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도시의 법칙> 출연진

SBS <도시의 법칙 in 뉴욕>이 20일 막을 내렸다. ⓒ SBS


6월 11일 시작한 SBS <도시의 법칙 in 뉴욕>(이하 '도시의 법칙')이 20일 시청률 2.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얻지 못한 채 10부작으로 조용히 마무리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번 뉴욕 편이 조금 더 높은 시청률을 얻었다면 야심차게 또 다른 도시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을 테지만, 2%대의 시청률은 감히 두 번째 도전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똑같은 '법칙'임에도 <정글의 법칙>이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12% 정도의 안정적 인기를 확보하고 있는데 반해, 동일한 제작진이 만든 <도시의 법칙>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글'과 달리 생존의 진정성 찾기 어려웠던 '도시'

말해야 뻔한 이야기이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도시'와 '정글'의 차이일 것이다.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정글의 법칙>이, '조작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날 것'으로서의 감흥을 자아내게 하는 반면, <도시의 법칙>이 추구했던 리얼리티는 일관되게 심심했다.

생면부지의 이방의 도시 뉴욕은 생각만으로는 정글 못지않은 '어드벤처'를 제시할 거 같은데, 정작 '뉴욕팸(출연진을 이르는 뉴욕패밀리의 줄임말)'이 살아냈던 도시는 어드벤처인 척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감상을 뛰어넘지 못했던 것이다.

<도시의 법칙>은 <정글의 법칙>처럼 연예인들이 집단적으로 '팸'을 이루어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생존하는 모습을 다루었다. 브루클린 허름한 뒷골목, 공장으로 쓰였을 법한 공간에 한 무리의 연예인을 던져놓고 지갑을 뺏은 채 살아보라고 할 때만 해도, 제법 날 것의 생존기가 그려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물론 당사자인 연예인들이 한국에서의 익숙했던 생활을 벗어나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 힘들었겠지만, 그 힘듦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의 정서로 이어지기엔 무리가 있었다.

 SBS <도시의 법칙>의 백진희.

SBS <도시의 법칙>의 백진희. ⓒ SBS


20일 방송만 해도 그렇다. 패션지 화보 촬영장에 일을 얻으려 간 김성수, 이천희, 백진희 등 세 사람은 어렵게 일을 얻는가 싶더니, 바로 모델을 뽑는데 간여를 하는 특혜를 얻는다. 게다가 다음 날은 패션지 에디터로서 촬영에 쓰일 옷을 고르며 전문 에디터와 충돌하기까지 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 저런 일도 하는구나?', 아니다. 백진희가 촬영 과정에서 보인 행동은 마치 회사 CEO의 딸이 하루 회사에 나와 회사원 코스프레를 하는 느낌이었다. 요즘 패션 화보를 찍는데 요즘 패션 트렌드에 대한 관심은커녕, 오로지 '내가 노란색을 좋아하는데', '나는 무늬가 있는 걸 싫어하는데', '나는 힐을 좋아하지 않는데' 라는 식으로 접근하다, 전문적으로 그 일을 하는 패션 에디터와 마찰까지 일으키는 백진희를 과연 누가 뉴욕에서 '생존기'를 쓰는 사람으로 보아줄까?

개개인으로 보면 익숙하지 않은 일상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내어 일을 하는 과정이 고생스럽고 힘들었을지는 몰라도, 방송에서는 백진희의 패션지 촬영처럼 어설프고 생존기가 아닌 '생존 코스프레'처럼 보였던 것이다. 다양한 뉴욕의 생활을 보여준다는 이유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일을 해보였지만, 주마간산 식으로 스쳐지나가는 그 일들에 '생존의 진정성'이 쉽게 전달되지 않았다.

정글에서는 하루 종일 숲을 헤치며 겨우 먹을거리를 찾아내야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설사 그것이 조작된 것이라도 그럴 듯해 보였다. 그런데 미국 최고의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에 가서 다짜고짜 일자리를 얻은 출연진이 배우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한다던가, 스프레이 몇 번 뿌리고 몹시도 고생스러운 일을 한 양 서로 자화자찬을 벌이는 모습에서 생존기는 멀어질 뿐이다.

먼 타향에 떨어져 매니저 도움 없이 고달프게 생활하며 안락함과 익숙함을 벗어났다는 당사자들의 감회와 달리, 시청자들에게까지 그 고군분투가 날 것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점. 이것이 <도시의 법칙>이 외면 받은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김병만'처럼 존재감 있는 캐릭터 없었던 점도 패인

 20일 방송된 SBS <도시의 법칙>에 출연한 가수 이소은.

20일 방송된 SBS <도시의 법칙>에 출연한 가수 이소은. ⓒ SBS


'웃프'게도, 뉴욕에서 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가수 이소은이 마지막 회 잠깐 출연해 전한 뉴욕 생활기가 그들의 고군분투기보다 훨씬 더 뭉클했다. 어렵게 공부했던 시카고에서의 생활, 함께 어울리는 문화가 없어 외로웠던 뉴욕 정착기가, 단지 이소은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데도 훨씬 더 날 것 같으니, <도시의 법칙> 출연진의 그간의 고생담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어설프게 연예인들을 데려다 뉴욕에서 사는 척을 할 게 아니라, 진짜 유학생들의 생존기나 취업기였다면 어땠을까?

물론,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과 같은 존재가 <도시의 법칙>에 없었던 탓도 클 것이다. 제작진은 출연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그들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려고 했지만 누구도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캐릭터로 등극하기는 어려웠다. 이는 역으로, 그간 <정글의 법칙>의 인기가 <개그콘서트> '달인' 코너를 통해 김병만 개인이 성취한 진정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해 낸 것일 수도 있다.

즉, <도시의 법칙>에 출연했던 개개인들은 각자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결국 김병만이 가졌던 진정성을 넘을 캐릭터를 획득해 내지 못했다. '허당 천희'를 넘어선 능력자 이천희도, 여전히 허당인 존박도, 4차원 정경호도, 야무진 백진희도, <도시의 법칙> 안에 있었지만, 프로그램을 넘어 세간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마지막 회, <도시의 법칙>은 출연자들 각자가 카메라를 가지고 자신들이 그간 지내왔던 곳을 다시 한 번 걸으며 생면부지의 뉴욕이라도 서로가 관계를 맺고 어울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도시의 법칙'을 도출해 낸다. 결국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사람들은 여전히 어울려 살아간다.

빵집에서부터 시작하여 마트, 미장원, 드라마 촬영장까지, 그리고 분주하게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공원, 마라톤 경주 코스까지, 10회에 걸친 분주했던 뉴욕 관찰기 겸 생존기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고생담을 통해 다가온 뉴욕 생활기는 안타깝게도 이소은의 몇 마디 뉴욕 거주기보다도 어설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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