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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주식인 '시마'와 반찬인 '마쌈바'는 내 기준으로 정말 맛없다. 그러나 그들의 주식이고 그마저도 없어서 굶주리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맛없다는 걸 표현할 수는 없다.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말라위는 에이즈와 말라리아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말라위는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고 농경지가 많지 않다. 식량이 넉넉지 않으니 주민들이 빈곤에 시달리는 건 당연하다. 쌀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일 년에 한두 번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을 마다않고 현지에 나가 주민들과 부대끼며 봉사하는 이들이 있다. 현재 말라위에 사는 한국인은 100여 명쯤 된다. 거의 대부분이 선교나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이다.

생명누리 대표 정호진 목사(왼쪽)와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 이사장 최갑성 목사가 아이를 안고 있다
 생명누리 대표 정호진 목사(왼쪽)와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 이사장 최갑성 목사가 아이를 안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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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맞춰 손씻는 아이들. 생명누리에서 파견한 봉사단원 오정씨가 오기전까지는 물 한통에 100명의 아이들이 공동으로 씻었다고 한다. 더러워진 물을 함께 사용했으니 씻으나마나한 일이다. 오정씨는 컵에 물을 따라 한 명 한 명이 씻을 수 있도록 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손씻는 아이들. 생명누리에서 파견한 봉사단원 오정씨가 오기전까지는 물 한통에 100명의 아이들이 공동으로 씻었다고 한다. 더러워진 물을 함께 사용했으니 씻으나마나한 일이다. 오정씨는 컵에 물을 따라 한 명 한 명이 씻을 수 있도록 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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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젠게라 학교에서 보건위생 교육을 담당하는 봉사단원 오정씨가 손씻기 위해 서있는 아이들을 줄세우고 있다.
 마젠게라 학교에서 보건위생 교육을 담당하는 봉사단원 오정씨가 손씻기 위해 서있는 아이들을 줄세우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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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봉사를 위해 아프리카로 온 사람들

그들 중 한 사람이 국제 NGO 생명누리 대표를 맡고 있는 정호진 목사다. 국제 NGO생명누리는 인도와 네팔, 탄자니아, 말라위, 중국의 다섯 나라에 10개의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베트남, 싱가포르, 몽고에 새 사무실을 건설 중이다.

생명누리가 말라위를 위해 하는 일은 지역사회개발, 생명농업, 보건위생, 문맹자 교육이다. 정호진 목사에게 많은 나라 중 왜 하필 대한민국과 수교도 하지 않은, 최빈국 중 하나인 말라위를 돕기로 했는지 궁금해 이유를 물었다.

"곤궁한 처지에 있는 한국인을 돕는 NGO는 많지만 어려운 외국 사람들을 돕겠다는 NGO는 그 10분의 1도 안 됩니다. 더 많은 나라를 돕기로 하면서 세계 최빈국이 어디 있는가를 찾다가 말라위를 알았습니다. 그 전에는 말라위라는 나라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죠. 해외봉사활동을 하는 NGO 중에 농촌지역을 돕는 NGO는 더욱 드물어요. 생명누리는 농촌을 돕는 NGO입니다.

의존적이던 그들이 우리로 인해서 자립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아쉬운 일이요? 농촌개발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저만 가지고 있어 전문가를 배출시키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런 지역을 찾아가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야하는데 하지 못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나 봉사활동에 관심 있는 재단이 4000만 원만 지원해주면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외부 원조에 익숙해진 현지인들은 더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정 목사 얘기에 의하면 "한국 봉사단체가 아프리카 특정 국가 수도에 병원을 지어주거나 의사를 파견하거나, 학교를 세워주기도 하지만 정작 그들의 보건위생교육이나 문맹자 교육 같은 근본적인 지원은 외면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다.

"생명누리의 힘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지 찾아가 그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정호진 목사를 뒤로 하고 현지에 파견돼 봉사활동을 계속하며 지역민과 유대를 형성한 정수빈(24세) 단원의 얘기를 들었다.

