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두 아이(중2, 초6)의 엄마이며, 낼 모래면 마흔이 되는 김복영씨는 아이들 앞이건 어른들 앞이건 자신을 소개할 때, "깜찍 발랄 상큼한 미소천사 김복영이에요~"라고 한다. 심지어 자신의 휴대폰 '연결음'에도 멘트가 똑같다. 그녀는 왜 그렇게 하는 걸까. 그녀를 만나러 지난 19일 안성문기초등학교 2학년 2반 교실(마술수업)을 찾았다.  

지금은  김복영 교육마술지도사가 한 어린이에게 일대일로 마술 스킬을 전수하고 있다. 복영씨도 아이도 삼매경이 따로 없다.
▲ 마술수업 중 지금은 김복영 교육마술지도사가 한 어린이에게 일대일로 마술 스킬을 전수하고 있다. 복영씨도 아이도 삼매경이 따로 없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한명도 한눈팔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 그 이유는?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모두 신문지를 들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 칠판엔 "신문지에 물을 부었는데 물은 어디로 갔을까요"라고 적혀있다. 신기한 건 아이들 중 한명도 한눈팔지 않고 집중한다는 것.

"선생님, 물이 쏟아졌어요"라고 한아이가 말을 하면 "괜찮아, 선생님도 가끔 실패해"라고 복영씨가 말한다. 아이들은 마치 자신이 마술사가 된 것처럼 심혈을 기울인다. 눈이 초롱초롱하다. 그렇다고 마술견습생들의 마술수련시간이 아니다. 바로 엄연한 교실수업이다.

그녀가 지금 아이들과 하고 있는 것은 교육마술이고, 그녀는 교육마술지도사다. 아이들은 그녀를 '마술쌤'이라 부른다.

이날 신문지 마술이 끝나고 이루어진 지팡이 마술에서는 "여러분, 지팡이가 움츠렸다가 펴지는 것을 탄성이라고 해요. 고무공 같은 것을 누르면 쑥 들어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튀어 나오는 것이 탄성의 원리예요"라고 설명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하"를 연발한다. 놀면서 저절로 익히는 '탄성의 원리'에 탄성이 절로 난다.

교육마술지도사 김복영씨의 지도에 따라 마술을 연습하는 한 아이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신문지에서 물이 나오다니.
▲ 마술연습 중 교육마술지도사 김복영씨의 지도에 따라 마술을 연습하는 한 아이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신문지에서 물이 나오다니.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아하! 그랬다. 이 수업은 단순히 마술트릭을 가르쳐주는 수업이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마술과 놀면서 집중력, 응용력, 관찰력, 민첩성, 표현력 등을 길러주고, 교과영역의 수업까지 이루어지는 입체적 수업이었다.

"나도 모르는데 아이들이 알아봐요"

이런 수업을 진행하는 복영씨는 5년 전만 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우연한 기회에 교육마술에 대해 알게 되어 2009년도에 자격증을 땄다. 첨엔 죽산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봉사위주로 수업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성의 공도초등학교, 문기초등학교, 죽산초등학교, 서삼초등학교와 이천의 안흥초등학교, 장호원초등학교 등을 순회하며 수입을 벌어들이는 "마술쌤'이다.

첫 해에 가르쳤던 제자들이 벌써 중3이 되었다. 지금도 간혹 초등학교 교실로 교복입고 찾아오는 제자들도 있다. 대형마트에 가면 그녀를 알아보며 아는 척 하는 아이와 부모가 있다. 그래서 그녀는 "대형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은근히 신경 쓰여요"라며 웃는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 중에선 어린이 마술지도사 자격증(1년 과정 수료하면 시험을 거쳐 자격증 부여)을 딴 아이도 있다. 어린이마술사 대회에 나가 대상과 최우수상을 거머쥔 아이들도 있다. 소속사와 계약해서 어린이 마술사로 활약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마술을 통해 꿈을 심어주고 있다.

아이들이 조별로 나와 마술 시연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겐 시연이라기 보다 놀이에 가깝다. 아이들의 표정이 잘 말해준다.
▲ 조별 시연 아이들이 조별로 나와 마술 시연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겐 시연이라기 보다 놀이에 가깝다. 아이들의 표정이 잘 말해준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대인기피증 있었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이런 그녀가 "저 원래 무대공포증과 대인기피증이 있었어요"라고 말하니 믿기지 않는다. 그녀는 "내가 여성마술사로선 빼어난 외모가 아니라 그랬었다"며 너스레를 떤다. "어렸을 적엔 남들 앞에 나가 발표도 잘못했었다"며 자신의 지난 약점들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학창시절엔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고픈 작은 악마"라고 소개하곤 했단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깜직 발랄 상큼한 미소천사 김복영이에요~"라고 바뀌었다니. 도대체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는 그 이유에 대해 딱 잘라 말한다. "내가 만약 교육마술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그녀는 교육마술을 만난 후 자신의 목표를 위해 꾸준히 달려왔다. 목표? 그건 바로 '20개의 자격증'을 따는 것이다. 지금은 보육교사 2급, 사회복지사 2급 등 자격증만 18개다. 왜 그토록 자격증에 목매느냐고. 그녀가 5년 전 어느 날, 이력서에 자신을 소개할 때, 쓸게 달랑 3줄 밖에 없는 걸 보고 놀랐다. 그 후로 자신을 가꾸고 발전시켜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게다.

이날 마술수업에 참가한 문기초등학교 아이들은 그저 신나고 즐겁다.
▲ 단체사진 이날 마술수업에 참가한 문기초등학교 아이들은 그저 신나고 즐겁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아줌마에서 '마술쌤', 앞으로 'CEO'를 꿈꾼다

앞으로 그녀에게 또 꿈이 생겼다. '20 개 이상의 자격증 취득의 꿈'은 시작에 불과하다. 좀 더 큰 무대에서 마술공연을 해보는 것은 과정이다. 더 나아가 이벤트사를 차려 경영하는 것이다. 평범한 아줌마에서 '마술쌤'으로, '마술쌤'에서 'CEO'의 꿈까지. 그녀의 꿈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렇게 사는 그녀를 아들은 자랑스러워한다. "니네 엄마 마술사라 좋겠다"며 주변 아이들이 부러워한단다. "그 집 며느리, 싹싹하고 마술도 잘하고 좋겠소"라며 그녀의 시부모님께 마을 어르신들이 말해오곤 한다. 

그녀에게 마술은 그녀의 삶을 바꾼 '매직'이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 자부심과 희망과 꿈을 선사하는 '매직'을 선물한다. 그녀가 자신을 "깜직 발랄 상큼한 김복영이에요"라고 소개하는 이유가 "사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주려고 그랬다"는 건 오롯이 그녀의 진실이었다. 앞으로도 자신의 삶과 주변 사람들에게 행할 그녀의 '매직'은 계속될 것이다. 

김복영씨는 5년 전 교육마술을 만나고 자신의 삶이 확 달라졌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으로 인해 주변사람들이 희망과 자부심과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마술은 삶을 바꾸어가는 '매직'이었다.
▲ 교육마술지도사 김복영 김복영씨는 5년 전 교육마술을 만나고 자신의 삶이 확 달라졌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으로 인해 주변사람들이 희망과 자부심과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마술은 삶을 바꾸어가는 '매직'이었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태그:#교육마술지도사, #교육마술, #마술, #김복영,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