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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언제부터, 왜, 무엇때문에 전쟁을 무척 좋아하는 전쟁광 집단처럼 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언제부터, 왜, 무엇때문에 전쟁을 무척 좋아하는 전쟁광 집단처럼 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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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알고 있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전쟁을 무척 좋아하는 전쟁광 집단인지, 아니면 유대인 자체가 호전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인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외신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폭격 당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애국자의 표상이었습니다. 유학 중, 고국에서 전쟁이 났을 때 상대국 유학생은 징집을 당할까봐 숨어버렸지만 이스라엘 유학생들은 나라를 위해 싸우기 위해 스스로 귀국할 정도로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들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나치에 의해 엄청난 수의 유대인이 학살을 당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하면 랍비와 탈무드라는 단어도 연상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 중에 유대인 출신이 많다는 것 정도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 게 이 정도이니 이스라엘이 주변국들과 왜 그토록 죽고 죽이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좀 엉뚱한 말 같지만 매일 다투고 있는 부부사이의 일은 부부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 사이의 그 어떤 일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그들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제대로 알 리가 없습니다. 안다고 해서 다 이해되는 건 아닐 겁니다. 따라서 이해까지는 아닐지라도 이스라엘이 왜 그토록 호전적인 나라가 됐는지를 알려면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4천년 유대인 역사를 한 권에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지은이 폴 존슨 / 옮긴이 김한성 / 펴낸곳 포이에마/2014년 8월 4일 / 값 4만 5000원)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지은이 폴 존슨 / 옮긴이 김한성 / 펴낸곳 포이에마/2014년 8월 4일 / 값 4만 5000원)
ⓒ 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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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지은이 폴 존슨, 옮긴이 김한성, 펴낸곳 포이에마)에는 4000년 이스라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커다란 강줄기처럼 4000년을 흐른 유대인 역사, 지천(支川)을 흐르다 대하의 한줄기로 합류하는 산천수 같은 역사적 사실들이 굽이굽이 흐르기도 하고 폭포수처럼 쏟아지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1948년 5월 14일에 건국됐습니다. 채 70년도 안 되는 신생 나라이지만 유대인 역사는 4000년 세월을 거슬러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4000년을 이어온 유대인 역사는 끔찍하다 할 만큼 핍박받고 억압받으며 버텨온 파란만장한 역사, 불멸의 역사입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말은 하나님이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개명할 때 처음 나온다. 이스라엘이라는 명칭은 하나님과 싸우는 자, 하나님을 위해 싸우는 자, 하나님이 싸우신 자, 또는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자, 하나님의 정직한 사람, 하나님은 정직하시다 등을 의미할 수 있다. 이에 관해 아직까지 일치된 견해는 없다.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45쪽-

근대 유럽에서 유대인에 대한 정의는 유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반유대주의자에 의해 내려지곤 했다. 오스트리아의 정치가 카를 뤼거는 이렇게 말했다. "유대인이란 내가 유대인이라고 말하는 모든 이들이다." 대부분의 현대 유대인은 자기가 유대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유대인이라고 말한다.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906쪽-

대량 학살을 저지르는 사람들로서 너무나 무시무시한 악행을 앞두고 양심의 가책을 최소화하려면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나치의 지배 아래 있는 유럽지역에는 866만1800명의 유대인이 있었다. 나치는 그중 67퍼센트에 해당하는 593만3900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많은 330만 명이 살고 있던 폴란드에서는 90퍼센트 이상이 살해당했다.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834쪽-

책에서는 4000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유대인 역사에 방점을 찍거나 한 획을 그은 사건들, 변곡점을 만든 인물,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에 대한 어원들까지를 낱낱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대인에게는 독일보다 더 진저리났던 제정 러시아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까닭 없이 당하거나 감내해야만 했던 무수한 탄압과 억압을 견뎌내는 과정은 어느 집단, 어떤 무리도 흉내 낼 수 없는 숭고한 역사입니다.

대개의 우리는 어쩜 홀로코스트만을 기억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홀로코스트 이전에도 유대인들은 무참히 학살당하고 처참하게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근대 최초의 유대인 학살은 1871년, 그리스 상인들이 주동이 된 오데사에서도 발생했었다고 합니다.

막 시작된 무시무시한 전쟁에서 독일이 패배하면 유대인에게 이로울 거라는 생각은 당시 유대인들에게 우스워 보였다. 유대인에게 진저리나는 적은 제정 러시아였고 당시 독일군은 러시아를 산산조각 내는 중이었다.

