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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앞에서 설악녹색연합 박그림 대표가 '설악산 케이블 반대' 피켓을 들고 정부의 투자활성화 정책을 비판했다.
▲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앞에서 설악녹색연합 박그림 대표가 '설악산 케이블 반대' 피켓을 들고 정부의 투자활성화 정책을 비판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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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앞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남자가 나타났다. 잠시 뒤, 그는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 뒤섞여 자리를 잡고 미리 준비한 피켓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안개 낀 북악산을 배경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라고 적힌 문구가 허공을 가른다.

피켓을 든 이는 설악녹색연합의 박그림 대표다. 5년 전, 그는 똑같은 문구를 들고 높이 약 1700m의 설악산 대청봉을 올랐었다. 마이크를 잡은 박 대표가 말했다.

"설악산 케이블카(설치)는 (국립공원위원회서) 두 차례나 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산지관광특구를 제정해 (설악산) 대청봉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한다. 지금도 설악산 대청봉 정산은 해마다 50만 명 이상이 올라가 정상부근의 자연환경이 초토화된 상태다. 이런데도 정부는 설악산의 자연환경을 더욱더 훼손시키는 케이블카를 증설하려 한다."

정부가 국립공원 지역에 케이블카 증설하고 산림을 깎아 호텔과 의료시설, 휴양시설 등을 건설할 계획을 밝히자,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5개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설악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증설 재추진... "정부 과오 반복"

앞서 지난 12일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관광·콘텐츠 서비스 분야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설악산을 비롯해 전국의 주요 관광지에 케이블카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악산 케이블카 증설은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해 온 계획으로 노선문제와 교통체증, 지자체 재정부담 등에 부딪혀 지난 2012년 6월과 9월 두 차례 국립공원위원회서 심의가 부결된 사업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립공원위원회가 설악산 케이블카 추가설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부분을 들어 노선 변경 등 부적합 사유를 보완해 내년 하반기 중 케이블카 증설 사업이 착공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설악산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서울 남산에도 수송인원이 한정적이고 관광객의 접근이 어려운 점을 들어 곤돌라형 케이블카를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게 했던  부지확보 문제에 대해선 사업비와 운영비, 필요시에는 대체부지까지도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또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케이블카 증설을 희망하는 지역도 선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지리산생명연대 김휘근 팀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케이블카와 산지관광특구제도는 산의 정상부근 황폐화와 등산로 학장으로 인한 산림 파괴, 그리고 생태계 단절에 그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김 팀장은 "편리하고 빠른 여행방식의 변화로 현지 숙박업소와 영세 외식사업이 관광객들로 외면을 받게 되는 반면, 덕유산과 내장산을 통해 지켜봤듯이 경쟁력이 앞서는 외부투자 자본만 이득을 보게 될 것이 뻔하다. 또다시 정부는 과오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전경련이 정부에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요구안을 제출한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산지관광특구제도가 전경련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해 환경단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 전경련 요구안 지난 6월 전경련이 정부에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요구안을 제출한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산지관광특구제도가 전경련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해 환경단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 전경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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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깎아 호텔과 의료시설... "산악판 4대강 사업"

특히, 환경단체는 대규모 환경파괴가 예상되는 산지관광특구 제도 도입에 대해 전면 반대의사를 밝히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제도가 재계의 민원을 전면 수용한 것에 불과하고 정부의 환경정책과도 어긋나 있다는 평가다.

산지관광특구 제도는 정부가 케이블카 증설과 함께 내놓은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전국의 주요 산악지역에 호텔과 의료시설, 휴양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관련법을 재정비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앞서 지난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요구안으로 내놓은 사항과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당시 전경련은 산악관광특구 도입과 산 정상부근․절벽의 숙박시설 허용, 산림체험시설 및 친환경숙박시설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실상 정부가 전경련의 요구안을 그대로 정책에 반영했다는 쓴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생태사회팀 국장은 "정부가 투자활성화와 규제완화란 그럴싸한 이름으로 재계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해 산악판 4대강 사업을 벌이려 한다"며 "우리나라 보호지역 비율은 국토면적 대비 10.3%로 OECD 평균 16.4%에 못 미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오는 10월 평창에서 생물다양성 협약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협약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육상지역은 17%, 연안과 해양지역은 10%를 보호지역으로 확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의 누리집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산지관광특구제도, #설악산 케이블카, #국립공원 황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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