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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이 거부한 세월호특별법안에 대해 야당이 유가족들을 설득하러 뛰어다니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뒷짐을 진채 강건너 불 보듯하는 기이한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책임 당사자인 집권층이 큰 소리를 치고 야당이 침몰하는 정치 드라마가 전국민이 주시하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1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날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안을 거부하자 설득작업을 계속하기로 하면서 이날 비공개 당직자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새정치는 유가족들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과 또다시 협상에 나서는 것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 크고 성사되기도 어렵다며 지금의 합의 내용으로도 유가족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할 방침이다.

새정치는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가 유족 동의를 얻지 못해 두 번 연속 불발되면서 여야가 세월호 가족을 배제한 채 밀실에서 야합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박영선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돼 진퇴 여부를 고민할 때라는 견해까지 제시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총회 직전 대책위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재합의안 수용 설득에 나섰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발길을 돌렸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박 대통령도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를 만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궁색한 논리를 제시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부여 주었다.

한편 청와대는 세월호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며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대통령 면담 요구에 대해서도 응할 방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20일 세월호법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것과 관련해 "세월호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40일 가까이 단식 중인 김영오씨는 직접 청와대 민원실을 방문해 세월호법 제정을 위한 대통령 면담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등의 공식 석상에서 세월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치 않고 있다.

경찰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청와대 접근이나 청와대 부근 노숙 등에 대해 법대로를 앞세워 저지하는 입장인데 이는 청와대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은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여야가 논의 과정이라는 것을 이유로 세월호 관련해서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수사권 기소권 요구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재협상 요구를 일축하고 하루빨리 당내에서 합의안을 추인받으라고 야당 측에 거듭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20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전체총회에서 여야가 재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을 반대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 마련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새누리당은 "피해자가 직접 수사를 한다고하는 것은 철저하고 객관적인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현행 사법체계의 기본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책무를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과 경제살리기 법안은 분리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탐욕스런 자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드러낸, 한국 사회의 모순이 집적된 비극으로 지적되지만 야당의 정치력 부재 속에 참사 발생 넉 달이 지나도록 변한 것이 전혀 없는 답답한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집권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해 야당을 압박하며 여론을 주도하고 그에 끌려다니는 야당이 청와대와 여당을 대신해서 유가족들을 설득하려 동분서주하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의 비극에 동정하고 그 해결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떠난 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집권층의 냉혹한 정치적 계산적 행태 속에 사회적으로 고립된 모습을 보이는 비극이 지속되고 있다.


태그:#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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