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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라뱃길 주변은 각종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 쇼핑몰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경인아라뱃길 주변은 각종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 쇼핑몰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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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함께 대표적인 실패한 국책 사업으로 꼽히는 경인아라뱃길(이하 아라뱃길)에 중대형 여객선을 도입하는 것을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관련 기사 : 100㎖당 대장균 2만9000마리... 그래도 "만족"?).

이명박 정부는 평상시에는 뱃길로 물류·관광레저 기능을 수행하고, 홍수기에는 방수로로 활용해 굴포천(인천시 부평구 내 칠성약수터~경기도 부천·김포시~한강) 유역의 홍수 피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아라뱃길을 조성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아라뱃길

아라뱃길은 김영삼 정부 시절 '굴포천 방수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자본 투자 사업으로 지정돼 추진됐다. 사업 타당성과 환경파괴 논란이 야기돼 추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수자원공사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사업을 추진했다. 2009년 6월에 아라뱃길 시설 공사를 시작해 2012년 5월 전면 개통했다.

이명박 정부는 물류 등을 통해 투자 사업비(2조6759억원)를 충당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6월 말 현재 회수된 금액은 1조1612억원(43.4%)에 불과하다. 물류단지 분양을 내년까지 완료하고, 사업 준공 후 40년간 운영해 투자비를 회사하겠다는 게 수자원공사의 목표이다.

하지만 2012년 5월 개통 이후 운영실적을 보면, 개통 첫해 컨테이너와 일반화물의 물동량은 한국개발연구원의 예측 대비 각각 7.9%와 17.4%에 불과했고, 여객수송 실적은 예측의 '3분의 1' 수준인 34.6%에 그쳤다.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부터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혀 없다. 일반화물은 화물선 1척이 입항해 177톤을 하역했을 뿐이다. 또한 올해 1/4분기에는 단 한 척의 배도 들어오지 않아 컨테이너와 일반화물의 물동량이 전혀 없다.

결국, 수자원공사가 투자비 회수를 위해 아라뱃길을 대상으로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인아라뱃길 주변과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들. 수자원공사는 한강과 경인아라뱃길을 연결해 아시안게임 관광객과 선수들을 실어 나르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중대형 선박을 운항하기 위한 꼼수에 불가하다고 반대하고 있다.<출처ㆍ수자원공사>
 경인아라뱃길 주변과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들. 수자원공사는 한강과 경인아라뱃길을 연결해 아시안게임 관광객과 선수들을 실어 나르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중대형 선박을 운항하기 위한 꼼수에 불가하다고 반대하고 있다.<출처ㆍ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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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아라뱃길을 아시안게임 교통수단으로"

수자원공사는 서해에서 한강까지 중대형 여객유람선을 운항하기 위해 최근 서울시에 여의도 선착장 사용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라뱃길에 중대형 여객유람선을 투입해 인천 연안부두와 서해 섬에 이르는 구간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겠다는 취지이다.

<시사인천>이 지난 7월 '한강~서해 간 선박운항 활성화 계획'을 확인한 결과, 여의도와 서해 간 중대형 선박 운항으로 이용시민의 안전성과 편의성(운임 인하 등)을 확보하겠다는 게 수자원공사의 의도다.

중대형 선박 운항으로 아라뱃길 활성화와 함께, 서해 5도(백령도, 대·소연평도, 대·소청도)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여의도 선착장과 인천시 옹진군 덕적도 사이에 는 37톤급(승원 70명) 소형 선박 한 척이 운항되고 있다.

특히, 수자원공사는 인천아시안게임 선수단과 관람객의 교통수단으로 아라뱃길을 활용, 교통 혼잡을 방지하고 서울시민의 대회 관람을 확대하는 등, 국가 행사의 성공적 개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라뱃길 인근엔 아시안게임 경기장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아라뱃길 시천나루엔 주경기장을 비롯해 연희크리켓경기장, 드림파크수영장(수구·근대 5종)·승마장·펜싱장 등이 위치하고 있다. 계양나루에는 아시아드 양궁장과 계양체육관(배드민턴·공수도), 인천국제벨로드롬(사이클-트랙)경기장 등이 위치하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의 경인항 아라타워에서 내려다본 경인아라뱃길.
 경인아라뱃길의 경인항 아라타워에서 내려다본 경인아라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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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공대위 "오세훈 한강운하 되살리는 것" 반대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아라뱃길 사업을 처음부터 반대해온 '경인운하 백지화 수도권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경인운하공대위)는 "물류 기능을 상실해 반쪽 자리 운하라는 비난을 면피하기 위해 관광 활성화로 활용방안을 돌리는 것"이라며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조치를 선행해야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경인운하공대위는 19일 성명서를 내고 "중대형 유람선을 투입해 서해까지 운항하겠다는 수자원공사의 생각은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운하 사업과 다를 바 없다"며 "중대형 유람선이 한강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수심 유지를 위한 준설을 해야 하고, 중대형 여객선이 한번 투입되면 점차 노선과 운항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한강운하 사업을 추진하면서 유람선 아라호(700톤)를 112억 원에 구입했지만, 한 번도 운항하지 못했다.

또한 경인운하공대위는 "개발이 아닌 원래의 한강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각종 개발로 인한 한강의 생태적 위험성을 검토해야할 상황에,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오히려 다른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며 "실패한 사업에 대한 책임 규명과 적절한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중대형 유람선의 '한강~서해' 운항 시도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장정구 경인운하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한강운하 백지화 선언의 연장에서 중대형 여객선 운항을 위한 여의도 선착장 사용승인 요청을 거부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안게임을 핑계로 중대형 선박을 운항할 경우 선착장을 개·보수해야 하고, 이는 향후 대형 선박이 운항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아라뱃길의 최초 목적은 물류나 홍수 예방과 레저였다"며 "물류는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다양한 방법으로 아라뱃길 활성화 방안을 찾고 있으며, 관광레저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인아라뱃길 구간은 인천 서구 오류동(서해)에서 서울 강서구 개화동(한강)까지다. 주운수로의 길이는 18km(폭 80m, 수심 6.3m)이며, 주운수로 중 14km는 홍수 시 방수로로 사용된다.<시사인천 자료사진>
 경인아라뱃길 구간은 인천 서구 오류동(서해)에서 서울 강서구 개화동(한강)까지다. 주운수로의 길이는 18km(폭 80m, 수심 6.3m)이며, 주운수로 중 14km는 홍수 시 방수로로 사용된다.<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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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천지역 다른 시민단체는 서해 섬들과 아라뱃길을 연결하는 관광 상품 등을 복합적으로 개발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아라뱃길 활성화 방안을 놓고 갈등도 예상된다. 이들은 서해 도서지역과 아라뱃길의 뱃길 잇기를 통해 서해 도서 어민들의 소득을 창출하고, 서해 도서의 수산물을 아라뱃길을 통해 서울로 실어 나르는 방안도 검토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여의도~덕적도'를 운항하는 여객선 업체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적자를 보고 운항하고 있지만, 이 노선은 사업성이 충분하다. 여객선 등이 운항된다면 서울이나 인천 시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인아라뱃길, #경인운하, #수자원공사, #경인운하공대위,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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