"원래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이 있었어요. 봉사활동이 제 적성에 맞는가를 테스트하기 위해 지원했는데 후회하지 않아요. 제게는 가슴 뛰는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말라위 현지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봉사단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정수빈(왼쪽) 오정씨
 말라위 현지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봉사단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정수빈(왼쪽) 오정씨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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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젠게라 학교에서 세 살부터 네 살 정도의 아이들에게 보건위생을 교육하는 오정씨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에 인턴으로 근무했었다. 봉사단원에 지원한 그녀는 교사 관리, 교재제작, 위생관리를 담당한다.

"아프리카에 지원한 동기는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은 갈증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제 선택이 아니듯이 이 사람들도 이곳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기왕 나선 김에 어려운 최빈국을 선택했습니다. 

말라위 사람들이 우리보다 가난하지만 삶의 질까지 낮은 것은 아닙니다. 아프리카하면 정말 가난할 거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보람이요? 제가 딱히 해준 것도 없는데 애들이 반가워하고 고마워하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데 여기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먹을 수 있는가를 고민해요."

대학을 졸업한 후 줄곧 회사에 다녔던 김주원(51)씨도 하던 일을 그만두고 1년을 기약하고 봉사활동에 나섰다.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말라위에 온 그는 "타성에 젖어 있던 생활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자, 그것이 내 자신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에 아프리카행을 결심했습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아기를 업은 친구는 지붕에 얹을 루핑을 받아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데 축구하던 아이는 아무것도 받지 못해서일까? 시무룩한 얼굴이다. 나도 좀 주지!
 아기를 업은 친구는 지붕에 얹을 루핑을 받아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데 축구하던 아이는 아무것도 받지 못해서일까? 시무룩한 얼굴이다. 나도 좀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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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얻을 수 없는 주민들은 도로가에 나무로 구조물을 짓고 장사를 한다. 마을이 있는 곳에는 어디서나 볼 수있는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5일장을 연상하면 된다
 가게를 얻을 수 없는 주민들은 도로가에 나무로 구조물을 짓고 장사를 한다. 마을이 있는 곳에는 어디서나 볼 수있는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5일장을 연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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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프리카의 모습, 예전 어려웠던 한국과 닮아...

아프리카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아프리카에는 사자가 동물을 사냥하고 창과 칼로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로 사자를 꼽는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가장 무서운 생물은 말라리아 모기다. 최갑성 목사가 이끄는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는 마젠게라 지역민들을 위해 모기장 100장과 루핑 200장을 전달했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상의 70벌을 기증했다.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에서는 원주민들을 위해 모기장 100장과 지붕에 얹을 루핑 200장, 아이들 상의 70장을 기증했다. 전달식에서 마젠게라 학교 교장선생님이 감사의 말씀을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에서는 원주민들을 위해 모기장 100장과 지붕에 얹을 루핑 200장, 아이들 상의 70장을 기증했다. 전달식에서 마젠게라 학교 교장선생님이 감사의 말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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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주민들은 흙벽돌 집을 짓는다. 기술만 배우면 돈도 들지않고 자원도 무진장하다
 말라위 주민들은 흙벽돌 집을 짓는다. 기술만 배우면 돈도 들지않고 자원도 무진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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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들의 운송수단인 노새가 짐을 나르고 있다
 현지인들의 운송수단인 노새가 짐을 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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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사람들은 흙벽돌 찍는 법을 터득해 대부분의 집이 흙벽돌로 지어졌다. 기술만 터득하면 흙벽돌은 돈을 들이지 않고 무한히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대 잎만 덮는 지붕은 비가 오면 속수무책이다.

대안은 지붕에 비닐로 된 루핑을 깔고 갈대를 덮는 것이다. 말라위에서 선교하는 한 선교사의 얘기에 의하면 양철지붕 한 채를 덮는 데 15만 원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흙벽돌에 양철지붕을 얹으면 원주민들에게는 천지가 개벽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전언이다.

6·25가 끝나고 태어났던 나의 초등학교 학창시절은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가난한 집 친구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강냉이 죽을 도시락에 받아먹었다. 그 강냉이 죽은 미국이 한국 어린이들을 위해 무상원조해 주었던 원조물이다.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하는 단원들은 어쩌면 그 당시 받았던 은혜를 되돌려주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오지를 마다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한국인의 발길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말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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