유대인 거리가 있던 런던 북동부 이스트엔드에서 유대인이 독일과의 전쟁에 지원하기를 주저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유대인의 문화적 지도력을 독일과 연계시켰다. 극좌파 반전론자를 제외하고 막스 리베르만이 이끄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모든 유대계 지식인은 독일의 전쟁 목적을 지지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서명을 거부한 사람은 아인슈타인뿐이었다.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714쪽-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은 독일 나치에 의해 수백만 명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고난을 겪었습니다. 유대인이라면 그런 독일을 당연히 거부하고 반대했을 것 같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도리어 독일이 전쟁을 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지하였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법 하지만 유대인이 걸어 온 길, 유대인 역사를 알게 되면 그 배경이 이해됩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또 하나의 여건

그때 당시 유대인의 입장에서 독일이 획책하고 있는 전쟁은 진저리나는 제정 러시아의 핍박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대인의 역사는 4000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대인의 역사는 4000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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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이 극력하게 저항을 했다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작전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거부할 줄을 몰랐습니다. 약탈당하고 어떤 탄압을 받아도 순종하고 복종했습니다. 정어리를 쌓듯 차곡차곡 쌓아가며 학살을 해도, 독가스실로 몰려 들어가면서도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유대인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자 유대교가 이스라엘 자손의 원시 신앙과 확실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바로 평화에 대한 강조다. 135년 이후 유대교는 실제로 정의를 위한 폭력까지도 포기한다. 이런 이유로 유대인은 내심 국가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평화에 대한 신념이 아주 강해졌다.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274쪽-

팔레스타인은 비록 면적은 좁지만, 지리적·기후적 특징을 기준으로 40개 지역으로 구분될 만큼 다양성을 지닌 지역이다. 이와 같은 특징은 팔레스타인 땅에 눈부신 매력과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그러나 또한 이런 특징은 지파 간의 구분을 항구적인 것으로 만들어 통합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87쪽-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중국이나 인도처럼 광활한 땅이 아닙니다. 결코 광활하지 않은 땅에서 그토록 전쟁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건 지리적·기후적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유대인의 역사는 예루살렘 남쪽 32㎞, 유대 산악지대 해발 900미터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 헤브론에 있는 막벨라 동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헤브론은 나그네로, 떠돌이로 살던 아브라함이 그 땅의 거민인 헷 자손들로부터 정식 동의를 얻고, 400세겔에 해당하는 은을 주고 마련해 정착한 곳입니다.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이유는?

역사는 각양각색의 사건들 기록이고, 사건들은 인물에 의해 자행됩니다. 하나하나의 전쟁도 사건이고, 국제 관계도 사건입니다. 우리나라 조선 역사는 27대 왕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조선 역사를 안다는 것은 27대 왕들에 대해 안다는 것이고, 27대 왕들을 안다는 말은 결국 조선역사를 꿰뚫고 있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메시아를 자처하는 그가 곧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람들의 주장 외에 예수에게 불리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메시아를 운운하는 자들은 로마 당국에 인도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빌라도는 유죄 선고를 내리기 주저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그 때문에 예수는 유대교의 율법에 따라 돌에 맞아 죽지 않고 로마법에 따라 십자가형을 당했다. 신약의 복음서에서 묘사하는 예수의 재판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223쪽-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는 유대인 인물에 대한 소개이기도 합니다. 아브라함, 요셉, 모세, 다윗, 솔로몬, 예수, 바울, 예레미아, 헤롯 대왕과 같은 인물에 대한 내용들이 4000년 유대인 역사를 이어가는 하나하나의 디딤돌이자 연달아 이어지는 징검다리입니다.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마치 즐기기라도 하듯 박수까지 치며 구경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몇몇 사람들 모습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악마의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마치 즐기기라도 하듯 박수까지 치며 구경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몇몇 사람들 모습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악마의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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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복종하고 순응하던 유대인들이었건만 작금의 유대인들은 세계 최고 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 오바마의 목덜미를 잡고 흔들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력집단이 돼 있습니다.

유대인의 역사는 어쩜 딜레마의 역사, 인도주의적인 이상을 현실화하는 적대적인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행동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 사이에서 갈등하는 딜레마의 역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 안다고 해서 다 이해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유대인의 역사를 알면 이스라엘이 왜 그토록 호전적인 나라가 됐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창세기 9장의 핵심구절인 6절에서는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으니, 누구든 사람을 죽인 자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무자비한 공격을 결정하는 이스라엘 권력자들,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마치 즐기기라도 하듯 박수까지 치며 구경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대인 역사에 노아의 홍수처럼 도도히 흐르고 있는 이 말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가 사뭇 궁금해집니다.

덧붙이는 글 |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지은이 폴 존슨 / 옮긴이 김한성 / 펴낸곳 포이에마/2014년 8월 4일 / 값 4만 5000원)



유대인의 역사

폴 존슨 지음, 김한성 옮김, 포이에마(2014)


태그:#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김한성, #포이에마, #아브라함,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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