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월오월>(홍성담 작)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홍 작가가 작품을 수정했지만 결국 전시가 유보됐다. 광주비엔날레는 8일 오후 회의렬 거쳐 홍 화백의 작품 전시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홍 작가는 <세월오월>에 담긴 '허수아비 박근혜 대통령(사진 왼쪽)' 때문에 광주시가 문제를 제기하자 이날 닭(사진 오른쪽)으로 수정해 광주비엔날레에 제출한 바 있다.
 <세월오월>(홍성담 작)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홍 작가가 작품을 수정했지만 결국 전시가 유보됐다. 광주비엔날레는 8일 오후 회의렬 거쳐 홍 화백의 작품 전시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홍 작가는 <세월오월>에 담긴 '허수아비 박근혜 대통령(사진 왼쪽)' 때문에 광주시가 문제를 제기하자 이날 닭(사진 오른쪽)으로 수정해 광주비엔날레에 제출한 바 있다.
ⓒ 소중한, 전대신문

관련사진보기


대통령 풍자를 이유로 광주비엔날레에 걸리지 못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과 관련,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가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사회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년 광주비엔날레' 동안 축적된 이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영구집권이나 다를 바 없는 대표이사 임기 등이 <세월오월>을 둘러싼 논란을 키우는 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광주시에 책임을 떠 넘기고 있다"라는 비판도 나온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연구보고서도 이사회 문제 지적

대통령 풍자를 이유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에 걸리지 못하자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당시 모습.
 대통령 풍자를 이유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에 걸리지 못하자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당시 모습.
ⓒ 강성관

관련사진보기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회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쥬스컴퍼니에 의뢰해 시행한 '광주비엔날레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이사회의 구조와 관련된 문제점이 적혀 있다.

이 보고서에는 "국제 비엔날레를 지향하면서 당연직 이사의 비율이 높고 이사회 임원으로 지역 인사가 과반수이며, 해외 전문가 참여가 전무한 현상은 지향점과 현실의 괴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이사회 임원 25명 가운데 시장·부시장·광주지역 미술관장·단체장·대학교수·언론인·법조인 등이 반수를 차지하는 것을 문제삼았다.

이는 지금껏 이사회가 광주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며 미술인들이 광주비엔날레에 양질의 참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취임한 윤장현 광주시장의 경우 인수위 시절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회의 체질 개선을 준비하면서 '대표이사의 임기'를 지적하기도 했다. 인수위 보고서에는 재단이 2011년 7월 대표이사의 임기를 '2년에 한 차례 연임'에서 '3년에 무제한 재임'으로 바꾼 것을 예로 "대표이사 등의 장기 연임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한 예방 장치가 없다"라고 지적돼 있다.

이번 <세월오월>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한국미술협회 광주지회' 등 미술인 50여 명도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 정신을 먹칠하고 20년 광주비엔날레를 국제적으로 망신시킨 이용우 대표이사는 공식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라면서 광주시 대신 이사회를 겨냥했다.

대표이사의 갑작스러운 사퇴... 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에 걸리지 못한 것과 관련 18일 " "(이번 사태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에 걸리지 못한 것과 관련 18일 " "(이번 사태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 광주비엔날레

관련사진보기


때문에 윤 시장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표적으로 자신이 지목되고 있다는 점은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장으로서 윤 시장이 발휘해야 할 리더십이나 "(비엔날레가 이미 개막한) 다음달 16일 대토론회를 통해 <세월오월>의 전시 여부를 결정하자"는 발언은 지적의 대상으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전시 여부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의 판단에 맡긴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논란을 피하려고만 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윤 시장은 사태 초기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발표했고, 오형국 광주시 행정부시장이 진행하려고 했던 담당 큐레이터의 해촉도 막은 바 있다.

윤 시장이 '말 바꾸기'를 했다는 지적도 오 부시장이 윤 시장의 말을 잘못 전달해 생긴 오해로 밝혀졌다. 오 부시장은 <세월오월> 논란이 시작된 지난 6일 "중국 출장 중인 윤 시장은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시비가 들어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성격상 정치적 그림이 걸리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윤 시장은 "작품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것은 걱정이지만 기본적인 문화정책에 있어서 광주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관련기사 : '박 대통령→닭' 작품 수정했지만... 결국 '전시 유보').

일부에서는 "올해 취임한 윤 시장이 20년 동안 축적된 이사회를 상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겠나"라는 '불가항력론'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8일 이용우 대표이사의 갑작스러운 사퇴 기자회견은 '윤 시장 책임론'을 더욱 명확히 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홍 화백의 작품은 광주시의 돌출적인 대응이 없었다면 (광주비엔날레에) 걸렸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에 사퇴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는 다음달 4일 이후 사퇴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미술계에서는 "사건 초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이사회와 대표이사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라면서 이 대표이사의 사퇴와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을 문제삼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광주지회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이용우 대표이사는 논란의 소지가 되는 작품에 대해 시의 개입을 요청한 사실이 있다"라면서 "(18일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전 파행의 원인을 광주시 책임으로 전가시켜 본질을 호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연직 이사 ㄱ씨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재단에서 <세월오월>을 문제삼아 광주시에 보고해놓고 대표이사가 '광주시의 돌출적인 대응'을 이야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용우 사람'으로 구성된 광주의 문화권력자들이 이사회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라면서 "그동안 광주비엔날레재단과 이사회의 병폐가 이번 일로 터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미술협회 광주지회와 한국전업작가회의 광주지회·광주미술상위원회는 21일 '비엔날레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이들은 ▲ <세월오월>이 전시될 예정이던 특별전의 진행과 제반 문제 검토·논의 ▲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정보공개 요구 ▲ 광주비엔날레 특별감사 실시 요구 ▲ 범시민 소통창구 마련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태그:#광주비엔날레, #세월호, #홍성담, #윤장현, #이용우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