는 정부의 주관대로 선정되어서는 곤란하다"면서 "역사교과서는 전문가인 역사교사와 연구자들에게 맡기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독재정권의 발상"이라면서 "반민족 친일파들이 조국을 파는 천추에 용납 못할 매국행위"란 '과격한 주장'까지 내놨다.

다음은 국정제 전환 시도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한 역사교사들의 주관식 답변 가운데 일부다.

"획일화된 역사교육은 유신 때까지로 너무 충분함!" (전남지역 고교 교사)
"지금 정치적 몰역사적 의도를 가지고 국정전환을 꾀하는 것에는 절대 반대한다"(인천지역 고교 교사)
"역사교과서는 5년 마다 바뀌는 정부의 주관대로 선정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된다면 강한 자의 역사, 정권을 쟁취한 역사만 남게 되지 않겠나?… 정부는 자기 할 일이나 제대로 해보시는 게 어떤가."(서울지역 고교 교사)
"시대착오적인발상. 역사를 어용교과로 만드는 전근대적 발상에 화가 남"(경기지역 중학교 교사)
"국정교과서 자체가 가지는 위험도도 높은데 현 정권의 의도는 더더욱 위험도가 높다"(인천지역 중학교 교사)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현직 역사교사)은 "북한을 민족의 일원으로 보고 '화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종북, 친북이라 비난하는 이들이 북한에서나 하는 국정교과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이들이야말로 진짜 종북 같다"고 비판했다.

이 문항에 주관식으로 답변한 10명의 교사 가운데 한 교사는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대구지역 고교 교사인 그는 "이런 분위기라면 국정교과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단 국정 발행 시 독립적인 기관을 만들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정제는 국가가 직접 교과서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는 제도이고, 검정제는 민간출판사가 교과서를 만들어 국가 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는 제도다.

김재춘 현 청와대 교육비서관 "국정제는 이데올로기 통제 목적"

김재춘 교육비서관이 지난 2005년 6월 16일 발표한 논문 <교과서 인정제 발전 방향(자유발행제)>의 일부분.
 김재춘 교육비서관이 지난 2005년 6월 16일 발표한 논문 <교과서 인정제 발전 방향(자유발행제)>의 일부분.
ⓒ 김재춘

관련사진보기


한편,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교육부의 배후로 의심받는 청와대의 김재춘 교육비서관의 '국정교과서 비판' 논문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에 따라 김 비서관이 학자시절에는 오히려 '국정제의 검인정제 전환'을 요구하다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비서관은 영남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05년 6월 16일 발표한 논문 <교과서 인정제 발전 방향(자유발행제)>에서 "국정제의 경우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통제 목적에서 유지되어 왔다"고 진단했다.

김 비서관은 또 2009년 6월 30일에 발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탁 연구보고서 <교과서 검정체제 개선 방안 연구>(책임자 김재춘)에서는 "초중고의 보통 교과의 경우 검정 교과서를 우리나라 교과서 발행 정책의 근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면서 "초등학교의 경우 모든 교과도 조만간 검정교과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제로 발행하는 교과서 전체를 사실상 검정제로 바꾸자는 '과격한 주장'이었던 셈이다.

김 비서관은 지난 2011년 4월 28일에 연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한 <한국의 교과서 정책> 논문에서도 "사회 민주화의 진전과 더불어 교과서 발행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면서 "국정도서보다는 검정도서가, 검정도서보다는 인정도서가 정부 규제가 적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청와대 교육비서관, 3년 전엔 "민주화로 검정제 전환")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국정교과서 논란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