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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카오톡 메뉴를 잘못 눌러 카카오스토리로 들어갔습니다. 늘어나는 소셜네트워크(SNS)의 도구들을 다 따라잡을 수 없는 한계를 잘 알기 때문에 저의 글쓰기 공간인 기존의 블로그와 외국 친구들과의 소통을 위한 페이스북, 최근 소그룹의 업무공유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 외에는 더 이상의 툴을 늘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카카오스토리는 이런 이유로 사용을 하지 않고 있었지요.

카톡의 길을 잘못 들어간 카카오스토리에서 놀라운 조우가 있었습니다.

고인이 된 김문식선생의 카카오스토리
 고인이 된 김문식선생의 카카오스토리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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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돌아가신 분이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올린 내용이었습니다. 

고 김문식 선생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특히 나무로 하는 소목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놀이에 관심을 두고 그 도구를 직접 제작하고 놀이법을 되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고인은 문화예술분야의 사람들과 즐겁게 교우했으며 탁아문제에서 통일문제까지 광범위하게 관심을 갖고 공적이거나 정의로운 일이라면 자신의 재능을 희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은 분입니다.

잠자는 시간까지 아까워할 만큼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던 고인은 결혼도 하지않은 채 오직 자신의 일에만 매달렸지요.

연장을 사용하는 일이 잦아 간혹 몸을 다치곤 했지만 자신의 몸을 돌보는 데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춘천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시던 고인은 서울에 오시면 꼭 제게 연락을 하고, 간혹은 헤이리까지 오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관심분야인 전통놀이의 복원과 보급에 대해 구상을 털어놓곤 했지요.

#2

전화 통화를 한 지 한 달, 이번에는 전화나 방문이 아니라 메시지였습니다.

<부고>
김문식님께서 금일 오전 10시 별세하셨습니다.
빈소 : 강원대학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 : 9월 11일 오전 6시
09/09 오후 6:43

느닷없는 부고였습니다.

김 선생님의 부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으며 그럴 수도,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렇게 황망하게 고인을 보낸 지 1년, 21일 뜻밖의 방식으로 그분과 조우한 것입니다.

카카오스토리속 첫 장, 즉 그 분의 마지막 포스팅은 '2013년 8월 18일 오후 7시 19분으로 돼 있었습니다.

"ㅋㅋ 이제 산소 호흡기까지 달았음."

스스로도 그 상황을 인정할 수 없음인지 헛웃음을 문두에 달았습니다. 그리고 아래에 올린 사진은 검게 변한 초췌한 얼굴에 산소 노즐을 코에 꽂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사실이어서는 안 되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날린 그 허탈한 웃음이 세상에 남겨진 마지막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저는 스무 이틀만에 부고를 받은 것입니다.

김 선생님의 마지막 포스팅 사진 아래의 마지막 댓글은 산 사람의 회한이었습니다.

김OO 2013년 9월 9일 오후 07:10
날마다 가보고 싶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참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ㅠㅠ
유OO - 낭만가객 2013년 9월 10일 오전 11:38
이 모습이 마지막이네요. 어쩌죠? 난 아직 선생님께 배울게 많고 홀로 설 준비가 안됐는데요. 어쩌죠?

오른쪽의 스크롤을 천천히 내렸습니다. 병원을 찾은 모습, 그 아래에는 작업을 하던 무대의 사진이었습니다.

춘천 육림공원의 마술공연장의 입구를 성처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김문식 선생이 혼자 감당하던 작업.
 춘천 육림공원의 마술공연장의 입구를 성처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김문식 선생이 혼자 감당하던 작업.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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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8일 오후 08:03
이제 스톤으로 도색만 하면된당. ㅋㅋㅋ"

더 아래에는 그 마술공연장의 입구 무대 작업을 시작하는 모습이...

그리고 더 아래에는...

제가 본적이 없는 연하장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모티프원의 서재에 저와 나란히 앉은 모습의 사진에 인사말을 넣은 것이었습니다.

1년 6개월전에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발신한 연하장을 발신인이 고인이 된 11개월 만에 받았습니다.
 1년 6개월전에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발신한 연하장을 발신인이 고인이 된 11개월 만에 받았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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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forget me
이안수 선생님 건강하시죠. 올해에 원하시는 일 모두 소원 성취하세요."

2013년 2월 11일에 포스팅된 것이었습니다. 이 날은 음력으로 정월 초이틀, 즉 신년 벽두였습니다.

그 사진의 책상위에는 김선생님께서 실험적으로 만들어 보셨다면서 놓고 가신 작은 뗏목배가 놓여있습니다.

"Don't forget me"(나를 잊지 마세요)

김 선생님이 돌아가시고서야 발견한 연하장. 그 연하장속의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다시 가슴을 저밉니다. 고인은 7개월 뒤,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을 알고 이 말을 쓴 것일까요?

1년 6개월 만에 받은, 가장 슬픈 연하장입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거듭 소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김문식, #연하장,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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