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팀 포항 입장에서는 파하드 알 미르다시(사우디 아라비아) 주심의 반칙 선언이 두고두고 마음 한구석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김승대의 슛이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며 관중들의 환호성도 터져나왔지만 바로 직전에 고무열의 밀기 반칙이 선언된 것이다. 높은 공 다툼 과정에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몸싸움이라 생각했기에 억울할 만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20일 저녁 7시 30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FC 서울과의 맞수 대결에서 득점 없이 비기며 2차전에서 준결승 진출권을 가리게 되었다.

양쪽 문지기들의 슈퍼 세이브

결과적으로 골이 터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명승부의 박진감은 스틸야드를 끌어오르게 만들었다. 이번 시즌 두 팀의 맞대결은 마치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의 영원한 맞수 'FC 바르셀로나 vs 레알 마드리드 CF'의 엘 클라시코를 떠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K리그 클래식 홈&어웨이 맞대결도 모자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보기 드문 맞대결이 성사되었기 때문이다. 두 팀의 자존심 대결은 앞으로 두 차례나 더 남았기에 축구팬들은 더 극적인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7위를 달리고 있는 FC 서울이 만약에 상위 스플릿(6위 이내)에 올라가게 된다면 이 맞대결은 더 이어질 수도 있다.

양 팀 선수들도 이러한 관계를 너무 잘 알기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전이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양쪽 문지기의 활약이 빛났다.

16분에 김승대의 득점이 노 골 판정을 받은 포항은 그로부터 4분 뒤에 공격형 미드필더 김재성의 위력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다시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방문 팀 문지기 유상훈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쳐냈다.

FC 서울 간판 문지기 김용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숨은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유상훈은 그 이후에도 김승대의 오른발 대각선 슛(37분)과 고무열의 오른발 중거리 슛(45분)을 모두 오른쪽으로 잘 쳐냈다.

반대쪽 골문을 지키고 있는 포항의 신화용도 28분에 몰리나의 프리킥 세트 피스가 김진규의 이마를 정확하게 겨냥한 순간,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날아올라 공을 쳐냈다.

"빈 골문도 못 열다니..."

골을 넣지 못해 조급함이 더해진 곳은 포항 벤치였다. 그곳의 책임자 황선홍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강수일을 빼고 문창진을 들여보내며 측면 공격을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특별하지 못했다.

후반전 중반에 거의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헤더 슛 기회가 1분 간격으로 양쪽 골문에서 만들어졌으나 마무리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64분, 포항이 먼저 세트 피스를 통해 FC 서울의 골문을 위협했다. 오른쪽 코너킥을 수비수 김형일이 받아서 이마로 방향을 바꾼 것을 반대쪽에서 기다리던 또 다른 수비수 김광석이 이마로 골을 노렸지만 그 높이가 약간 맞지 않아 골문을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곧바로 반대쪽 골문에서 거의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포항 수비수 김형일의 걷어내기 실수를 FC 서울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 김치우가 잡아서 낮게 띄워준 공이 오른쪽 날개공격수 에벨톤에게 날아와 몸을 날리며 빈 골문으로 돌려넣고자 했지만 에벨톤의 이마에 스친 공은 포항 골문 오른쪽으로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수비수 김형일과 포항 벤치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이 흐르는 동안 안방 팀 포항의 일방적인 공격이 계속되었지만 2차전에서 진짜 승부를 가리고 싶은 FC 서울 선수들의 저항이 매우 거셌다. 종료 직전에 방문 팀 문지기 유상훈이 펀칭 실수를 저질렀을 때 포항의 교체 선수 박선주가 왼발 발리 슛으로 골문을 노렸지만 그 공마저 골문을 외면했다.

승리를 위해 이처럼 모든 힘을 쏟아부은 두 팀은 이제 주말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방문 경기를 나란히 준비해야 한다. 포항 스틸러스는 23일(토) 저녁 7시 경남 FC와의 맞대결을 위해 창원 축구센터로 들어가며, FC 서울도 같은 시각 선두 전북 현대와의 경기를 위해 전주성으로 들어간다.

두 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은 일주일 뒤인 27일(수) 저녁 7시 30분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그런데 이들의 질긴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9월 7일(일) 저녁 7시 스틸야드에서 또 한 번의 K리그 클래식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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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결과(20일 저녁 7시 30분, 포항 스틸야드)

★ 포항 스틸러스 0-0 FC 서울

◎ 포항 선수들
FW : 김승대
AMF : 고무열(82분↔박선주), 김재성(87분↔손준호), 강수일(46분↔문창진)
DMF : 황지수, 김태수
DF : 박희철, 김광석, 김형일, 신광훈
GK : 신화용

◎ FC 서울 선수들
FW : 몰리나, 에스쿠데로(65분↔박희성), 에벨톤(82분↔윤일록)
MF : 김치우(69분↔고광민), 고명진, 오스마르, 차두리
DF : 김주영, 김진규, 이웅희
GK : 유상훈

◇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일정(8월 27일 저녁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
☆ FC 서울 - 포항 스틸러스

◇ AFC 챔피언스리그 8강 토너먼트 1차전(동아시아 지역) 다른 경기 결과
★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 1-0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득점 : 안토니 골렉(60분)]
축구 포항 스틸러스 FC 서울 챔피언스리그 황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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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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